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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여파 연간 3조원 금융IT 시장 사라지나


FTA의 금융IT 해외이전 허용, 외국계는 모두 빠져나갈 수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이 금융기관의 IT 시스템을 해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IT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이번 협상 결과가 현실이 되면 씨티은행, SC제일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이나 제2금융권의 외국계 보험, 증권사들의 IT 시설이 대거 해외로 이전할 수 있어 연간 2조~3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금융 IT 시장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금융계를 상대로 영업을 하던 외국계 IT업체들의 지사나 대형 SI업체 등은 물론 IT관련 인력들도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외국계 은행-보험-증권사 시설, 해외 이전 줄 이을 듯

한미FTA가 체결되면 금융권에서는 콜센터나 백업센터, 재해복구센터 등의 일부 IT 시설 이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정보시스템 전문업체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전체 데이터센터를 이전하지는 못하더라도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재해복구센터(DR)나 콜센터 등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기관들은 더욱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인도 등에 거점 데이터센터가 있지만 국내법 때문에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FTA 합의안이 실행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렇지만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송영관 수석 전문관은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IT 시설을 운영하면서 비용을 절감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국내 금융기관들도 이 같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 시스템 '공동화' 올 수도

국내 IT 업계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전체 금융권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의 무더기 이전은 전체 금융IT 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IT 시설을 해외에서 운영하게 되면 현지 인력 고용뿐 아니라 구매관행과 아웃소싱 등에서 국내 IT 업계의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 IT 업계 매출의 40% 이상이 금융권 차지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대형 컴퓨팅 업체 한 임원은 "물론 다 같은 미국 회사의 지사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손해될 것이 없다. 하지만 국내 지사의 경우 금융권 매출이 떨어지게 되면 지사의 영향력도 축소되고, 이는 본사의 한국 시장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당장 지사 규모 축소등의 부메랑이 날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금융기관의 IT시스템을 일괄 구축해 주던 대형 SI업체들의 역할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IT 담당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염려에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등 반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국제부 정명희 부장은 "해외 시설 이전으로 절감하게 될 비용이 과연 국내의 수준 높은 IT 인력과 맞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사측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자칫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시스템 주도권을 빼앗기는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노조는 "IT 시설의 해외 이전이 구체화되면 전산 파업을 비롯한 총 파업도 불사할 각오"라고 전했다.

'금융 정보 시설의 해외 이전 허용'은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요구한 내용으로, 금융기관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나 일부 IT 시스템, 콜센터 등의 정보시설을 국외로 이전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은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금융 정보시설의 해외 이전이 극히 어려웠지만 FTA가 체결되면 발효 시점으로부터 2년내 관련 법이 개정되고 해외이전이 가능하게 된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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