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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 한 박자 늦은 '저작권법 토론회' 방청기


 

"이 이상 더 어떻게 구체화하라는 말씀인지... 그렇다고 웹하드, P2P 업체명을 법안에 명시하고 괄호열고 '야후는 아님'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 큰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안을 만들면서 어디까지 만나 누구의 얘기까지 들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와 상임위 통과 이후 한 달여 동안 여론의 강펀치를 맞았던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이 공중앞에 말 문을 텄다.

27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우 의원 주최 '저작권법 개정안 토론회'.

해당 법안이 이미 이달 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마당이니, 뒷 북도 한참 뒷 북인 셈이다. 그러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인 만큼 '식은 밥상' 앞에서도 패널과 방청객의 열기는 대단했다.

'땡땡땡'

공이 울리자, 국회 내외에서 공방을 거듭해 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IT업계는 저마다의 주장에 목소리를 더해 논리전에 불을 뿜었다.

전선은 분명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단상의 패널들은 진행자를 축으로 좌우에 정렬했다.

우측엔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와 권리자단체 관계자 등 저작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이들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인터넷기업협회 소속) 유관 사업자들은 '네티즌'을 앞세워 그 뒤에 숨지 말고, (사적인 이익을 위한) 내 사업의 얘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의견을 주장하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네티즌들에게 불법 콘텐츠 공유 장을 제공하고서도 그간 법적 책임에서는 한 발빼온 OSP들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이 오히려 네티즌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진행자 좌측의 패널들 역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좌측은 인하대학교 이대희 교수를 제외하면 모두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 이은우 변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안의 모호성과 일방성을 성토하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 문화는 황무지가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맨 처음 '反 우상호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던 인기협 측은 "법안의 모호성에 의해 모든 OSP와 인터넷 서비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해당 법안에 의해 닷컴 기업의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것을 경계했다.

마이크가 방청석으로 넘어가자 보다 직접적인 찬반 논란이 시작됐다.

포털사이트 야후 관계자는 우 의원에게 직접 "유감"이라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우 의원도 "함부로 관련 법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들을 충분히 마련해 뒀는데, 이 이상 어떻게 구체화 해야 하느냐"며 "법안에 괄호열고 야후는 아님이라고 명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우 의원을 지원사격하는 원군들도 목소리를 냈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측 관계자는 "꺾이지 말고 밀어붙여달라"며 우 의원을 독려했고, 출판문화협회 측 인사는 "법을 지키지 않는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가능하냐, 법을 지키는게 그렇게 싫으냐"며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토론회는 당초 예정한 두 시간을 훌쩍 넘겨 '뜨겁게' 진행됐다. 예상대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날 토론회를 통해 저작권법에 대해 얼마나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지, 따라서 이 법안이 얼마나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는지 모두가 다시 한 번 경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금번 저작권법 논란은 결국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따른 수익을 누가 만끽하느냐가 핵심인 '돈'의 문제다. 어느 쪽도 논리적 흠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어찌보면 철저히 상업적인 주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간 산업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 법안에 대한 토론은 지나칠 만큼 많이 해도 과하지 않다.

우 의원은 "무한정 의견수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입법 지연에 따른 국민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성급한 입법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 산업간 분열에 따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27일 토론회는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안 한 것 보다야 나았겠으나, 뒷 북도 한참 뒷 북인 이 날 토론회가 아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토론회와는 별도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이제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

부디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 파문이 앞으로의 관련 입법 활동에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통'을 건너뛰고 새 생명을 볼 수는 없다는 교과서적 진리를 새겨보는 연말이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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