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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스맥주, '삿포로'와 차별 위해 '고가 마케팅' 무리수


현지가격 보다 1천원 가량 더 비싸…엠즈베버리지 "한·일 주세법 차이"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매일유업 자회사인 엠즈베버리지가 '삿포로' 맥주에 이어 일본 최고(最古) 맥주로 손꼽히는 '에비스(YEBISU)'를 국내에 정식 출시하며 맥주사업 확대에 나선다. 에비스가 일본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것은 한국이 최초다.

또 최근 수입맥주들이 '가격 할인 경쟁'에 나선 것과 달리 에비스는 일본에서의 브랜드 로열티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에비스의 국내 가격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높아 일각에서는 '고가 마케팅'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이종완 엠즈베버리지 대표는 7일 서울 서초구 한강 프라디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에 500여개가 넘는 수입맥주들이 있지만 최근 고급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해 '에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에비스'로 수퍼 프리미엄 맥주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에비스'는 일본 큐슈에서 처음 생산돼 127년 역사를 지닌 맥주로, 최고급 아로마홉을 사용해 깊은 풍미와 깔끔한 맛을 구현했다. 또 100% 계약재배로 확보한 홉, 맥아 등 고급 원재료를 사용하고 일반 맥주보다 1.5배 긴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어 깊은 맛을 내는 맥주로 평가돼 현지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삿포로맥주의 '삿포로'를 수입, 판매해왔던 엠즈베버리지는 그동안 수입맥주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이 꾸준히 올라 지난 2015년 순매출 기준으로 259억 원, 2016년 293억 원을 기록했다. 엠즈베버리지는 이번 '에비스' 론칭을 계기로 올해는 연매출 5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엠즈베버리지 류태일 마케팅부장은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에비스 생맥주를 음식점 100여 곳에서 시험 판매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10개월여 동안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고급 맥주를 찾는 젊은층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판단해 이번에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츠카사 오루이 삿포로인터내셔날 대표는 "한국 수입맥주 시장은 일본 맥주의 강세 속에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고 고가라도 좋아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30~40대 '영포티'를 중심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테스트 기간 동안 (한 잔에 2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우리의 예상보다 매출이 좋아 지금이 한국 시장에 '에비스'를 론칭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엠즈베버리지는 이번에 론칭한 350㎖, 500㎖ 에비스 캔맥주 2종을 주요 할인점과 편의점, 백화점 등에서 선보인다. 가격은 각각 3천900원, 4천700원으로, 일본 현지 편의점 가격보다 각각 1천100원 가량 높아 '고가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에비스 350㎖, 500㎖ 캔맥주의 일본 현지 가격은 편의점 기준으로 각각 270엔(한화 2천798원), 350엔(한화 3천627원), 일본 주류 할인점 기준으로 각각 230엔(2천383원), 295엔(3천57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린, 삿포로, 아사히 등 일본 수입맥주들이 대부분 일본 현지 판매가와 국내 판매가에 큰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에비스보다 일본 현지에서 좀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까지 국내에서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에비스가 1천100원 가량이나 차이를 두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엠즈베버리지는 '고급' 맥주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수입맥주 업체들이 '1만원에 4캔'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에비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원재료 자체가 일반 맥주보다 많이 비싼 데다 숙성기간도 길어 원가가 다른 제품에 비해 높다"며 "일본에서는 종량제 방식의 주세를 택하고 있어 원가가 비싸도 똑같은 양에 똑같은 세금이 붙지만 한국은 종가제여서 원가가 비싸면 주세도 비싸 이런 차이로 일본 현지 가격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비스맥주가 일반 수입맥주보다 고가격 제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수입맥주와 경쟁하기 위해 같은 가격으로는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만 쫓지 않고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격 전략을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에비스맥주의 이 같은 전략이 국내 시장에선 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맥주를 구매할 때 브랜드보다 '가격 할인' 제품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비스와 일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도 국내에 처음 론칭했을 당시 고가를 유지했으나 가격 경쟁에 치여 현재는 편의점에서 다른 제품처럼 '1만원에 4캔'에 판매되고 있다. 현지에서 306엔(3천171원)에 판매되고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의 국내 정상 가격은 편의점 500㎖ 기준 3천8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는 한 가지를 꾸준히 마시기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소비자의 니즈가 더 많기 때문에 에비스맥주가 일단은 가격할인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엠즈베버리지가 이미 삿포로를 국내서 판매하며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제 살 깎아먹기'를 피하고자 삿포로와의 차별화를 위해 에비스의 가격을 일부러 더 높게 책정해 판매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에비스맥주와 경쟁하며 5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도 국내 시장의 가격 할인 흐름은 피하지 못했다"며 "현재 산토리가 일본과 국내 판매가가 비슷한 수준인 데다 할인 행사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만큼 에비스맥주도 곧 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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