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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가자 세계로] (5) 진정한 해외 진출 파트너는 현지인


 

“해외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현지 파트너를 잡아라”

벤처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는 소위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한

몫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이이제이(以夷

制夷)는 원래 중국이 중원을 지키기 위해 변방민족을 다루는 전략. 하지

만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이 실행한 전략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대표 황두연 www.kotra.or.kr)가 중소기업

청 지정 벤처 4천602개 업체를 대상으로 '벤처기업 해외진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벤처들은 해외진출을 위해 ▲독자적 마케팅 조직 활용

▲정부 및 유관기관 사업 활용 ▲아웃소싱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계획

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벤처 기업이 선택한 이 같은 해외 진출 방식이 정말 옳은 것일까?

다국적화의 길(going multinational)은 '수출→라이선싱→프랜차이징→

합작투자→지사→자회사' 순으로 진행된 것으로 국제경영학에서는 평가하

고 있다.

적극적인 의미의 해외 진출은 기업의 보유 자원을 적절하게 이용해 매출

및 수익성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소위 헤징(hedging)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기업환경을 둘러싼 변화에 대응하거나 공격적인 경쟁기업 또는 중요

고객을 따라 외국으로 진출한다면 소극적인 의미의 해외 진출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 보험회사, 호텔, 광고대행기업 등 용역 기반 기업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벤처 산업에서 야후가 선발주자로 한국에 들어온 것은 적극적인 의미로 해

석할 수 있으며, 라이코스의 경우 경쟁사에 뒤지지 않기 위해 들어왔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과정은 정통부 등 정부기관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내수시장 포화상태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적극적인 전략과 생존하

려는 소극적인 전략이 맞물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수출 단계에선 해외 현지 인맥과 개별 현지 출장을 통해 수집한 정보에 의

지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자회사를 설립하는 단계에선 현지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야후, 라이코스는 말할 것도 없이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썬, HP, EMC

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세계적인 컴퓨팅 업체들은 대부분 한국법인의 대표

에 한국인을 채용하고 있다. 단, 이들 외국계 컴퓨팅업체의 사장은 미국

유학이나 교포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 진출할 때도 외국기업의 이 같은 전략을 역이용하는 것

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 자회사 형태로 진출하려면 한국을 잘 아

는 현지인을 채용해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 같은 전략이 쉬운 것 만은 아니다. 미국을 잘 아는 한국인은 많지

만 한국을 잘 아는 미국인은 드물기 때문. 따라서 교포를 중심으로 현지인

을 채용해 진용을 갖추는 것이 해외진출 성공 비결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미 마케팅 전문가는 "대부분의 국내 벤처 기업들은 2~3년

간 미국 생활을 원하는 일등공신을 미국 법인의 책임자로 파견한 것만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솔직히 이런 류의 일등 공

신들은 미국 법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한심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류의 일등공신들은 본사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이

사로 권한을 한정하고 총책임자는 미국 물정을 잘 아는 현지인으로 채용해

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인큐베이션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벤처 산업의 특성때문에 해당 국가

에 진출해 있는 정부 유관 기관과 벤처캐피털, 컨설팅 업체들을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 정부 유관 기관

정보통신부(www.mic.go.kr)는 올해 일본(도쿄), 미국(보스턴), 중국(상

하이), 영국 등 4개국에 정보기술(IT) 지원센터인 '아이파크'를 설립한

다.

'아이파크'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운영을 담당하면서 국내 IT중소기업

의 현지 진출을 지원한다. 특히 현지 진출 IT 중소기업에 사무실과 초고

속 네트워크 등 기본적인 사무환경을 제공하고 벤처캐피털, 법률 및 회계

법인까지 알선해준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에 아이파크를 운영 중이며 5월 미국

보스턴에 세 번째 센터를, 6월께 일본 동경에 네 번째 센터를 개소할 예정

이다.

정통부는 "200여 국내 IT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

선 순위가 일본, 중국 상하이, 미국 동부, 영국 순으로 나타났다"며 "이

를 감안해 센터 설립 대상국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현재 운영중인 실리콘밸리와 개소를 앞둔 IT지원센터의 소장과

임직원을 현지인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아이파크를 현지화해 운영성과를

높일 방침이다.

해외IT지원센터 입주업체 모집은 15일부터 시작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

소프트웨어진흥원 홈페이지(www.software.or.kr)을 참조하면 된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지난해 미국 신흥 벤처 지구로 부상하고

있는 워싱턴 D.C.에 한국벤처지원센터(KVC)를 설치했다.

한국벤처지원센터는 올해 초 미국 버지니아 주 정부가 출자한 인큐베이팅

업체인 e-인큐베이터(e-Incubator)와 업무협약을 맺고 3월까지 국내 벤

처 기업 10개사를 현지에 무료 입주시킬 계획이다.

입주업체는 e-인큐베이터와 협약관계에 있는 유명 로펌, 컨설턴트 등의 자

문을 염가로 제공받고,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ESET와 연방정

부가 발주하는 계약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 외국계 컴퓨팅업체

컴팩, 썬,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국내 벤처 기

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올해 상반기 중에 국내 벤처기업과 일본 벤처기

업의 상호진출을 지원하는 ‘KJ액세스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솔루션은 일본썬의 판매망

을 통해 일본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썬은 일본썬을 통해 일본 벤처캐

피털의 국내 투자도 알선해줄 계획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7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인 '퓨전

(Fusion)'에 메디다스를 비롯한 국내 파트너를 초청, 해외 진출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SDS, TG인포넷, 어울림정보기술 등 국

내 파트너사들이 중국 및 동남아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

록 해당 국가의 마이크로소프트 지사에서 근무하는 마케팅 담당자와 이들

기업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작년에 국내 벤처기업에 350억원을 투자했던 한국오라클은 올해 투자규모

를 650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최근 국내 벤처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

는 오라클벤처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국내 기업들은 오라클벤처네트워크의 투자협력사에 영어로 된 사업계획서

를 제출해 해외자금 유치는 물론 진출 희망 국가의 협력업체를 알선 받을

수 있다.

컴팩코리아도 'e코리아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

며, HP는 '게라지(garage) 프로그램'을 활용해 벤처기업들의 인큐베이팅

과 해외마케팅을 지원해주고 있다.

◆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는 현대종합상사와 손잡고 벤처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

고 있다. 또 1988년 진출한 미국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일본, 중국 등에

지사를 설립해 이미 투자한 기업의 해외진출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현지사무소를 통해 벤처 기업의 미

국진출을 돕고 있으며 조만간 도쿄, 베이징, 홍콩 등 세계 10대 도시에 사

무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TG벤처는 홍콩에 현지법인 TG아시아벤처스를 설립했다. TG아시아벤처스

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과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돕고 점진적으

로 사업무대를 대만 등 아시아 다른 국가들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한국IT벤처투자는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미국 뉴저지에 상반기 중 현

지 사무소를 개설, 한국통신 뉴저지 사무소와 공조하며 IMT-2000, 초고속

통신망, 무선인터넷 등 차세대 통신기술 보유업체들을 진출시킨다는 그림

을 그리고 있다.

무한기술투자는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에 현지 사무소를 갖고 있으며,

신기술금융사인 삼성벤처투자는영국령 버진군도에 '삼성벤처인베스트먼

트'(자본금 10만달러)라는 가상회사를 세우고 이 업체로 우회해 미국 델라

웨어주에 '삼성벤처아메리카'(자본금 50만달러)를 세우는 방식으로 미국

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박형배기자 art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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