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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GF리테일, 편의점 업계 최초 노조 설립


민주노총 가입 신청 접수…성과급·연봉에 대한 불만 쌓인 듯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성과급 30% 줄어"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노동조합이 설립된다. 편의점 업계 최초 사례다. 최근 복지, 성과급 감소 등이 노조 설립을 촉발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노조의 필요성이 간간이 제기됐지만 경영진 설득으로 무마된 바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부터 BGF리테일 직원들의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가입 신청 접수가 시작될 예정이다. BGF리테일 직원들 1350여 명이 모인 익명 대화방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대표자와 중앙간부 등이 이미 정해진 상태다. 이들은 먼저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에 가입한 후 BGF리테일 지부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BGF리테일 직원 수는 3303명이다.

서울 한 CU 매장에 신규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서울 한 CU 매장에 신규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BGF리테일의 노조 설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도 두차례에 걸쳐 직원들 사이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설립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영진의 설득이 있기도 했지만, 편의점 업계 특성상 영업직군이 많아 규합이 어렵다는 점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지며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BGF리테일의 한 직원은 "몇 년 전 노조가 생기려고 했을 때는 당시 이건준 대표이사가 영업부를 돌면서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 감소와 처우 보상 등에 대해 약속하고 설득하면서 노조 설립이 백지화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 약속은커녕 기존에 있던 콘도 숙박 같은 복지도 없어지고 업무는 과부하하는 등 환경이 더 힘들어져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만들지 않으면 더는 희망이 없다는 분위기가 컸다"고 전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성과급 규모를 전년 대비 30%가량 줄이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BGF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8조2000억원, 영업이익 253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 대비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3%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9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이와 관련,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를 제외한 BGF리테일의 영업이익·경상이익 등의 2023년 실적이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조직 인센티브 지급 수준도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우리 앞에 놓인 길도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BGF의 정신으로 다시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BGF리테일은 주주 배당금의 경우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BGF리테일은 1주당 배당액을 2021년 2400원에서 △2022년 3000원 △2023년 4100원으로 올렸다. 올해 배당금은 지난해와 같은 4100원이다.

이에 지주사 BGF와 홍석조 BGF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은 BGF리테일 지분(지난 3월 기준 922만9171주)에 따라 213억원을 배당받게 됐다.

CU 브랜드 로고. [사진=CU]
CU 브랜드 로고. [사진=CU]

또 지주사인 BGF는 올해 1주당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10원(9.1%) 올린 120원으로 결정했다. BGF 지분 32.4%를 보유하고 있는 홍석조 회장은 37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됐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부회장은 지분 20.8%로 24억원, 차남인 홍정혁 사장은 지분 10.5%로 12억원을 각각 받는다.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 등 친인척 7명도 총 6억8000만원을 받는다.

성과급은 줄고 배당금은 소폭 늘어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BGF리테일 일부 직원들은 지난 2월 말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발적인 모금으로 약 200만원이 모였다. 트럭 전광판에는 '두 얼굴의 영업이익, 밖으로는 자랑거리 안에서는 핑계거리, 지원 감축은 BGF'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이후 BGF리테일은 사흘의 유급휴가 제도 신설과 복지포인트 상향을 제시했다.

연봉인상률에 대한 불만도 있다. 지난달 회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이 4.4%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직책과 성과 등에 따른 평균에 불과하다. BGF리테일 직원은 "고과 성적이 월등히 좋지 않은 이상 대부분 연봉 인상률이 2%에 불과한데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연봉이 깎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트럭 시위 이후 복지가 신설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노조 설립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모인 상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BGF리테일 노조가 설립될 경우 동종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종사자들은 영업직이 대부분이라 모이기 쉽지 않은데 BGF리테일에서 노조가 생긴다면 경쟁사 종사자들도 자극받으며 우후죽순 노조 설립 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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