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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게레츠 "휴대폰 다큐촬영, 친밀감 키워"


EIDF2011 출품작 '나일 수도 있었던, 혹은 나인 사람' 감독

[김현주기자] "휴대폰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보니 주인공들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휴대폰 특성상 어떤 상황이든 가까이 다가가야 했기 때문이죠. 결국 다큐에 등장하는 산드린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오직 노키아 휴대폰으로만 촬영한 다큐 '나일 수도 있었던, 혹은 나인 사람(People I Could Have Been and Maybe Am)'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은 영국 런던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세 남녀의 이야기를 휴대폰으로 담았다. 마약 중독자 스티브와 그의 여자친구인 프레시어스, 짝을 찾기 위해 브라질에서 런던으로 건너온 산드린이 그 주인공이다.

"다큐 촬영에 돌입한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게 됐는데 제 감정 변화와 거리의 슬픈 스토리가 와 닿았고 기존에 찍던 것에서 주제를 바꾸게 됐습니다."

그는 주제를 바꾼 동시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촬영버튼을 눌렀다고 회고했다. 달리 렌즈가 없기에 주인공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고, 덕분에 그들의 내밀한 부분까지 휴대폰에 담을 수 있었다.

"휴대폰의 매력은 들고 다니면서 즉흥적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면 주인공들이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면 말도 동작도 어색하죠. 휴대폰은 소음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게 단점입니다. 하지만 그 것도 그 것대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참, 촬영하다가 전화가 오면 촬영이 중단된다는 게 큰 단점입니다(웃음)."

그는 "일반인들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휴대폰을 이용해 훌륭한 작품을 찍을 수 있다"며 "필름을 이용한 테크닉은 두 번째의 문제"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게레츠 감독은 다음 작품을 보급형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휴대폰 외 또 다른 시도를 할 계획이 없냐고 묻자, 가방에서 소니의 하이브리드 카메라 넥스를 꺼내보였다.

"서아프리카 남쪽에 있는 나라, 시에라리온의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노숙자들, 내전 피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생각입니다. 이번 작품은 다큐가 아닌 픽션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게레츠 감독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남북 분단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촬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예민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줬습니다. 사회에 대한 내부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그것을 다큐로 잘 담아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픽션 영화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큐 부문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누군가 어떤 현상을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은 분단 국가라는 점이 인상깊다. 역사적인 것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기 때문에 그 것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년 후 새 작품으로 한국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 영상인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새 작품으로 2년 뒤쯤 한국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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