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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삼성이란 두 글자에는 애증이 뒤섞여 있다.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엔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절대권력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그만큼 이 땅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무게는 크고도 깊다.

그렇다고 7명의 게릴라들이 사전 공모를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자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영역에서 삼성공화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들이 조금씩 힘을 더해가면서 '삼성그룹'이라는 절대권력의 각종 비리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특별 취재팀이 발로 뛰면서 쓴 글들을 모은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뜨거운 책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이면서도, 어떤 언론 기관도 선뜻 다루기를 꺼려하는 삼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7명의 '게릴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이 어떤 책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비자금 문제를 폭로하면서 삼성특검의 기폭제가 된 김용철 변호사,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폭로 20년 만에 이번엔 삼성과의 전쟁을 선포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건전한 경제 구조를 위해선 금산분리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는 김상조 교수 등이 이 책을 빛내고 있는 인터뷰이(interviewee)들이다.

민노당의 노회찬, 심상정 의원과 안기부 X파일을 폭로한 MBC 이상호 기자. 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에 정면 도전한 김성환 위원장 등도 이 책의 중요한 등장인물들이다.

이처럼 7명의 게릴라들을 통해 이 책은 삼성그룹이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7명의 게릴라들은 그 동안 삼성이 어떤 식으로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해주고 있다.

이 책은 삼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 가치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삼성 문제가 곧 한국 경제 민주화의 잣대라는 점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금산분리원칙을 예로 들어보자. 에버랜드 경영진들이 자사 주식을 헐값 매각하면서 문제가 됐던 이 사건은 삼성그룹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에버랜드 경영진들만 배임죄를 뒤집어 썼을 뿐 사건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어떤 칼날도 향하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런 모순된 상황은 삼성의 금권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단적인 증거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금산분리 철폐'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계의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할 경우엔 사실상 삼성공화국을 절대 왕국으로 만들어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한 7명의 게릴라들의 끈질긴 노력을 살펴봄으로써 왜 삼성 특검이 필요했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의 젊은 기자들은 이처럼 삼성의 속살을 벗겨냄으로써 한국 경제를 휘감고 있는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을 통해 이 책이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땅의 경제 민주화다.

기자들 특유의 쉽고 간결한 글들로 서술돼 잘 읽힌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보면 금산분리, 출자총액제 제한, 지주회사 같은 경제 용어들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 책 서술에 참여한 기자들은 삼성이 이번 특검을 통해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바람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진정한 재탄생을 바라는 '뜨거운 연서'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특별 취재팀 엮고 손문상 그림/프레시안북, 1만2천원)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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