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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강조한 이마트 '노브랜드' 전략…한숨짓는 약자들


전문점, '지역 골목상권 침해' 논란…상품, 유통 앞세워 제조영역 침범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정부 규제 등으로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신사업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선 이마트가 또 다시 막다른 길에 몰렸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주도해 만든 '노브랜드'로 세력 확장에 나섰지만 '전문점 출점'은 지역 상인의 반발에 막혔고 '제품'은 제조업체에 대한 또 다른 갑질 사례로 재조명되고 있다.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노브랜드 전문 매장은 현재 전국에 37곳에 달한다. 이 매장은 지난해 8월 경기도 용인 보라동에 1호점을 오픈한 후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났으며 이달에는 경기 파주, 경북 구미,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등에 10개점을 더 오픈할 예정이다.

노브랜드는 지난 2015년 4월 이마트가 자체 상품 브랜드로 처음 선보였다. 당시 광고나 마케팅을 빼고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 덕에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급성장했다. 실제로 물티슈, 감자칩 등 10여개로 시작한 노브랜드 상품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천여개에 달했고 매출은 1천9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이마트는 작년에 '노브랜드'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대형마트가 지역과의 상생 협의, 영업 규제 등으로 추가 출점이 어려워지자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다시 세력확장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곳은 기존 기업형슈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를 개조하거나 쇼핑몰, 아울렛 등에 숍인숍 형태로 들어서는 등 다양한 출점 방식을 적용하며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 결과 '노브랜드' 전문점은 1년도 안돼 40여개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이마트 대형마트 점포 수는 지난해 1곳 늘어나는데 그쳤고 올해는 출점 계획 조차 없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개 늘어난 233개에 그쳤다. 그러나 '노브랜드' 성장세 덕분에 이마트는 지난해 대형마트 3사 중 유일하게 성장해 연매출은 전년 대비 8.3%, 영업이익은 8.6% 증가했다.

'노브랜드' 출점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상인들의 반발은 커졌다. 이마트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대형마트가 아닌 '노브랜드'를 앞세워 중, 소규모 점포 중심으로 주요 상권에 진입함으로써 지역 상권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주장이 거세지자 중소기업청은 작년 9월 'SSM과 같이 준대규모점포에 준하는 출점·영업 규제를 받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노브랜드' 전문점 오픈 시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영업시작 30일전까지 개설 계획을 공표해야 한다.

또 이마트는 지난달 연이어 '노브랜드' 전문 매장 출점에 실패했다. 지난 5월 22일에는 인천 금곡점 입점 계획이 철회됐으며 30일에는 광주 치평점 사업도 무산됐다. 같은 달에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노브랜드 전문점 출점 중지'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는 계약조건을 둘러싼 의견차이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지역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이마트는 경기도 안성에 두 번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선보여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이곳은 안성시와 함께 선보이는 것으로, 안성맞춤시장 지하 1층에 기존 영업 중인 화인마트와 공간을 함께 쓰는 형태로 들어섰다. 또 슈퍼마켓과 상품이 겹치지 않기 위해 신선식품과 국산 주류, 담배 등은 판매 품목에서 제외했다. 앞서 선보인 노브랜드 충남 당진점은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인정받아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세계그룹이 최근 골목상권 보호 이슈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며 "광주, 인천 등에 출점을 철회한 것도 자칫 정권 초반부터 그룹 차원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인 듯 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위협하는 '노브랜드'…중기 상생 '갸웃'

'노브랜드'는 전문점 외에 상품 자체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마트가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PB(자체 브랜드, Private Brand) 상품인 '노브랜드'를 키울 것이라고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수익'을 높이는 하나의 방안일 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외에도 '피코크', '데이즈' 등 총 12개의 PB를 운영하며 지난해 전체 매출 13조5천642억원 중 20% 가량을 벌어들였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노브랜드'를 생산한 중소기업은 전체 생산업체 중 60%인 총 123개로, 76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매출 1천9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중소기업 제품 매출 비중은 40.4%에 불과하다. 나머지 매출은 이마트가 직접 수입하거나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중견 식품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차지했다.

이로 인해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PB 상품을 점차 확대하는 것을 두고 불만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PB 제품으로 시장 잠식을 본격화 하면서 상품 진열대의 자리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납품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했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의 영역을 침범하며 상품 수를 늘려가자 경쟁 관계를 넘어 이들의 상품을 생산하는 OEM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까지 만들면서 자사 PB 상품을 진열대에 몰아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제품도 시장에 나온 것 중 잘된다고 평가되는 것들을 베껴 출시하는 경우도 많아 업체 입장에서는 불공정 경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PB 제품이 더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카테고리별로 품질력을 비교해보면 편차가 심해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상생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수익 높이기에만 좀 더 치중한 모습인 듯 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마트는 '상생'을 앞세워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노브랜드의 중소기업 생산 비중을 지난해 60%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들이 PB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안정적으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수익에 치중해 현재 중견 제조업체들의 주력 제품까지 욕심을 내면서 제품 생산을 맡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유통업체의 요구에 맞추다 보면 제조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제품 경쟁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유통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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