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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커머스시대(下)] 이커머스 '개인화 스몰AI'로 포털 견제


"방대한 커머스 데이터 구조화해 개인화된 쇼핑 제안"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IT공룡 네이버와 카카오의 참전으로 이커머스업계도 발길도 분주하다. 그동안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쿠폰·할인 등 마케팅 위주의 출혈경쟁에만 골몰했다면 이제부터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IT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IT인력을 충원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선보이는 곳도 늘고 있다.

다만, IT공룡들이 AI 비서나 로봇 등 '빅 AI'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커머스업계는 기존의 커머스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쇼핑편의성을 높이는 '스몰 AI'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개인화된 쇼핑이다. 향후 음성으로 주문·결제가 가능한 '보이스 커머스' 시대가 도래하면 소수의 후보군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품을 추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AI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IT 인력 100여명을 충원하고 상품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개인화된 쇼핑 정보 제공이다. 이미 G마켓·옥션의 핫딜 코너인 '올킬'과 '슈퍼딜'에서는 고객에 알맞은 딜이 자동 추천되는 개인화 로직이 실행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매일 200여개씩 제공되는 데일리 딜을 ▲고객 행동 ▲쇼핑 패턴 등을 기반으로 그룹핑한 후, 개별 고객의 성향·위치·관심사 등을 종합해 최적화된 딜과 상품정보를 추천한다. 200여개에 달하는 딜 중에서도 A와 B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상단에 노출되는 딜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의 핫딜 서비스는 매년 평균 60% 이상씩 고성장해 지난해 거래액 1조원을 넘겼다.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한 덕분이다. 올해는 딜 이외의 영역에서도 보다 정교한 개별 정보 제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물류 운영에도 AI 서비스를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스크린을 넘어 가전·자율주행차 등에 쇼핑 관련 기능이 들어가는 엠비언트(ambient) 컴퓨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디바이스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화된 데이터 구축이 중요하다. 이는 꼭 보이스 커머스가 아니더라도 퍼스널 타깃팅이나 사기거래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션 : 스몰AI로 차별화된 쇼핑경험 제공"

11번가는 국내 대표 IT기업인 SK플래닛과 SK텔레콤의 기술적 우위를 적극 누리고 있다. 지난해 11번가는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인 '디지털 챗봇'과 '마트 챗봇'을 연이어 론칭했으며 국내 최초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와 손잡고 음성 쇼핑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해주는 기술도 이미 활용 중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AI 검색 추천 기술은 아주 작고 세세한 부분의 변화를 만들기 때문에 IT업계의 AI 서비스 대비 드라마틱한 효과는 적다. 소비자도 현재 11번가 앱에서 어떤 AI가 적용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편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 역시 IT 서비스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정기 배송서비스는 쿠팡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예컨대 분유 정기배송을 신청한 소비자는 쿠팡 앱 내에서 아이 월령에 알맞은 분유와 기저귀가 자동 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이 데이터 관리 기술로 상품을 구조화하고 검색 엔진 기술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다.

최근에는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밀번호·지문입력 등 추가 인증 단계 없이 결제하기 버튼만 누르면 결제되는 아마존식 '원터치 결제' 서비스를 자체 개발했다. 여기에 고객의 구매 패턴을 파악해 이상 신호 감지 시 비밀번호 입력을 추가로 요구하는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FDS)' 등 쿠팡의 자체 기술력을 집약했다는 설명이다.

위메프와 티몬 역시 데이터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개인화 추천, 이종산업과의 융합에 대비한 내부 연구개발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위메프는 올해 내부 시스템 안정화와 고도화 작업을 중요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IT 개발자를 대거 충원해온 티몬 역시 관리형 오픈마켓 진출을 계기로 관련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대형 포털 진출,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것"

이들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진출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대형 포털이 단번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포털은 국내 최고 수준의 검색과 추천기술을 가졌지만 커머스 정보는 기존 플레이어 대비 부족한 실정"이라며 "소비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려면 데이터를 많이 축적해야 하는데 포털이 그 수준까지 갔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털이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이커머스업계가 대형 포털을 뛰어넘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기술과 이를 실제로 적용했을 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은 가지고 있다"며 "더욱이 업계 판도가 '차별화된 쇼핑 경험'으로 바뀌면서 기존 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IT 서비스 고도화를 준히배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도 IT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쿠폰 싸움'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다. 여기엔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막대한 영업 손실과 자본 잠식에 빠져있는 업계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는 효율이 나오는 사업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 쿠폰에 돈을 쓰면 소비자가 모이지만 IT 기술은 아무리 투자해도 단기간 내 성과가 나지 않으니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테크에 점점 인색해지는 것"이라며 "체질 개선에 대한 의지 없이는 대형 포털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고 경고 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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