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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20년 재조명-9] 컨버전스의 걸림돌들


 

우리나라에 이동전화 서비스가 도입된 지 20년이 됐다. 그동안 이동전화 회사들은 배타적인 주파수 소유권을 기반으로 수월하게 장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전화 사업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전국민의 75%인 3천612만4천명이 고객인 상황에서, 가입자 확대가 아니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늘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고객이 주머니를 열도록 하는 건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텔레포니(VoIP),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IP 기반 인터넷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폐쇄적인 CDMA 비즈니스 모델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

통신 네트워크의 매출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곧 다른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체 산업군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현상은이동전화 회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컨버전스에 관심갖는 이유는 미래의 먹거리일 뿐 아니라, IT 산업과 전통산업간, IT 산업 내부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생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국민의 삶은 한 층 윤택해지고 기업의 정보화 지수도 높아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방송 컨버전스의 최대 걸림돌은 법제도 문제

통신과 방송은 과거에는 분리돼 있었다. 전화나 인터넷 처럼 양방향성을 중시하는 게 통신이라면, 방송은 단방향의 푸시형 서비스였다. 통신에서는 상호 소통이, 방송에서는 공익 등 사회적인 가치가 우선됐던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은 통신과 방송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2008년~2010년 사이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이 완료되면, 기술적으로 완전한 통일이 이뤄질 것이다.

가정에서는 TV수상기와 리모콘으로 인터넷도 하고 쇼핑도 즐길 수 있다. 생방송 프로그램도 원한다면 반복재생하거나 미리 건너 볼 수 있으며, TV로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관공서 민원서류를 뗄 수도 있으며, 가족들 핸드폰으로 '빨리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건 통신업계가 추진하는 IP TV와 방송 업계가 추진하는 디지털 방송 전환 덕분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통신과 방송중 누가 주도적으로 이런 시장을 만들어나가느냐는 관심사항이 아니다.

양쪽간 진입이 자유로워 공정하게 경쟁하고, 잘하는 쪽이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를 주도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면 된다.

지상파 TV 뿐 아니라 다양한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정보 접근권이 확대돼, 다원화되고 민주적인 사회 풍토가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통신 방송 컨버전스 시장은 상당 부분 왜곡돼 있다.

초고속인터넷 등 방송업체들의 통신 시장 진입은 가능하지만, 통신업체들의 방송 시장 진입은 막혀있기 때문이다.

박종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방송법은 매체를 구분해 규제하고, 통신에서는 서비스별로 역무를 나눠뒀기 때문에 방송사업자의 통신 시장 진입이 훨씬 수월하다"면서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위한 방송법상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의 공익성을 높이는 데 있어 예전 개발독재 시대와 다른 철학이 요구된다"면서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몇 개 지상파 매체가 독점하는 것은 민간 통신 업체가 방송 시장에 들어와 상업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융 컨버전스, 소비자 위한 새로운 협력 관계 요구

방송 컨버전스 시장이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의 희생물이라면, 금융 컨버전스의 최대 걸림돌은 과당경쟁이었다.

번호이동성 마케팅에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려다 생긴 과열 경쟁이 금융권과 제휴하는 데 있어 비합리성을 낳았으며, 이로서 소비자들의 불편도 증가했다. 여기에는 통신회사들의 금융사업 진출을 우려하는 금융권의 우려도 한 몫 하고 있다.

소비자는 뱅크온이나 M뱅크, K뱅크 등 휴대폰 단말기로 수월하게 은행업무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은행별로 별도칩을 받아야 하고, 여러은행 서비스를 받으려면 각각의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은 한개 칩에 여러개의 은행 통장을 넣을 수 있는 서비스(원칩 멀티통장)를 금융감독원이 허가하고, 금융실명제법과 전자서명법을 조화시켜 통장을 개설할 때 한번만 은행창구를 방문하도록 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은행간 서비스 차별화가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일부 선발은행들의 반대로 서비스되지 못하고 있다.

차진석 SK텔레콤 모네타사업본부장은 "원칩 멀티통장 서비스때 금융회사들이 우려하는 마스터키 소유자의 정보 관리 문제는 MSD(멀티시큐리티도메인)를 통해 기술적인 해결이 가능해졌다"면서 "다만 현행 금융실명제법에서는 소비자가 무선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수월하게 전자통장을 만들 때에도(원칩멀티통장)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처음 고객이 국민 은행창구를 방문해 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다면, 휴대폰에 전자통장을 만들 때에는 이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자서명법상 공인인증서는 본인확인 수단으로 법적인 위치를 확보한 만큼, 모바일뱅킹 서비스에서도 본인확인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말이다.

◆자동차·통신 컨버전스는 정보 공유 등 활성화 기반 조성이 관건

자동차·통신간 컨버전스는 법제도나 과당경쟁보다는 기반 조성과 비즈니스 모델 찾기가 숙제다.

가장 큰 문제는 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 등이 독점하고 있는 교통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한 과속감시카메라 경보 서비스에 대한 위법성 여부에 대해 정부 당국의 판단도 중요하다.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폭설 등 재난시에 고속도로 교통정체를 해소하려면 한국도로공사는 공기업에 걸맞게 갖고 있는 정보를 상당부분 민간 기업들에게 오픈해야 한다.

경찰청은 과속 단속이 단속 자체보다는 예방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GPS 과속 경보서비스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와함께 텔레매틱스 업계에서는 DMB와 텔레매틱스 결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찾기와 텔레매틱스 대중화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다.

이광수 KTF 컨버전스사업실장은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대중화되려면 텔레매틱스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보다는 텔레매틱스가 장착된 자동차에 대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화재보험사와 제휴해 텔레매틱스 장착 차량에 대한 보험료를 인하해주거나 DMB기능을 텔레매틱스와 합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 등이 더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SK텔레콤은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차 출고시 위성DMB 기능 탑재를 논의중이며, KT그룹 역시 현대차, KBS와 지상파DMB 탑재를 논의하고 있다.

원종규 LG텔레콤 법인사업부 상무는 "텔레매틱스 활성화 정책에 있어 텔레매틱스 기능이 들어간 휴대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반대한다"면서 "교통정보에 대한 가격이 싸지고 정부가 텔레매틱스 분야 전파사용료 등을 낮춰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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