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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편집숍 열풍 속 모험 꺼리는 패션업계


"신규 브랜드 론칭 부담↑, 실패위험 최소화 위한 방편"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국내 편집숍 열풍은 패션업계의 브랜드 소싱 능력이 떨어졌다는 반증입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비이커와 10꼬르소꼬모 서울, 이랜드리테일의 이즈멜본과 보에띠, LF의 라움과 라움맨, 한섬의 무이와 폼더스토어 등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이 편집숍 확장에 나선 가운데, 한 패션업계 관계자 A는 이같이 말했다. 편집숍 열기 이면에는 실패가 두려워 모험하지 않는 업계 분위기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랜 경기 불황으로 패션 산업이 침체되면서 신규 브랜드 론칭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패션업계는 편집숍을 돌파구 삼아 신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편집숍은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선보여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기에 적합한 데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대응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편집숍이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세정의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은 일부 매장을 '올스 라이프 스타일(OL's Life Style)'존으로 구성해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을 함께 선보였다. 숲(SOUP) 역시 지난 5월 잡화·액세서리 브랜드와 손잡고 '숲 갤러리'의 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 B는 "패션업계의 성장이 정체되다보니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며 "화장품과 잡화, 리빙용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고 노력 중이나 당장 뛰어들기에는 실패 위험이 높고 비용 부담도 큰 만큼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통해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편집숍 그 자체로는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편집숍으로 돈을 벌려면 점포를 늘려 볼륨을 키워야 하는데, 지역별로 소비자의 취향이 달라 점포를 무조건 늘리기가 쉽지 않다. 또 편집숍 특성상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직매입해야 해 판매 마진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패션업계가 편집숍에 몰두하는 까닭은 편집숍이 '테스트베드'로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A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신규 브랜드를 꾸준히 내놔야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신규 브랜드 하나가 자리 잡으려면 총 6시즌(3년)이 걸린다"며 "이 기간 드는 비용만 약 300억원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으니 편집숍에 유명 제품을 모아놓고 잘 나가는 제품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 땅에 헤딩하듯'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모험보다는 편집숍에서 소비자의 반응이 높은 제품을 차용해 PB로 만들거나, 해당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성장을 이어간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패션업계가 IT업계처럼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패션업계가 이종 간 협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 C는 "'0'부터 시작해 무언가를 만드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현대백화점이 여성복 중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극복하기 위해 남성복 위주의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한 것처럼 앞으로는 작은 브랜드를 사들여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패션산업 환경이 척박한 만큼, 사업 효율성과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션 특유의 도전 정신만은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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