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는 정부의 갑작스런 '3강 재편론'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다양
한 해설과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있다.
정부가 점찍은 3강은 누구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종합 정보통신사업
그룹'으로 안착시킬 것인 지 궁금하다는 분위기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정부가 구상한 '3강'은 그 힘과 영향력, 지위면
에서 위력적이고 확고 부동하기까지 하다. 일단 '3강'으로만 지목되면 이
들에게 남겨진 목표는 '세계 시장' 뿐이다. 국내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
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 하는 과제와 수수께끼는 '3강을 만들
기 위해' 정부가 제시할 정책카드와 기업들에 열려진 가능성이다.
정부는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하게 '3강'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들 역시 주
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 종합통신사업그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의 유치'와 'M&A 활성화'
3강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카드는 '돈의 유치'와 'M&A 활성화'로
요약된다.
과당경쟁의 결론이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이라면 패자를 만들기 전에
우호적 합병을 유도하고 돈이 부족한 기업에는 자금을 쉽게 구할 수 있도
록 제도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올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출한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명
확히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시장규모에 맞는 경쟁체제 정착에 주력하되 업계 자율로 M&A
와 진입 퇴출이 상시 가능한 여건을 조성한다'고 명기돼 있다.
또한 '과당경쟁시장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억제하고 기존 사업자간 M&A를
활성화하여 시장규모에 부합한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독과점부문은 후발
사업자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 유효 경쟁체제를 구축'한다
고 했다.
안병엽 정통부 장관도 지난 20일 국회에서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
다.
안 장관은 "돈의 흐름을 원활히 촉진시키고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
적,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겠다"며 "역무체계 개선으로 종합통신사업자들
이 복합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법 개정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와 자금 조달도 지원해 주겠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산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한 반면 회수 기간은 10년이
넘게 걸리는 점을 고려, "사업자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서도 기업들이 돈
을 잘 끌어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단일 역무로 구분하고 있는 역무 구조 개
선'과 '전기통신사업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3가지 법에 대한 조정'이
거론됐다.
◆M&A와 '3강'
정부의 정책카드는 시장에서 기업간에 이어지는 인수 합병으로 표출될 수
있다.
안 장관이 제시한 공정거래법과 세법의 개선 모두 M&A의 활성화가 전제다.
과거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한국통신과 한통엠닷컴(당시 한솔엠닷컴)의
인수 합병 사례는 정부의 정책카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SK텔레콤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의 제한' 규정에 묶여 신세기통신
을 인수하는 데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합병 역시 법인 합병에 따른 세금
부담이 문제가 돼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두 사업자간 합병에는 1조원 넘
는 청산소득세가 자동으로 따라 붙는다.
한국통신의 한통엠닷컴 인수 및 한통프리텔과의 합병은 SK텔레콤처럼 상황
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은 절차'를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와 정통부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했다.
정부가 제시한 카드가 여기에 있다. 공정위를 비롯, 관계 부처와 협의도
거쳐야 하지만 기업간 인수 합병에 걸림돌로 여겨지던 법 체계에 매스를 가
하겠다는 게 정통부의 의지다.
물론 아직 확정적인 법 체계 연구와 개정 움직임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
다. 그러나 모든 장애를 제거해 주겠다는 정부의 공약 앞에 '3강'과 후보
사업자들은 또 한 번 '인수 합병'을 꿈꿀 수 있다.
◆다기업적 사업자와 종합통신사업그룹
정부가 제시한 M&A 활성화와 역무체계 개선은 시장에 '다기업적 사업자'라
는 신종 기업군을 만들어 낸다.
A사업을 하는 B사업자나 C사업을 하는 D기업 모두 속내를 들여다보면 '3
강' 멤버의 계열회사일 수 있다.
역무체계 개선을 통해 하고자 하는 사업과 서비스는 모두 제공할 수 있도
록 하고 기업간 인수합병 기회를 열어준다고 할 때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3강'의 멤버로 지목 받는 사업자들은 지금도 기업과 사업 형태가
그렇다. 앞으로 '3강'의 멤버가 되는 사업자들 모두가 이같은 다기업적 사
업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3강'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다.
◆한통 민영화와 열린 가능성
한국통신의 민영화는 정부가 추진하는 '3강 만들기'의 마지막일 수도, 불
발일 수도 있는 카드.
민영화 일정에 따라 한통의 새 주인이나 유력 주주가 되는 사업자가 '3
강'의 마지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물론 이는 정부가 진행중인 '소유 지배구조 연구'에 결말이 맺어져야 가능
한 일이다. 그것도 새 주인에게 경영권을 준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통신시장 재편에서 한통의 민영화는 조용하면서도 커다란 파장을 내
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한통의 유력 주주로 등극하
는 기업이 정보통신시장에 새로운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갖지 못한 IMT-2000 사업권과 유망성도 한통의 주요 주주가
되면 우회적인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다.
몇몇 대기업들은 그런 이유로 2월 초 한통 지분의 국내 지분 매각 당시 입
찰 참여 여부를 두고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y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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