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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패션업체 협력사…"패밀리세일이 무서워"


"여성복 브랜드 패밀리세일마다 협력사에 할당량 떠넘겨"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패션업계 불공정 관행 개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소·중견 의류업체가 '갑질' 온상지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크·듀엘·모조에스핀 등의 여성복 브랜드를 전개하는 대현은 자사 패밀리세일마다 거래액의 10%가량을 협력사에 떠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현은 봄·여름(S/S) 또는 가을·겨울(F/W) 시즌이 끝날 때마다 1년에 두 차례씩 임직원 대상 패밀리세일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은 물론 원·부자재와 상품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에 할당량을 부과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은 직급별로, 협력사는 거래액의 10% 수준에서 할당량이 내려온다"며 "나중에 업체별로 목표치를 채웠는지도 조회하기 때문에 협력사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당량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거래액의 10%를 부담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패션업체 협력사의 공식 마진은 프로모션 가격의 15%인데, 이 중 10%를 다시 토해내라고 하는 것은 거래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협력사 입장에서도 상생의 의미로 본사 패밀리세일에 일부 힘을 보탤 수는 있으나, 15%의 마진으로 원단을 사고 공장 돌리고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액의 10%는 과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현 측은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협력사에 할당량을 부과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재고 떠넘기고 대금 지급 지연되고…등골 휘는 협력사

문제는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중소·중견 패션업체 사이에서 이 같은 '재고 떠넘기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여성복 브랜드의 90%가 임직원과 협력사에 재고를 떠넘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업계 곳곳에서 '패밀리세일=패밀리강매'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패밀리세일마다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물량을 떠안고 있다"며 "본사는 '패밀리세일 한다, 필요한 거 있으면 사가라'고 얘기할 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아니지만 패밀리세일 때마다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현이 전개하던 '나이스클럽'도 롯데에 인수되면서 각종 불공정 관행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대기업은 협력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는데,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이런 일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협력사 사이에서는 중소·중견업체의 대금 지급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어음으로 대신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 현금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협력사로서는 자금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관계자는 "10일에 제품을 납품하면 대기업은 20일에 대금이 들어오지만 중견기업은 대급 지급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린다"며 "옷을 만드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4~5개월 후에나 돈을 받을 수 있는 셈인데, 원부자재 거래는 주로 현금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어음 만기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돈이 급하니까 이를 은행에 맡기고 현금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발생하는 이자와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며 "협력사에 떨어지는 마진이 15%라 하더라도 이자와 수수료까지 계산하면 실질적으로 손에 주어지는 이익은 10%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납품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업체에 결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60일이 지난 뒤 대금을 결제할 경우에는 초과한 기간에 대한 지연이자를 함께 줘야 하며 어음 결제시에는 60일이 지난날부터 어음 만기일까지의 할인료를 함께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법과 현실 사이는 멀다는 게 협력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올 초에도 아웃도어 의류제조사 동진레저는 하청업체에 3억6천만원 규모의 어음수수료와 지연이자를 주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크리스패션과 형지I&C도 같은 이유로 공정위의 경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패션의류업계도 프랜차이즈업계 못지않은 갑질이 만연해있다"며 "다만 오랜 불황으로 패션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그나마 유지하던 거래처도 끊길까 두려워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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