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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가자 세계로](7)우리는 이렇게 실패했다


 

해외 진출에서 실패를 맛보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개 '열심히 일하면 어

떻게 되겠지, 설마 망하겠냐'는 막연한 꿈만 안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과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나타난다. 현지 사정을 제대로 모르

고 투지와 패기만으로 해외시장을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 다치는 경우가 허

다하다.

이들은 대개 준비 없이 단시간에 결과를 얻으려 하거나, 현지시장 분석이

미흡한 상황에서 일단 나가고 본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혹은 '적은 비용의 수업료를

아까워하다가' 오히려 더 큰 손해를 입기도 한다.

장기 전략 없이 현지에 나가게 되면 '비즈니스 모델이 통할 것인가'하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부터 시작해서, '시장진출은 독자적으로 할 것인가, 합

작법인을 세울 것인가'하는 문제도 헷갈리게 된다.

만일 합작법인을 한다면 '파트너는 어디를 잡아야 할지', 그나마 '그 파트

너는 제대로 골랐는가' 등등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그렇게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일 없이 한 6개월이 지나다 보면 결국 돈만 까먹기 마

련.

업계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중소업체가 해외에 진출하는 과

정에서 맛보는 몇 번의 실패는 결코 끝이 아니며 성공을 위한 투자다. 작

은 업체가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겪은 생생한 경험은 훗날 더 큰 성공을 위

한 밑거름이 된다"고.

◆<사례1> 미묘한 국민정서 간과.. 인터넷 교육업체 B사

인터넷교육사업을 하는 B사는 지난해 하반기 일본에 진출, 비즈니스맨을

위한 온라인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시장환경은 이 회사의 기

대와 달리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터넷 붐이 일었던 우리 나라에서 인터넷 교육은 꽤 장사가 되는 아이템이

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도 부족했고, 결정적으로 다른 분야가 아닌 '교육'이었기 때문에 시

장에서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

세계 2~3위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일본인들은 영어권 국가들은 선망하지만

경제력이 떨어지는 우리나라나 기타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 일본보다 경제

력이 뒤진 한국의 중소기업이 자신들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를 일본인들

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일본 전문가는 "일본인을 가르친다는 아이템은 미국회사라

면 몰라도 한국회사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일간의 정서적인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사례2> 법인 설립 관련 준비 미비.. PC방 업체 A사

PC방업체 A사는 지난 99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했

다. 복잡한 법률체계도 제대로 몰랐을 뿐더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행정업무 차이도 파악하지 않고 만리장성을 무너뜨린다는 '겁없는' 도전

을 했던 것.

이 회사를 특히 괴롭혔던 문제는 회사설립에 대한 법적 절차. 우리 나라

의 사업자 등록증에 해당하는 '영업집조' 발급기간부터 생각외로 너무 길

었다. 정식절차를 따르면 1년 이상 걸리는 것이 A사가 몸소 체험한 경험이

다. 중국에서는 영업집조가 없으면 법인 등록을 못할 정도로 사업에 치명

적이다.

게다가 업무상 지출하는 각종 비용의 영수증 발급도 안 됐다. 우여곡절 끝

에 가까스로 영업 집조를 발급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중국정부

는 콘텐츠 유통 및 네트워크 관련 항목 등등 또 다른 자격조항을 들먹이며

발목을 잡았다.

법인설립의 기초단계라 할 수 있는 영업 집조 받는데 신경쓰느라 나머지 부

분을 간과하느라 결국 중국 땅을 밟는 것부터 실패했다. 진출을 서두른 나

머지 현지 사전 조사가 미흡해 겪은 시행착오였다.

◆<사례3>준비없이 '일단' 진출하고 보자… 전자상거래 업체 C사

한일간 식품 분야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를 하려던 C사는 '정열은 있지

만 기본이 없어' 실패한 사례.

전자상거래를 하려면 물건을 파는 쪽 뿐만 아니라 사는 쪽 인터넷 환경도

좋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C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우리 나

라 상황만 생각하고 일본의 인터넷 형편은 간과한 채 '일단' 나가고 보다

가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일본은 유선네트워크 인프라가 아직 과도기적인 형편이라서 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같은 아이템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

석이다.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한 컨설팅 회사의 관계자는 "한국에서 성

공한 사업 아이템이 반드시 해외에서도 성공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

며 "일부 업체들은 현지 교포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데, 반드시 회사 내부에 해외진출 사업을 책임질 사람을 확보해놓고 일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경기자 cosm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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