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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조회 해줄래?" 음성인식 AI 은행앱 체험기


목소리로 돈 부치는 우리銀 'SORi'…오류 있지만 재치만점 대답도

[아이뉴스24 도민선기자] "계좌조회 좀 해줄래?" "고객님! 계좌조회를 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 '그녀'의 남자주인공 호아킨 피닉스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리(SORi)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은행의 음성인식 AI 뱅킹앱 SORi는 친절하긴 했지만 '그녀'의 AI '사만사' 목소리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처럼 매력적인 목소리는 아니었다. 기자의 스마트폰 소리 읽어주기 기능(TTS)에 설정된 여성 목소리일 뿐이었다.

지난 28일 출시된 목소리만으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우리은행 앱을 테스트해봤다. 체험을 위해 사용한 기기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깔린 갤럭시S7 엣지 스마트폰이다. 여기에 '우리은행 원터치뱅킹' 앱을 깔았다.

SORi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아이폰5S와 그 이후에 출시된 시리즈 이상인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S7과 S7 엣지, LG전자의 G5·G6·V10·V20이다.

◆몇 가지 걸림돌 넘어 SORi와 대화 성공

원터치뱅킹 앱을 실행하고 상단에 있는 SORi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공인인증서 암호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나왔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SORi와 대화할 수 있는게 아니네?'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다. 보안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조치인가, 하고 중얼거리며 공인인증서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생체인증 금융시스템'을 사용하라는 안내문구가 나왔다.

기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입력으로도 사용할 수는 있다. 기자는 기왕 체험해보는 김에 생체인증으로도 해보자 싶어 지문인식으로 인증을 다시 했다.

생체인증을 이용해 첫 사용 시 이체정보를 등록하면 보안카드나 인증서, 통장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지문을 썼더니 대략 5초가 걸렸다.

갤럭시S7 엣지에서 생체인증을 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에 설치된 인증프로그램 '삼성패스'에 지문을 등록해야 했다. 이때 삼성패스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야 막힘 없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에휴, 대체 SORi의 목소리는 언제 만날 수 있는 거지?' 생각보다 SORi를 만나기까지의 걸림돌이 많았다.

이렇게 약간의 수고를 거치고 나니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창 같은 화면에서 '반가워요'하고 인사하는 SORi와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 아직은 어색한 음성인식…텍스트가 더 빠르고 정확

SORi는 나에게 가이드 문장을 제시했다. 이체는 '**에게 **원을 보내줘', 환전은 '*** 달러 환전해줘'라고 말하라고 알려줬다.

SORi에게 말을 거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키보드를 눌러 글자를 쓰거나,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이다.

SORi에게 송금 같은 서비스를 요청하려면 우선 거래를 하는 대상을 명확히 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게 송금하고 싶다면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상대방 계좌번호를 등록해놓는 것이다.

기자는 다른 은행의 계좌번호 하나를 '강아지'라는 별명으로 등록해놓고 키보드로 '강아지에게 1원 보내'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출금계좌와 임금계좌, 이체금액, 수수료 등이 적힌 이체정보표가 나타났다. '확인' 버튼을 누르니 금새 송금됐다.

'내 목소리도 잘 인식할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음성인식이 얼마나 정확하게 구현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궁금증은 또 있었다. '계좌에 있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이체해달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래서 SORi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아지에게 100억 보내."

기자가 테스트한 우리은행 계좌에는 잔액이 10만원 정도였다. 너무 터무니 없는 금액 때문에 SORi가 충격을 받은걸까? SORi 앱이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소위 말하는 '다운된' 상황이었다.

다시 앱에 접속해 처음부터 이 과정을 반복해 시도했다. SORi는 금액에 대한 충격을 더 받진 않았는지 작동이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기자의 말을 제대로 못알아들었다. "강아지한테 100억 보내"라고 한 기자의 말을 SORi는 "강아지한테 빼고 보내" 또는 "강아지한테 이거 보내" 등으로 잘못 인식했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지시를 하면 SORi는 인식한 음성을 텍스트로 바로 변환해 화면 아랫줄에 보여주기 때문에 제대로 인식했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100억'이라는 단어가 음성 인식을 할 때 오해의 소지가 있나 싶어 금액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번엔 금액을 줄여 "강아지한테 100만원 보내"로 해봤다. 그러자 '지급가능금액이 부족합니다'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번에 SORi가 나의 말을 알아들었다.

'출시된 지 하루 밖에 안된 서비스치고 이 정도면 양호한 건가?' 판단이 잘 안됐다.

◆ "그런 말씀 섭섭하네요" 재치 있게 받아쳐

'SORi가 송금이나 계좌 조회 같은 금융거래와 무관한 말에도 대응을 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발동했다. 호기심에 정상적인 명령어가 아닌 비속어로 말을 걸어봤다. "○○○○○" 그랬더니 SORi는 '어머, 그렇게 심한 말씀을. 섭섭하네요!'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SORi에게 "비트박스 해줘"라고 했더니 '북치기 박치기' 등으로 운을 띄웠다. AI 대화엔진으로 제법 알려진 '심심이'가 생각났다.

이 같은 SORi의 반응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말했던 문장을 SORi가 학습해 다양한 리액션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SORi를 고객이 200여 개의 스마트 뱅킹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인 '금융서비스의 개인화'를 포커스에 두고 2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SORi는 사람이 간편하게 말로 송금이나 계좌조회를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신기하면서도 편리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처음 접속할 때 인증 과정에서 비밀번호 입력 같은 장애물을 거치고도 관련 앱을 또 깔아야 하는 등 사용자의 인내심 시험이 계속되는 것은 아쉬웠다.

본인 인증을 하는 방식은 더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증 방식으로 얼굴을 스캔하는 '안면인식'과 목소리로 개인을 구분하는 '화자인식' 기술도 개발했지만 아직은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 강화 차원에서 암호를 한 번 더 누르는 이중인식 과정을 거쳐야하는 등 사용자 편의 면에서 더 개선될 부분이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업데이트 과정에서 이런 인증 방식이 추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ORi의 음성인식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는 게 은행 측 얘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음성인식의 정확도는 학습을 통해 나날이 개선될 것"이라며 "현존하는 모든 음성 인식 기술은 완전한 문장구조를 갖췄을 때 인식률이 높지만, 단문이나 명사형으로 명령했을 때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SORi에 적용된 우리은행의 음성인식 서비스는 나름 보유한 장점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계좌'라는 단어를 인식할 때 보통 '계절'로 받아들이곤 하는데, 우리은행의 금융거래 학습 기능을 통해 교정이 가능하다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음성인식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텍스트 입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SORi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은행 관계자는 "SORi를 파편화된 금융 서비스를 묶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우리은행의 대표적인 비대면채널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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