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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인증 민간기관으로 이양"…벤처혁신대책 발표


벤처확인제도 민간 이양·모태펀드 자율성 확대 등 조치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앞으로 벤처기업 지정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벤처투자촉진법을 제정해 벤처캐피털의 자생력 확보와 투자 확대를 도모하고, 모태펀드 운용을 민간투자 후원 방식으로 변경해 시장친화적으로 개편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재편·성장을 골자로 하는 벤처혁신대책을 31일 발표했다. 중기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벤처 정책을 보다 민간 주도적으로 전환하고, 벤처기업을 선별할 때 혁신성·성장성을 보다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이틀 간격으로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과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민간이 벤처기업 여부 결정…혁신성·기술성 강조

그간 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벤처캐피탈협회 등 공공기관 중심으로 이뤄졌던 벤처확인이 이제부터는 신설되는 민간 벤처확인위원회 중심으로 이뤄진다. 벤처확인위원회는 선배 벤처, 벤처캐피털, 전문 기술인력 등 민간 벤처전문가로 구성된다.

벤처업계에서는 현행 벤처확인제도가 지나치게 재무적 측면에서 이뤄진다는 비판이 그 동안 제기돼 왔다. 공공기관 중심의 벤처 선별방식은 지난 2006년부터 진행됐는데, 제도의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기술 혁신·아이디어에 비해 대출 회수 가능성 등 재무적 안정성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 때문에 잠재력이 큰 신생 기업보다는 기존 중소기업들이 벤처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바뀐 벤처확인제도는 벤처 확인 주체를 아예 민간 중심으로 정했다. 우선 민간 벤처확인위원회가 선정한 20여개 분야별 전문심사기관이 서류·현장 등에 대한 정량화된 기초평가를 실시한다. 여기서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한 기업들은 벤처확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벤처기업 여부가 결정된다. 이와 함께 벤처확인 유효기간도 당초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기보·중진공으로부터 대출이나 보증을 받으면 자동으로 벤처기업 확인이 되는 방식은 이제 아니다"라며 "다만 기보·중진공 등이 그간 기업을 평가하는 데 쌓인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평가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확인 유형도 기술혁신성과 성장성에 중점을 두도록 개편했다. 보증·대출 유형을 폐지하는 대신 신기술 성장 유형을 신설한 것. 이에 따라 혁신형 기술기업과 기술 융·복합형 기업이 벤처로 선별되도록 했다. 또 기존 13개 투자자 유형 외에 액셀러레이터·크라우드펀드(전문투자자 3천만원 이상 투자)·기술지주회사 등 6개 벤처투자자 유형에 대해서도 벤처투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엔젤투자, 엑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투자 유형들이 시장에 나타나 있기에 이를 활성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벤처기업 진입금지 업종도 대거 폐지한다. 기존 23개 금지업종 중에서 다소 사행성이 짙은 일반유흥 주점업·무도유흥 주점업·기타 주점업·무도장 운영업·기타 사행시설 관리 및 운영업 등 5개 업종을 제외하고 벤처기업들이 신규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4월까지 벤처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의 진입금지 규정은 20여년 전 기준으로 정해져 있어,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신사업을 펼침으로써 기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막는 면이 있다"며 "단 기존 산업에 혁신성·성장성 등이 충분히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이어야만 벤처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이원화된 펀드 규제 일원화

중기부는 민간 벤처투자의 진입장벽을 대대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행 창업법(창업투자조합)·벤처법(한국벤처투자조합)으로 이원화된 펀드 관련 규제를 '벤처투자촉진법'으로 일원화해, 규율을 재정립하고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 확대를 유도했다.

우선 벤처펀드의 공동 운용사 범위를 증권사 등으로 확대하고, 엑셀러레이터의 벤처투자조합 결성을 허용키로 했다. 운용사 범위 확대를 통해 펀드의 자금조달·회수를 쉽게 하고, 엑셀러레이터의 조합 결성으로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성장단계별 후속 투자 활성화를 도모했다. 또 모태펀드 의무출자 규정을 폐지해, 민간자금만으로 자유롭게 펀드 결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벤처펀드의 자율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조치도 취해진다. 벤처펀드가 창업투자의무만 준수해도 기업 규모(중견기업까지 허용)와 기업 소재지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창업투자회사와 벤처펀드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투자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벤처투자조합의 타 벤처투자조합 출자로 민간 자율적인 '모펀드(Fund of funds) 설립이 가능한 근거를 마련했다.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유치 기회 확대를 위해 '실리콘밸리식 투자방식(SAFE)'을 국내에 적합하도록 변형 도입한다. SAFE란 투자자에게 장래에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증권 형태의 투자 방식으로 선투자 후 후속 투자자의 기업가치 결정에 따라 선투자자의 지분율도 확정된다. 이와 함께 모든 벤처투자조합에 창업기업 투자 의무를 적용하되, 기존에 창업투자회사 자본금과 펀드별로 각각 부과하던 투자의무 기준을 총자산(자본금+운영펀드)으로 통합 적용한다.

◆민간제안 펀드 도입…1조원 규모 정책목적 펀드 결성

그 동안 정부가 출자분야와 조건을 정하고, 주요 출자조건을 공고해 명시해 왔던 모태펀드 역시 민간 자율성을 대폭 높인다. 이전까지는 모태펀드가 출자조건을 사전에 정하기 때문에 정작 운용사가 투자조건·방식을 제안하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부터는 2천억원 규모의 민간제안 펀드를 도입하는 등 민간의 제안 여지를 넓힌다.

민간제안펀드는 민간이 투자분야·조건을 직접 제안하는 펀드다. 올해 총 2천억원 규모로 도입한다. 이 때 펀드가 출자자 모집을 완료했거나 이미 결성됐더라도, 정책목적에 부합하는 민간투자조합의 경우 모태펀드가 후행 방식으로 40%까지 매칭해 자금을 보탠다. 또 민간 출자자에게 수익성 있는 모태지분을 이양하는 콜옵션을 확대해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한다. 특히 민간자금 모집과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창업초기·임팩트 등 정책목적성 펀드의 경우 콜옵션을 현행 2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해 성과에 대한 보상을 부여한다.

스타트업 투자도 촉진한다. 중기부는 올해 중으로 총 1조원 규모의 정책목적 펀드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창업 초기부터 성장단계까지 지원할 수 있는 6천억원 규모의 혁신창업펀드와, 소셜임팩트펀드·여성·엔젤세컨더리 등 시장실패 영역의 투자를 위해 4천억원 규모로 조성된 펀드를 합친 것이다. 이 중 혁신창업펀드는 당초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조성키로 한 혁신모험펀드 10조원의 일부분으로, 올해는 2조6천억원을 우선 조성할 예정이다.

민간 자율성을 높이는 만큼 민간의 책임성도 함께 강화한다. 일자리 창출 우수펀드에 대해서는 모태펀드 수익의 10~15%를 추가 성과보수로 지급하며, 보통주 투자 비중이 높을 경우 초과수익의 10~15% 이내로 성과보수를 지급한다. 또 피투자기업을 대상으로 벤처캐피털의 불공정한 투자계약, 관행 등에 대해 매 반기마다 설문조사하고, 교수·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30여명의 외부전문가그룹의 벤처캐피털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만일 창업투자회사가 투자계약식 연대보증을 요구하거나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등록 취소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중기부는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 이날 발표한 혁신대책을 시행령·고시 및 하위규정 개정,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추진할 방침이다.

석종훈 실장은 "그간 국내 벤처정책은 벤처생태계 전체에 대한 자생력 강화보다는 벤처기업 육성에만 초점을 두고 지원과 공급 위주로 지속돼 왔다"며 "정부 지원을 통한 벤처기업의 양적 육성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석 실장은 또 "제가 민간 기업에 있을 때 정부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서 부담이 컸다"며 "이번 대책은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보다는, 규제나 간섭 등으로 인해 다소 위축돼 있는 벤처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부분에 방점이 찍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의 창업지원공간인 '마루180'에서 벤처기업인들과의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홍 장관을 비롯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류중히 퓨처플레이 대표 등 벤처업계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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