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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소비자 뿔 나게 한 니콘의 말 한마디


[민혜정기자] "렌즈교환이 빈번한 DSLR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올초 D600으로 촬영한 사진에 검은 먼지가 찍혀 나온다며 셔터막 갈림 현상을 제기한 소비자들에 대한 니콘의 일관된 반응이다. 문제의 원인이 카메라 내외부의 먼지때문이지 셔터막 갈림 현상 때문일 수 없다는 얘기다.

니콘은 다만 "카메라 청소를 해본 후에도 문제가 발견되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여지는 남겼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카메라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고 못박는 니콘의 태도에 뿔이 났고, 불매 운동까지 전개했다.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니콘의 단정적인 화법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분노만 돋운 형국이 됐다.

결국 1년 가까이 끌어온 이 논란은 니콘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면서 일단락 되는 모양새다. 실제 니콘이 소비자들과 직접 마주한 것은 지난달 30일. 늦은 감이 있지만 소비자들과 좌담회를 갖고 셔터막에 결함이 없다는 점을 직접 설명하고 나선 것.

니콘은 이날 내부 조사 결과 셔터막 결함이 아닌 셔터막간의 마찰로 닿은 부분이 빛에 반사되면서 흠집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해명했다. 셔터막간 마찰로 닿은 부분에서 먼지가 생산될 수 있으나 이 부분의 먼지는 매우 작아 센서에 붙어도 검출되지 않는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또 카메라를 청소해도 문제가 생기면 무상보증 기간 이후라도 관련 부품을 교환해주고, 6개월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카메라 본체(바디)를 교체해주는 등 사후처리 방침도 재차 전달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카메라 셔터막이 마모돼 긁힘이 생겼고, 이 긁힘이 생기면서 나오는 먼지가 이미지 센서에 붙어 사진에 검은 먼지가 찍혀 나온다며 '셔터막 갈림 현상'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를 통해 그간의 의구심을 상당폭 해소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더이상의 불매운동도 전개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이번 좌담회에서 니콘의 입장과 해결방안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변한 건 니콘의 태도다. 소비자들의 주장도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문제의 원인에 대한 조사 등 해결에 적극 나선 게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니콘이 초기에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셔터막 갈림 현상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했다면 사건이 이렇게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니콘의 명확하지 못한 해명이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운 셈이다.

사실 니콘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우리 제품은 그럴 리가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체야 다년간의 경험과 축적된 정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품을 산 고객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항상 작은 변수라도 고려하고, 그 가능성을 열어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쳇말로 밥을 먹으니 배가 부르고, 슬픈 영화를 보니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 데는 논리적으로 이상할 게 없다. 그렇다고 눈물이 났으니 슬픈 영화를 봤을 것이고, 배가 부르니 밥을 먹었을 것이라 함부로 추정하는 식은 곤란하다.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도 피해를 입지만 기업도 신뢰를 잃는다. 사후서비스(AS)에도 '실사구시'의 태도가 필요하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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