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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저축은행 노사 갈등 격화…절반 타임오프 vs 임금 20%↑


"임단협 빌미로 권리축소 요구" vs "조합원 축소…불가피" '핑퐁 게임'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J트러스트의 금융 계열사인 JT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JT캐피탈이 '도미노' 노사 분쟁을 겪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의 노사간 상흔이 채 봉합되기도 전에 JT저축은행이 도마에 오르며 또 한번의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는 절반으로 깎인 '타임오프제'를 두고 반발이 거세다. 사측은 노조가 임금·복지 20% 인상 등 무리한 임금협상안을 제시해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간 일본계 이미지 쇄신에 전력투구했던 J트러스트 그룹은 여러 해 노사 갈등이 불거지며 공든 탑에 흠집을 남기고 있다.

◆타임오프제 2천시간→1천시간 '뚝'…노조가입 불가 직책·부서 지정

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J트러스트 특별조직위원회에 따르면 JT저축은행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을 치르며 노조에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축소를 제안했다. 당초 2천시간으로 합의했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절반인 1천시간으로 줄이라는 요구다.

근로시간면제는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단체교섭 참석 등 노조 활동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을 일반 근로노동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근로시간면제가 보장되지 않으면 근무 외 시간만 노조활동에 쓸 수 있어 사실상 노조 와해와 다름없다는 게 노조 측 판단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무금융노조에 속해 독립 지부로 활동 중인 저축은행 노조는 8곳인데, 이들 중 노사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의 권리를 축소한 전례는 없다. 이례적인 요구"라고 설명했다.

류순건 법무법인 인화 노무사는 "근로시간면제 1천시간 요구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완전 전임자(완전 근로시간 면제자)를 인정하지 않는 게 노조에 실질적으로 개입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직책과 부서를 명시해 노조 축소를 부추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측이 제안한 안에 따르면 부장과 본부장, 팀장, 지점장 등 관리감독직, 경영지원본부, 재무관리본부, 감사팀 및 준법감시업무 종사자, 마케팅과 홍보, 전산팀 등에 소속된 직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류 노무사는 "보통 사용자의 이익대표자는 노조 가입이 제한돼 있다"며 "하지만 JT저축은행의 요구안은 일반적인 범주와 비교해 상당히 넓은 수준이다. 통상 직책은 고급 사용자인 본부장 이상급, 부서는 인사나 홍보팀 등에 국한된다"고 이야기했다.

◆"노조에 불리한 합의서, 전 계열사 기준점으로 제시한 셈"

근로시간면제 1천시간의 근거는 계열사인 JT친애저축은행의 2017년 임단협 합의서다. 노조 측은 "사측이 JT친애저축은행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1천시간으로 못박은 뒤 JT저축은행도 같은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하려는 속셈"이라고 전했다.

JT친애저축은행 노조는 2015년 4월 설립된 뒤 회사와의 임금 협상이 번번이 결렬되자 파업과 노사간의 법정공방 등 첨예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17년 극적인 타결을 맞았지만 노조 집행부 3인에게 각각 근로시간면제 1천시간을 부여하는 등 세부 항목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나왔다. 피케팅 등 쟁의행위를 할 경우 근로시간면제와 조합사무실 사용권을 말소하는 조항도 또 다른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근로자의 기본 권리인 노동3권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일컫는다. 이중 단체행동권에는 파업, 태업, 보이콧, 피케팅이 포함된다. 여기서의 피케팅은 플랜카드를 걸거나 게시물을 들고 집회하는 등의 행위를 넘어 파업 동조를 종용하는 출근 저지와 홍보행위 전반을 일컫는다.

앞서 지난 3월 흥국저축은행 노조도 출근시간 전인 오전 8시 50분 조합원이 '노조탄압 중단' '대표이사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노조원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자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JT친애저축은행 노조는 2년 2개월간의 다툼에 노조원 절반이 떨어져나가며 합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두성학 사무금융노조 여수신본부장은 "JT친애저축은행이 파업을 치르며 부침이 심했다"며 "사측이 불법 파업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19명이 법정에 섰고, 결국 노조 측이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320명이던 조합원 중 140명이 노조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어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등 J트러스트 3사에서 JT저축은행이 '핵심 타겟'이라고 불린다"며 "세 곳의 계열사 중 근로시간면제가 전 시간(풀타임) 적용되는 회사가 JT저축은행 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조탄압" vs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 핑퐁게임 점입가경

노조와 사측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며 사무금융노조 내 J트러스트 그룹 임단협을 전담하는 특조팀이 꾸려지는 등 판이 커졌다. JT저축은행의 임단협이 J트러스트 계열사 3곳의 노조와 사무금융노조, J트러스트 그룹의 싸움으로 비화한 셈이다.

J트러스트는 아직 협상 단계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요구안이 논란의 중심이 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도 임금과 복지 20% 인상 등 과도한 협상안을 들고 왔다는 반박이다.

J트러스트 관계자는 "JT저축은행은 인사평가 시스템이 옛 SC저축은행을 기준으로 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개선안을 내놓은 것인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촉발됐다"며 "인사권은 사측의 고유권한인데도 노조원과 직원들을 모아 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조합원 99인 사업장까지는 2천시간의 근로시간면제를 보장하는데, 해당 인원이 줄었으니 조정이 가능하겠느냐는 제안이었을 뿐"이라며 "인원에 비해 노조 사무실이 크다는 의견이 있어 이 부분도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의 협상안도 일부 언급했다. J트러스트 관계자는 "반대로 노조에서는 20%가 넘는 임금, 복지 인상안을 제시했다"며 "노사 갈등이 깊어진 데에는 노조의 무리한 임금 요구도 일조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식 경영+한국형 노조 불협화음…노조 설립 눈치보기

한편 일본계 저축은행에서 잡음이 일면서 일본의 폐쇄적인 기업문화가 한국형 노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인 경영진들은 한국의 노동조합 문화, 단체에 반해 다른 의견을 내거나 노동자가 투쟁을 하는 행동을 익숙지 않아 한다"며 "일본계 자금으로 운영되는 회사들은 그만큼 일본 경영진의 입김이 강해 (한국 입장의) 의견 관철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일본계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노조가 설립된 J트러스트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반박도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에 근무했던 A씨는 "(노조가)왜 없겠냐. 수면 아래의 갑질 때문"이라며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저축은행 상위권에 줄을 설 만큼 규모가 큰 데도 노조는 과거 SC저축은행 등 노조가 있던 금융사를 인수한 J트러스트 계열사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J트러스트는 오히려 노조가 설립된 탓에 다툼이 더 깊어 보이지만, 일본계 저축은행들은 아예 노조 자체가 없어 갈등도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동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은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관계가 상당히 협력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본의 근로조건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두루 높기 때문에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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