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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위기 맞은 P2P, 살아날까?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P2P(Peer-to-Peer)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999년 냅스터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 네티즌들을 매료시켜왔던 P2P 네트워크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음반업계 등의 파상 공세에 시달리던 P2P 사이트들은 지난 6월 미국 대법원이 'P2P업체도 파일 불법 교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면서 그로기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의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당나귀'로 통하던 e동키의 서비스 중단 선언. 비트 토런트(Bit Torrent)와 함께 3세대 P2P의 선두주자 노릇을 했던 e동키 운영업체인 메타머신은 더 이상 서비스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동키 폐쇄 소식은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왔다.

기로에 선 P2P 업체들의 향후 운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P2P 업체들이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형태의 P2P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P2P 부활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때마다 이를 피하는 기술이 나왔다는 점을 꼽고 있다.

◆ P2P 1세대 '냅스터', 2년만에 몰락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P2P란 명칭을 처음으로 선사한 것은 1999년 등장한 냅스터였다.

일리노이대학 재학생이던 숀 패닝이 개발한 냅스터는 처음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언론들이 냅스터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수천만명에 달하는 네티즌들이 디지털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자유의 공간'으로 떠올랐다.

◇ 주요 P2P별 세대별 분류(참고: C넷)

1세대 냅스터, 스카우어익스체인지, 오디오 갤럭시, 아이메쉬
2세대 그누텔라(라임와이어, 베어쉐어, 모피어스 포함), 카자, 그록스터
3세대 비트토런트, e동키, e뮬, 엑심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디지털 음악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당시 상식으론 혁명이나 다름 없었다. '현상 파괴적인 기술'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냅스터를 음반 업체들이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음반업체들은 냅스터로 대표되는 P2P가 자신들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암세포로 간주했던 것이다. 때마침 음반산업이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P2P는 '음반산업을 갉아먹는 암세포'로 규정됐다.

결국 음반 업계는 냅스터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냅스터가 첫 등장한 바로 그 해 음반산업협회(RIAA)를 통해 냅스터 서비스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

샌프란시스코 법원는 음반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0년 7월 냅스터에 음악 교환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어 2001년 2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판결을 뒤집어지지 않았다. 결국 '자유의 상징'으로 각광받던 냅스터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냅스터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03년 10월 합법적인 온라인 음악 서비스란 기치를 내걸고 컴백했다.

하지만 냅스터가 잠시 문을 닫고 있는 사이에 디지털 음악 시장의 상황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애플컴퓨터의 '아이튠스'가 디지털 음악 시장을 완전 접수하면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냅스터는 최고의 자리를 되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1세대 P2P였던 냅스터는 중앙 서버를 두고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것이 특징. 따라서 이 같은 서비스 방식은 기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개인들간의 파일 공유에 냅스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어서 책임 소재를 피할 수가 없었던 것. 냅스터가 법의 논리를 앞세운 음반 업계의 공세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 중앙서버 제거한 2세대 P2P들, 분위기 주도

냅스터가 음반업계의 융단 폭격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을 무렵 서서히 다른 방식의 P2P 서비스가 등장했다. 중앙 서버방식의 P2P가 법망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식한 개발자들이 중앙 서버 없는 P2P 네트워크를 개발한 것.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그누텔라, 카자, 그록스터 등 2세대 P2P 업체들이다. 이 P2P들은 네트워크를 통제하지 않는 방법을 채택, 냅스터처럼 무차별적인 공세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음반 업계는 '2세대 P2P'에 대해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RIAA는 2001년 10월 카자, 그록스터, 뮤직시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2003년 10월에는 파일 교환을 한 개인 사용자들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하는 초강공책을 꺼내 들었다.

중앙 서버가 없었던 2세대 P2P들과 음반 업계의 공방전은 냅스터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록스터의 경우 LA법원으로부터 이용자의 파일 교환 행위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항소심에서도 이 판결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로 의기양양했던 P2P업체들은 대법원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6월 미국 대법원이 "P2P 업체도 불법적인 파일 교환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 2세대 P2P업체들도 음반 업체의 소송 공세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대법원 판결이 나온뒤, 호주 법원은 카자에 대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끈질지게 저항했던 그록스터 역시 생존을 위해 합법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흘러 나왔다. 그록스터는 현재 합법화를 위해 메쉬박스와 인수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P2P를 둘러싼 주요 사건들(참고: C넷)

-1999.봄: 냅스터 베타 프로그램 공개-1999.12: RIAA 냅스터 제소-2000.3: AOL 자회사 널소프트, 그누텔라 코드 온라인서 공개-2000.7: RIAA 스카우어 제소-2000.7: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 냅스터에 음악 교환 중지 명령-2001.2: 항소법원, 냅스터 명령 인정, 냅스터, 음악 교환 서비스 중지키로-2001.10: RIAA 카자, 그록스터, 뮤직시티(현 스트림캐스트네트웍스) 제소-2002.2: 비트 트런트 등장-2003.4: LA 법원, 사용자 저작권 침해에 그록스터 책임 없다고 판결-2003.9: RIAA, 개인 파일 교환자들 상대로 첫 제소-2004.7: 비트토런트,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차지했다고 발표-2004.8: 항소법원, 로스앤젤레스 판결 지지-2004.10: e동키, 카자 추월-2004.12: MPAA, 비트토런트 상대 법률 공세 시작-2005.6: 대법원, P2P도 개인들의 불법 파일 교환에 책임있다고 판결-2005.8: MPAA, 개인 사용자 대상 무더기 제소-2005.9: 호주법원, 카자에 저작권법 위반 판결-2005.9: 그록스터, 메쉬박스간 피인수 협상(월스트리트저널 보도)-2005.9: e동키 운영업체, 서비스 중단 발언-2005.9: 비트토런트, 벤처캐피털로부터 875만 달러 투자 유치

◆ 3세대들도 휘청

2세대 P2P들이 음반 업계와 혈전을 벌이는 동안 또 한 단계 진전한 P2P 네트워크가 사용자들을 사로 잡게 된다. '3세대 P2P'로 불리는 비트 토런트, e동키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

비트 토런트와 e동키는 2세대 P2P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분산 처리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병목 현상과 불안전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

이들은 특히 대용량 파일을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어 음악보다는 영화 관련 콘텐츠 공유 공간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와 함께 검색 기능이 강화돼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강점에 힘입어 비트 토런트는 2004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파일 교환 트래픽을 일으키는 P2P로 떠올랐고, e동키는 같은 해 동시 사용자수에서 카자를 따라잡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비트 토런트는 '스파이더맨' '매트릭스' '스타워즈 에피소드3' 등 유명 영화 파일 교환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헐리우드 영화사들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헐리우드 영화사들은 올 상반기에 비트 토런트를 이용해 불법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링크해준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압박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법원이 P2P 업체들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으면서 3세대 P2P들도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최근 e동키가 사실상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 P2P의 미래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P2P는 분명 엄청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연 P2P는 이대로 사라질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거대 엔터테인먼트 조직에 굴복하는 P2P도 있겠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변신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합법화를 통해 법의 테두리안으로 들어가거나,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고,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P2P들이 공존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음반 업계로부터 융단 폭격을 당하고 있는 P2P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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