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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라, 벤처(1)-벤처를 다시 보자


 

다시 일어서라, 벤처여!

새로운 밀레니엄의 첫 해인 2000년은 국내 벤처기업에게 그야말로 극단적

인 영욕의 해였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면서 이미 총체적인 위기에 빠

진 '주식회사 한국'을 구원할 '신경제의 핵'으로까지 주목받다가 미처 그

해가 다 가기도 전에 '거품의 화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내 '벤처 신화'의 대표격이면서도 연초대비 연말의 기업가치가 98% 가량

추락한 새롬기술이 이같은 영욕의 순간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회사 한국'을 구원할 한 축이 여전히 벤처기업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부 논란도 있지만 과거처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만

으로는 '주식회사 한국'을 재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진정으로 '주식회사 한국'의 '구원투수'로 자리잡으려

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기업 자체가 환골탈태해야 하

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적으로도 개선해야 할 점이 수두룩하다.

inews24는 신사(辛巳)년 새 해를 맞아 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5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일어서라 벤처여(1)-벤처를 다시 보자

"IT(정보기술)는 벤처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기도 전인 1999년부터 국내에는 이같은 등식이 성립되

고 급속도로 유포됐다. IT업종에 종사하는 신생기업은 모두 벤처기업이며

떼돈을 벌어줄 것이라는 근거없은 논리가 확산됐던 것이다.

이는 '묻지마 투자'로 이어졌다. 회사원은 물론이고 주부나 농부까지 빚을

내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는 IT기업에 투자를 했다. 나라 전체가 이미 끝

이 예고된 허황된 일확천금의 일장춘몽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이같은 착각

은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나 해당 직원들에까지 확산됐다. 미처 자

신의 기업을 되돌아 볼 틈도 없이 이미 '영웅'이 돼 있었다.

이처럼 잘못된 등식은 새 밀레니엄의 첫 해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잘못된

등식이 잘못된 삼단논법을 만들고 IT산업 전체를 매도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새 밀레니엄의 첫 해인 경진(庚辰)년이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먼

저 청산해야 할 것이 바로 이 그릇된 삼단논법이다. 즉 "IT는 벤처다. 벤처

는 거품이다. 고로 IT는 거품이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IT가 곧 벤처는 아

니기 때문에 IT 모두가 거품으로 인식돼서는 안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정보통신 산업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세계 경제가 IT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국민총생산(GNP) 가운데 정보통신사업이 차지

하는 비중이 이미 10%를 넘어섰다. 특히 수출 비중을 고려할 때 정보통신

산업은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분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시장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인구는 곧 3천만명에 육

박한다. 인터넷 인구도 2천만명에 가깝다. 초고속인터넷 사용자도 1년만에

400만명에 육박했으며 내년이면 1천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지만 국민들은 월평균 16만

원의 통신비를 지출하며 이 분야에서만은 매우 적극적이다.

투자도 잇따라 예정돼 있다. 정부는 2001년에 정보화 예산으로 1조원 이상

을 집행할 예정이다. 정보산업의 수요를 촉발시키기 위해서다.

매년 수조원씩 투자되는 IMT-2000과 위성방송사업도 기다리고 있다.

한 마디로 IT 산업의 미래는 과거보다 더 밝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잘못된 삼단논법은 지금도 엄존하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

는 막대하다. 집중적인 연구개발 끝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

고도 운영자금을 마련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

개인이나 기관이나 할 것없이 'IT는 벤처다'는 그릇된 등식만 믿고 '묻지

마 투자'를 하다보니 그동안 정현준과 진승현처럼 '위장된 벤처'와 '진정

한 벤처'를 구별할 눈을 가질 능력이 없었고 그렇게 피해를 본 다음에는 건

실하고 성장성 높은 벤처마저 알아볼 줄 모르는 무지에 빠진 것이다.

따라서 정도를 걷는 진짜 벤처와 사도(邪道)로 빠지는 위장벤처를 구분할

줄 아는 합리적인 투자시스템을 회복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투자시스템과 함께 정책 입안자들도 벤처를 다시 봐야 한다.

벤처는 콩나물이 아니다. 콩나물은 물만 주면 알아서 큰다. 하지만 벤처는

물(돈)만 준다고 성장하는 게 아니다. 특히 벤처에 주는 물은 자칫하면 콩

나물 시루에 주는 물처럼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콩나물이 아니라 나무를 대해듯 해야 한다. 토양과 공기와 물과 모

든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게 '합리적인 시장'으로 대변될 수 있

다. 기업가들이 예측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벤처 기업인 스스로도 자신의 기업을 다시 봐야 한다.

환경이 급변했다. 정부나 '묻지마 투자자'들의 '눈 먼 돈'을 더 이상 기대

해서는 안된다. 진짜 '돈을 버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 과학자가 극한 환경에서 밀알의 생존 능력을 실험했다고 한다.

나무상자에 밀알을 넣고 싹이 트기를 기다린 것이다. 놀랍게도 밀알은 끝

내 싹을 틔우고 말았다.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과학자는 밀알의 생명력에 감탄하며 실뿌리의

총연장을 현미경으로 재보았다. 도대체 그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길이는 무려 1만3천Km에 달했다.

맨 눈에는 보이지도 않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겨우 형태를 짐작할 수 있

을 만큼 연약하기만 한 그 밀알의 뿌리는 1만3천Km를 돌아다니고서야 이미

말라버린 나무상자에서 수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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