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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커가는 삼성…구글은 두렵다


WSJ "안드로이드 진영 독식 땐 협상 주도권 상실 우려"

[김익현기자] 다윗은 골리앗을 무너뜨리면서 이스라엘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다윗 덕분에 승리를 챙긴 사울왕은 그에게 큰 상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다윗이 연전연승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받자 사울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왕인 자신의 권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결국 사울은 온갖 수단을 다해 다윗을 죽이려고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얘기다.

요즘 안드로이드 진영 내부 기상도가 구약 시대 다윗과 사울의 관계를 연상케하고 있다. 선봉장 '삼성' 덕분에 안드로이드 영향력을 확대한 구글이 최근 들어 삼성의 영향력 증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현지 시간)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삼성이 독주를 거듭하면서 구글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삼성의 독주가 계속될 경우 수익 배분 등에서 자신들의 입김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은 HTC, 휴렛패커드(HP) 등이 삼성의 대항마로 성장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앤디 루빈, 삼성 영향력 확대에 우려 표명

시장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지난 해 안드로이드 진영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했다.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 절대 강자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삼성의 위세는 엄청났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한해 총 2억1천580만대 가량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물론 이 중 거의 대부분이 안드로이드폰이다. 삼성의 안드로이드 시장 점유율은 5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은 불과 1년 전인 2011년에만 해도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였다. 당시 두 회사는 19%로 같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삼성은 애플마저 멀찍이 따돌렸다. 역시 IDC에 따르면 지난 해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9.6%를 점유했다. 반면 애플의 점유율은 25.1%에 머물렀다.

삼성의 영향력이 예상외로 커지자 구글도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해 가을 구글 행사 때 삼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표출됐다.

당시 구글 안드로이드 부문 수장인 앤디 루빈은 삼성의 성공을 칭찬하면서 두 회사간 파트너 관계를 통해 서로 큰 이득을 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루빈은 삼성이 안드로이드 진영 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계속 유지할 경우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루빈은 또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것은 삼성의 위협에 대응할 보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더 많은 몫 요구 정황"

구글은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삼성을 견제할만한 세력이 없다는 점에 걱정을 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삼성은 안드로이드 시장의 40.2%를 점유했다. 반면 2위 업체인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6.6%에 머물렀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지난 해 삼성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53.5%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태블릿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역시 IDC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해 4분기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의 27.9%를 점유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15.6%에 비해 무려 12.1%P 늘어난 수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구글은 삼성이 커진 영향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배분'을 요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은 구글이 웹 검색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모바일 광고 매출의 10% 이상을 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삼성이 좀 더 많은 '몫'을 요구할 것이란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외부에서도 두 회사 관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위치를 무기로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애플 전쟁 이어 삼성-구글 신경전 시작되나

구글은 삼성과의 관계가 삐걱거릴 경우 모토로라를 보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론 모토로라는 아직까지는 '삼성 대안'으로 다소 약한 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주도권이 삼성 쪽에 넘어갈 가능성이 보일 경우엔 구글이 '보험'을 털어 쓸 가능성이 적지 않다. 모토로라는 아이폰 및 갤럭시 대항마로 X폰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역시 '안드로이드 올인 전략'에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텔과 공동 개발한 자체 OS 타이젠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폰에도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과 구글은 그 동안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이란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멋진 파트너였다. 하지만 사냥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경우 둘의 공조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삼성과 구글 사이에 조금씩 '긴장'과 '견제' 움직임이 보인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지난 2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군단 간의 불꽃 튀는 전투였다. 초반엔 애플의 전투력이 안드로이드 군단을 압도했다. 하지만 서서히 무게의 중심축이 안드로이드 진영 쪽으로 쏠리면서 이제 또 다른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삼성-애플 간 특허전쟁'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에선 또다른 전쟁의 씨앗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삼성과 구글 두 강자는 이런 상황을 맞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벌써부터 많은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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