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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게임 '스타나이트' 만든 세 청년의 창업성공기


'엔진'에서 투자 유치해 주목…"슈퍼셀·로비오 같은 게임사 목표"

[문영수기자] "슈퍼셀, 로비오처럼 전 세계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카카오의 게임 자회사 엔진이 투자해 화제를 모은 인디 게임사가 있다. 세 명의 젊은이가 의기투합해 작년 4월 설립한 레프트라이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가 올해 4월 출시한 스타나이트는 전 세계 17개 애플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유료 게임 순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북미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3위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대형 게임사도 내기 어려운 성과를 단 세 명이 거둔 것이다.

레프트라이트는 게임의 전체적인 방향을 정하는 유정상 대표(30)와 게임 디자인을 담당하는 김시정 공동대표(30), 실 개발과 레벨 디자인을 맡는 석재영 개발자(26)가 한 식구다.

레프트라이트라는 사명만큼 이들 3명의 이력도 남다르다. 유정상 김시정 두 대표는 앞서 연인끼리 서로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앱 '오빠믿지'를 만들었다. 석재영 개발자는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서로 다른 개성과 끼를 지닌 3인이 지금의 레프트라이트를 만든 셈이다.

◆장인 정신 녹아든 그래픽…연애사도 게임에 담아

"기획서를 쓰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게임을 점차 발전시키려고 했죠. 처음에는 좌우만 누르는 간단한 방식이었는데 하다 보니 재밌어지는 거예요. 장애물도 피하게 하고 장애물만 나오면 심심하니 적도 넣게 됐죠. 개발자가 체대 출신이어서 그런지 게임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그게 그거대로 재밌더군요." (유정상 대표)

레프트라이트의 대표작 '스타나이트'는 온갖 장애물과 적들을 물리치는 횡스크롤 게임이다. 몽환적인 그래픽과 오직 이용자의 실력만으로 보스를 공략하는 재미가 특징이다. 어지간해서는 클리어할 수 없는 높은 난이도가 차별점이다. 이 게임에 빠진 카카오 남궁훈 부사장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아'하는 탄성을 내질렀다는 후문이다.

"요즘 쉬운 게임, 보는 게임이 대세인데 우리 게임도 자동전투 위주로 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오히려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게 컨트롤 요소를 많이 넣으면 더 쉽게 눈에 띄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김시정 대표)

화려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래픽은 '스타나이트'만의 매력. 이는 자신이 만든 그래픽 작품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김시정 공동대표의 의지가 발휘됐다. 그는 "게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디자인 욕심이 있어 좀 더 완성도 높고 개성있는 아트를 가지는 게 목표"라고 자신했다.

스타나이트는 두 대표의 애절한 가슴아픈 연애사가 담긴 게임이기도 하다. 한창 스타나이트 개발에 주력할 무렵 두 대표는 한 달 간격으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개발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 겪고 있는 가슴 아픈 경험을 게임에 넣으면 어떨까 했어요. 여자친구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픔을 넣기로 한거죠. 실제로 게임에서 비밀공간을 찾으면 한 여자의 영혼으로부터 아티팩트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그동안 (실제) 여자친구에게 주었던 선물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담은 겁니다." (유정상 대표)

"가수들도 자신의 경험을 노래를 부르면 훨씬 감정이입이 되잖아요. 이별 후 나온 명작들처럼 스타나이트도 이별 후 만들어서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김시정 대표)

◆달라진 근무 환경…세계적 게임사 되고파

엔진으로부터 투자 유치 후 세 사람의 개발 여건은 확연히 달라졌다. 분당의 한 오피스텔에서 함께 기거하며 밤낮없이 게임을 만들었던 이들 세 사람은 현재 분당 판교에 위치한 엔진 사무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전에 없던 출·퇴근이 생긴 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집에서 일하면 처음엔 마냥 좋을 줄 알았죠. 한두 달 정도는 좋았는데 1년쯤 되니까 너무 힘이 드는 거예요. 일하는 게 일하는 게 아니고, 노는 게 노는 게 아니고, 눈뜨자마자 일하고.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거죠. 사무실을 옮기면서 비로소 출퇴근을 하는데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 거 같습니다." (김시정 대표)

레프트라이트가 엔진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도 흥미로운 속사정이 있다. 스타나이트를 흥미롭게 플레이한 남궁훈 엔진 대표는 곧바로 레프트라이트를 찾아가 투자 의지를 밝혔다. 퍼블리싱 또는 채널링 논의 정도만 예상하고 나왔던 이들 세 명에게는 예상치 못한 접근인 셈.

"처음에는 투자받을 생각이 없었어요. 갑자기 큰 돈이 생기는 것보다 차근차근 벌어서 조금씩 발전시키길 원했으니까요. 그래서 (남궁 대표의) 투자 제의를 처음에는 거절을 했어요. 하지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워낙 힘든 1년을 보내다 보니 자금적인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 거죠. 또 투자를 받으면 3년 잡은 계획을 1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 남궁훈 대표의 네트워크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기도 해서 투자 유치를 결정했죠." (유정상 대표)

현재 레프트라이트는 엔진과 함께 스타나이트의 무료 버전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 게임의 신규 모델 '카카오 애드플러스'를 탑재해 모바일 광고를 게임 내 삽입하고, 어려운 게임 난이도를 적정한 선으로 조율하는 과정도 거치고 있다. 모바일 광고의 경우 게임성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이용자가 원할 때만 볼 수 있도록 보상형 광고로 준비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스타나이트에 이어 레프트라이트가 내놓을 게임은 뭘까. 유 대표는 "다수의 이용자들이 모여 서로 협동하는 게임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간의 대립이 일반적인 요즘 역할수행게임(RPG)들과 달리 이용자끼리 힘을 모아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협동'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이용자들이 즐기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내비쳤다.

"한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슈퍼셀, 로비오의 게임처럼 전 세계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마치 스포츠처럼 모두가 다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꿈이지만요."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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