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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끊이지 않는 ETCS...기술방식 선정부터 재고해야


 

경쟁사의 성능시험 방해 혐의로 인한 법정분쟁, SI 시장에서 재현된 '1원 입찰', 독점 사업자의 급작스런 사업포기 선언 등 도로공사의 통행료자동징수시스템(ETCS)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같은 잡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IR(적외선) 방식과 RF(주파수) 방식을 병용하기로 한 도로공사의 기술방식 선정을 원점에서부터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애초 도로공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RF 방식이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ETCS 구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 IR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다.

27일 관련업계는 도로공사가 이미 사업기간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IR방식을 병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ETRI가 정부예산을 들여 개발한 RF방식이 오스트리아 이프콘사의 원천기술을 사용하는 IR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향후 서비스와 단말기 수출에 유리한 기술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도로공사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가 다시 협의를 통해 ETCS 사업의 근본적 문제점과 조기 서비스 제공, 향후 수출효과까지 고려하여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고속도로 ETCS사업은 당초 2002년 전국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RF기술 국가표준 제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돼 2004년 전국서비스를 제공키로 수정했다. 그러나 RF방식을 배제하려는 도로공사의 움직임에 대해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 다시 1년 이상 지연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

IR-RF, 왜 함께 가나?

정보통신부는 지난 98년 고속도로 ETCS 사업의 기술방식을 RF방식으로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23억원의 예산을 지원, ETRI에 관련 기술을 개발토록 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이미 정해놓은 수동형 DSRC 기술이 RF방식(능동형 DSRC라고도 함)에 비해 단말기 비용이 저렴하고 서비스 확장성이 우월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정통부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RF방식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수동형DSRC 주파수를 회수, 강제적으로 수동형 DSRC 사업을 중단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도로공사는 기술시험을 거쳐 RF방식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으나 한편으로는 오스트리아의 이프콘사가 보유하고 있는 ETCS의 또 다른 기술인 IR방식 역시 기술시험을 거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발표했다.

이 과정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정통부의 권고에 의해 수동형DSRC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도로공사는 주파수를 이용한 RF방식만을 ETCS에 적용할 경우 주파수 할당 권한을 가진 정통부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IR기술이 ETCS의 새로운 기술방식으로 도입될 당시 업계에서는 도로공사가 정통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로공사가 실시한 RF방식과 IR방식에 대한 기술평가에서 RF방식은 고의성이 엿보이는 사고로 인해 기술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탈락하게 된다. IR방식은 삼성SDS가 유일하게 기술평가를 통과, 사업권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이 "국가표준으로 지정된 RF기술을 ETCS에서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은데다 사고로 인해 기술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점을 인정, RF방식에도 다시 기술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도로공사에 권고하게 된다.

이와 관련, 도로공사는 최종적으로 전국 고속도로의 ETCS는 IR방식과 RF방식을 병용하기로 하고 이 두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기술 방식 논란을 종결했다.

"기술 병용이 해결책 아니다"

전국 고속도로에 IR방식과 RF방식의 두 가지 기술로 ETCS를 구축하고 이를 통합하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가장 비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방식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두 가지 기술로 ETCS를 구축하고 통합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하나의 기술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30~40% 가량 추가로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단일 기술에 비해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비용이 다소 더 드는 것은 인정하지만 세계의 ETCS 기술이 RF기술과 IR 기술 가운데 어느 쪽으로 발전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가지 기술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향후 수출전략에 유리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경쟁 격화의 문제점 역시 지적 대상이다. 특히 현재 IR방식에서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삼성SDS가 유일해 독점사업자 선정에 따른 폐해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RF기술을 활용해 ETCS사업 참여를 계획중인 포스데이타는 사업 참여 기회를 얻기 위해 SI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경쟁 관행인 '1원 입찰'을 시도, 업계에 물의를 빚었다.

포스데이타는 "1원 입찰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은 알지만 통합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1원에라도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IR기술을 들여다 볼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반해 IR방식의 독점 사업자인 삼성SDS는 수익성을 문제 삼아 시범사업 참여를 돌연 거부하고 나섰다.

한 쪽에서는 경쟁이 격화돼 1원 입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점사업자 구도의 IR방식에서는 사업자에 의해 도로공사가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삼성SDS가 시범사업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포스데이타는 1원 입찰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참여한 사업에서 여전히 IR기술을 들여다볼 기회를 잃게 됐다.

또 도로공사는 통합시스템 개발 일정을 다시 뒤로 미뤄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도로공사가 기술방식에 대한 논란을 두가지 기술 병용이라는 안일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데다 IR기술에서는 독점 사업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 결과적으로 도로공사의 사업을 지연시키는 족쇄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출과 국가전략 위해 국산기술로 재고돼야

도로공사는 IR방식과 RF방식의 병용 이유에 대해 "향후 세계적인 기술추이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두가지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잘못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IR기술은 오스트리아 업체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단말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도로공사가 IR기술을 상용화하더라도 단말기 전량을 수입해 와야 하는 것.

향후 IR기술을 통해 수출시장을 공략한다 하더라도 단말기 판매나 원천기술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전혀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반면 RF기술은 정통부 예산을 들여 ETRI가 개발한 국산 기술. 이미 국내 업체들이 단말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도 ETRI가 확보하고 있다.

해외에 수출할 경우 국산 단말기와 운용기술 등이 해외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개발한 ETRI의 임춘식 박사는 "이미 동남아시아 여러나라들과 RF기술 및 단말기 수출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로공사는 오는 2006년까지 전국 205개 고속도로 요금소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1천200만대 차량에 단말기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1조원 가량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여러 국가들이 이미 ETCS 사업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평가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산기술로 개발된 RF기술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정부차원의 ETCS 기술방식 선정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는 것이 IT기술과 제품 수출을 위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CDMA의 성공사례를 ETCS에서 재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정통부와 건교부, 도로공사가 심도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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