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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도둑과 섬, 그리고 검색전쟁


 

'도둑'과 '섬'의 대결…

검색을 놓고 네이버와 엠파스가 벌이고 있는 간단치 않은 싸움을 지켜보며 기자는 이런 희극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섬(네이버)에 갇힌 포로(네티즌 혹은 지식DB)를 도둑(엠파스)이 구출하는 이상한 장면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엠파스가 아마도 도둑처럼 보일 것이다. 직접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네이버의 주장의 행간에는 이런 이미지가 묻어난다. 네이버에, 열린검색은 지식DB를 훔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사법적으로 단죄할 절도인지는 아직 헷갈리는 모양이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안시스템을 설치하기보다는 보물이 도둑의 눈에 쉽게 띄지 않도록 숨기는 데 애쓰고 있다. 지식DB의 링크주소 변경과 암호화가 그것.

그 섬에 다리를 놓고 고립의 문을 활짝 열어 네티즌과 네티즌의 창작물을 해방시켜 인터넷 바다로 내오겠다는 것이다.

검색전쟁을 놓고 두 회사의 주장을 모두 다 받아들이면 그 결과는 이처럼 희극이 된다. 하지만 보고 웃을 수만은 없다. 희극이면서도 비극적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희극은 볼수록 우울해지기도 하다.

다음 장면이 방휼지쟁(蚌鷸之爭)이기 때문이다. 도요새(엠파스)가 방합(네이버)의 속(DB)을 빼려 하고, 깜짝 놀란 방합은 도요새의 부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것을 파란 눈의 어부(오버추어)가 거두어간다.

검색이 이처럼 희·비극적인 전장(戰場)이 된 것은 오버추어가 만들어낸 블루오션, 즉 클릭수에 따른 검색광고(CPC) 때문이다.

그전까지 닷컴의 거의 유일한 수익모델은 '마당론'에 기반한 것이었다. 값싼 DB를 바탕으로 네티즌에게 마당을 깔아주고 놀게 하여 사람을 모은 뒤 배너광고로 돈을 버는 것. 투자는 동쪽에 하고 돈은 서쪽에서 버는 전략이었다. 이 때만 해도 검색의 가치는 전쟁을 벌일 만큼은 아니었다.

이 물길을 돌려놓은 게 오버추어였다. 정보와 지식에 새로운 가치와 생명을 불어넣어 돈과 연결시키는 모델을 창출해낸 것이다. 현재까지의 닷컴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성장세가 두드러진 모델이다.

또 하필 그 시점에서 네이버가 검색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었고, 오버추어와 손잡은 뒤 큰 돈을 벌어들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모두 네이버를 추종하며 전쟁도 불사한다. 오버추어만 뒤에서 이를 즐기고 있다.

포털이 검색으로 싸울수록 오버추어는 신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 길로 갈 때 병목은 필연이다. 또 모두 오랜 기다림과 짜증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때가 대목인 사람도 있다. 뻥튀기 아저씨. 병목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국내 '닷컴 비즈니스의 패션성', 그것이 답답할 뿐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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