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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NHN, 절묘한 '평행이론'


NHN·카카오, 같은 듯 다른 행보

[김영리기자] 카카오와 NHN이 '평행이론'을 보여주고있다. 온라인에서 NHN이 걸어왔던 길을 모바일에서 카카오가 그대로 밟고 있는 것.

NHN이 검색엔진과 한게임을 기반으로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했듯이 카카오도 모바일메신저와 게임을 기반으로 종합 모바일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NHN이 절대강자이지만 모바일에선 사정이 다르다. NHN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심사숙고하는 동안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을 무기로 카카오는 모바일 영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플랫폼 공룡들의 대결이 주목되는 이유다.

◆ 카카오-NHN, 같은 듯 다른 행보

카카오가 내년 1분기 선보일 플랫폼은 총 세 가지. 전자책·동영상·음원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카카오페이지', 중소상공인들이 카카오스토리에서 매장이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스토리플러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게임·지도·음악 등을 공유하는 '채팅플러스'등이다.

앞서 카카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와 게임 플랫폼 '게임하기', 마케팅 플랫폼 '플러스친구' '카카오스타일' 등을 내놓고 서비스 중이다.

이는 기존 포털 네이버의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방향성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서비스 방식과 전략은 모바일에 최적화했다.

카카오페이지는 누구나 콘텐츠를 올려 거래할 수 있는 '콘텐츠 스토어'로, 음원·동영상·전자책·게임 앱 등을 내려받을 수 있는 네이버 'N스토어'와 같은 개념이다.

차별점이라면 N스토어는 앱 개발사, 콘텐츠 창작사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카카오 페이지는 출판사, 음반사, 앱 개발사 뿐 아니라 일반 개인이 직접 작성한 글·그림·동영상·오디오 등 모든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제작해 올릴 수 있다. 즉, 온라인에서 블로거들이 자신이 만든 블로그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카카오는 이와 함께 중소상공인들이 자신의 매장이나 상품을 홍보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스토리플러스'를 롱테일 수익모델로 가져갈 계획이다. 동네 병원, 미용실, 음식점 등의 점주들은 친구 수 제한 없는 스토리플러스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다.

향후 카테고리별 혹은 키워드별 검색 기능을 제공해 이들의 스토리플러스를 손쉽게 노출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대기업·브랜드 중심의 플러스친구가 네이버에서 배너광고에 해당한다면 스토리플러스는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한 네이버의 검색광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네이버가 한게임과 합병을 통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카카오 역시 게임하기 플랫폼을 붙여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었다.

NHN과 카카오가 평행이론을 보이는 배경에는 카카오 구성원이 NHN 출신이 많다는 점도 한 몫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NHN 공동창업자이며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도 NHN이사와 NHN 미국법인 대표를 거쳐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 이확영 기술담당이사도 NHN 한게임에서 웹개발을 담당했으며 NHN재팬에서는 개발자 전체를 총괄했다. 카카오 개발자들도 NHN 출신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NHN이 온라인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한 데 모아 종합백화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모바일에서 그 역할을 카카오가 하고 있다"며 "차별점이라면 네이버는 플랫폼 역할 뿐 아니라 쇼핑이나 부동산 등 직접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카카오는 외부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자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청출어람' 카카오, NHN과 모바일 주도권 싸움

'온라인 절대강자 NHN'이란 공식은 모바일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모습이다. NHN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카카오다.

시장조사업체 메트릭스가 2천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조사한 결과 모바일 앱 이용률 1위와 2위는 카카오톡(82.9%)과 카카오스토리(54.5%)가 차지했다. 3위는 페이스북(51.8%)이 차지했고 네이버는 51.1%로 4위에 머물렀다.

앞서 지난 7월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카카오는 순방문자 순위에서 네이버를 제치고 5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양사의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과 '라인'의 다툼도 치열하다. 가입자 수에 있어선 라인이 카카오톡을 앞선다. 카카오톡의 국내외 가입자수는 6천600만명인 반면 라인은 7천만명에 이른다. 카카오톡은 국내 이용자, 라인은 해외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다.

NHN은 카카오톡의 돌풍으로 뒤늦게 '네이버톡'을 내놨지만 이를 접고,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별도의 메신저 '라인'을 내놨다. 일본에서 먼저 탄력을 받은 라인은 현재 동남아, 유럽 등에서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회사의 모바일 메신저 경쟁은 나란히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겼다. 우선 게임 플랫폼 부문에선 카카오가 지난 7월 '게임하기'를 오픈해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게임하기 부문 매출은 월 400억원에 달한다. 여세를 몰아 지난 20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3개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내놨다.

NHN도 지난 7월 라인에 첫 게임 타이틀 '라인버즐'을 얹었다. 라인버즐은 전 세계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최근 '라인팝' 등 4개 게임을 추가 론칭했다.

카카오페이지와 N스토어 간 콘텐츠 플랫폼 부문에서의 격돌도 예상된다. NHN은 지난 6월 N스토어를 오픈하고 최근 유료앱 유통을 개시하며 개발자와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프로모션에 한창이다. NHN은 통상 30%를 가져가는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배분 비율을 20%로 낮추고 10%를 이용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내년 6월까지는 한시적으로 개발사에 수익의 10%를 더 배분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이미 게임하기를 통해 카카오 플랫폼 파워를 확인했기 때문에 콘텐츠 수급과 이용자 확보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비스 발표 이틀 만에 국내 최대 콘텐츠사 중 하나인 CJ E&M이 카카오와 제휴를 맺었고 현재 벅스 등 음원 유통사와 유수 출판사와 전자책 유통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와 온라인 영향력을 모바일에서도 이어가려는 NHN의 대결이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다만 우려하는 것은 카카오가 협력사와 상생을 강조하는 만큼 자의던 타의던 '포식자'라는 오명을 가진 네이버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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