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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구멍난 CDMA 지적재산권 관리


 

우리나라가 피땀 흘려 일궈 낸 CDMA 상용화 기술의 지적재산권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가 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ETRI) 주관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시스콤 등이 지난 93년부터 97년까지 5년간에 걸쳐 공동 개발한 CDMA 상용화 기술은 우리나라가 무선통신 기술종속국의 설움에서 벗어나 주도국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컸다.

하지만, 한 기업이 이 기술을 임의로 중국계 미국 통신회사인 '유티스타컴'에 넘겼는데도 그 사실을 지난 8개월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점은 큰 충격을 던져준다. 특히 CDMA 상용화 기술의 지적 재산권을 스스로 지켜가야 할 ETRI가 전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ETRI,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시스콤 등은 CDMA 상용화 기술의 지적재산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어 서로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임의로 양도할 수 없게 돼 있다.

현대시스콤의 신임 경영진이 기업실사 과정에서 (전임 대주주 시절) 회사가 유티스타컴에 양도한 CDMA 상용화 기술 매각 자체가 여러모로 부적절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ETRI에 문의했던 것이다.

물론 ETRI는 이 문의를 받고 즉시 "공동 소유의 지적재산권이기 때문에 상호 합의 없이 양도는 불가하다"는 공식 입장을 통보했지만, 이미 유티스타컴에 기술이 넘어간 지 7개월이 흐른 뒤였다.

ETRI 관계자는 "M&A는 보통 은밀하게 진행된다"며 "때문에 우리가 이를 미리 감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대시스콤과 유티스타컴 간의 CDMA 상용화 기술 매각 얘기가 작년 말부터 나돌기 시작해 올초 확정되었는데도 ETRI가 그동안 시스콤에 한번도 이를 묻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대시스콤은 지난 4월 감사 보고서에서 "미국 소재 법인인 유티스타컴에 모든 지적 재산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도 말이다.

기술 양도 계약 당시 현대시스콤의 대주주였던 쓰리알의 장성익 사장이 독자적으로는 기술을 매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 점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대주주가 회사의 무형자산이 어떤 경위로 얻어진 것이며, 그 소유권이 어떤 상태인지를 몰랐다는 점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장 사장의 해명은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과 기술격차를 놓고 피말리는 시간싸움을 벌이고 있다. 벌써 휴대폰 기술 격차가 2년으로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기술 격차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전략수출 물자로 지정된 CDMA 상용화 기술을 누구도 모른 채 외국 업체에 넘겨줬다는 점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나 관련 업체들은 이제라도 지적재산권 관리에 구멍이 없는지 철저히 살펴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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