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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CDMA 기술유출, 정부 '방치의혹'


 

IT 강국의 밑거름이 됐던 'CDMA 상용화 기술'의 해외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사실을 미리 알고도 정부가 방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대시스콤의 CDMA 상용화 기술을 지난 4월 양도받은 중국계 통신기기 업체인 유티스타컴의 해외사업 담당 마이클 스칼진스키 부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기술 양도 계약을 맺으면서 당시 ETRI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가 연구기관인 ETRI가 유티스타컴에의 CDMA 상용화 기술이전 사실을 7개월전에 알고도 그동안 묵인해 왔음을 시사하는 데다, 정보통신부도 사전에 계약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유티스타컴은 자회사인 유티스타컴코리아를 통해 현대시스콤의 보유 이동통신 기술 중 85% 가량을 넘겨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적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유출된 CDMA 상용화 기술을 다시 주워담기는 때가 늦은 것으로 우려된다.

◆ETRI-유티스타컴 '진실게임'

유티스타컴의 스칼진스키 부사장은 "ETRI로부터도 조건부 동의를 받아 로열티 협상을 거의 끝낸 상황"이라며 "ETRI가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동의를 구하기로 한 상황이이어서 우리가 굳이 나서서 삼성, LG 등의 동의를 따로 구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스칼진스키 부사장의 이같은 주장은 기술이전 계약에 대해 지난 9월 현대시스콤의 새 경영진의 문의를 받은 뒤에야 알았다는 최근 ETRI의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는 또한 "당시 공정위에 계약확인을 받아 적법하게 CDMA 기술과 인력을 인수키로 한 것"이라며 "현대시스콤의 새 경영진이 우리에게 통보도 없이 계약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ETRI 기술이전·지적재산권 관계자들은 "유티스타컴에 기술이전을 동의해준 것은 지난 2000년부터 2년간 개발한 IMT-2000 비동기 기술에 관한 것이지, 지난 93년부터 5년간 개발한 CDMA 상용화 기술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ETRI 지적재산권 관계자는 또한 "IMT-2000 비동기 기술은 현대시스콤, 삼성전자 등 12개 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ETRI가 개발해 준 것"이라며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개발한 과제이기 때문에 ETRI가 (법적으로) 무조건 동의를 해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 기술 유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CDMA 상용화 기술 부문이기 때문에 IMT-2000 비동기 기술의 해외 이전에 대해서는 언론에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즉, 유티스타컴이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추려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묵인 책임 피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쳐도 ETRI가 수출전략 통제 물자인 CDMA 상용화 기술의 해외 유출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적어도 현대시스콤과 유티스타컴간에 IMT-2000비동기 기술외에 CDMA기술거래도 이뤄지고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TRI 관계자는 IMT-2000 비동기 기술 이전 당시 현대시스콤과 유티스타컴 간의 CDMA 상용화 기술 이전 사실을 정말 몰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4월) 당시 문의를 받긴 했지만, 삼성, LG 등과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동의를 해 줄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ETRI도 CDMA 상용화 기술이전을 당시에 이미 인지했다는 뜻이다. .

이는 그동안 ETRI가 유티스타컴에의 CDMA 상용화 기술이전 사실을 지난 9월 현대시스콤 신임 경영진의 문의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고 주장해 온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ETRI는 유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현대시스콤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CDMA 상용화 기술의 지적재산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국가 연구기관이다

또 ETRI 상급기관인 정통부도 이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스칼진스키 부사장은 "ETRI와 조건부 동의 계약을 맺은 직후 정통부 관계자와 만나 한국에 R&D센터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혀 당시 정통부도 유티스타컴으로부터 CDMA 상용화 기술을 양도받은 사실을 보고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스칼진스키 부사장은 "당시 정통부 관계자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 지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기억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한 관계자는 "지난 9월에 유티스타컴 관계자를 만났다"며 "이때 R&D센터 유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을 물어와 지원 정책을 설명해 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어 "그 자리에서 유티스타컴이 현대시스콤과 맺은 CDMA 상용화 기술 양도 계약을 언급해 직전달인 8월에 CDMA 해외 기술 이전을 금지한 산업자원부의 정책발표 내용을 설명해 준 뒤 산자부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임을 주지시켜 줬다"고 해명했다.

◆기술이전 무효화될 가능성 높아

아무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티스타컴의 CDMA 상용화 기술 양도 계약은 앞으로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 LG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유티스타컴이 한국에 법인을 두고 해당 기술을 양도받았기 때문에 '수출전략 통제물자의 해외 유출' 위반 여부는 충분히 피해갈 수 는 있을 지 몰라도, 향후 CDMA 사업 전개를 위해서는 걸림돌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유티스타컴이 한국에서 CDMA 단말기나 장비 등을 개발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인 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양도 기술이 수출전략 통제물자에 묶여 있는 것을 풀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티스타컴은 ETRI가 이 문제를 풀어 주기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사자인 ETRI가 "어림도 없다"는 입장인 데다, 또 하나의 적수를 만들 수 있는 기술 이전을 삼성전자, LG전자가 동의해 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업계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티스타컴은 산자부, 정통부, ETRI 등을 만나 해당 기술의 양도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술유출 피해는 클 듯

양도계약이 무위로 끝나도, 기술 유출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티스타컴은 현대시스콤이 보유한 이동통신 기술 중 거의 대부분을 넘겨 받은 데다, 해당 정예 연구인력 52명을 인계받아 서울 여의도에 R&D센터를 세워 가동중이다.

양도 계약을 맺은 뒤 지난 7개월동안 CDMA 상용화 기술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 지 가늠하기 힘들다.

비록 해당 CDMA 상용화 기술이 2세대에 속하는 기술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3세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간의 기술 격차를 놓고 벌이는 피말리는 시간싸움에서 유티스타컴 등이 상당한 시간을 단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초래되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또 하나의 강한 적수를 키우는 셈이다.

실제로 유티스타컴은 국내 R&D센터 인력을 2005년말까지 300~4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인 데다, 내년 매출 목표를 40억달러로 늘려 잡고 있다. 유티스타컴은 중국산 PHS 단말기를 지난 해 2천~2천200만대를 파는 등 총 2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년 매출 중 40%를 이제 시작하는 CDMA 사업으로 채울 야심찬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해 8억달러 매출을 거둬 들인 북미 단말기 유통회사인 오디오박스 인수를 추진, 내달 확정할 예정인 데 이어 현대시스콤을 비롯해 1~2개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의 CDMA R&D 부문 인수를 추진중에 있다. 인수 협상중인 단말기 제조사로 기가텔레콤, ,텔슨전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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