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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테스트베드 종료 앞둔 RA 업계 '수심 한가득'


비대면 일임 계약 불허로 실효 無…시스템 심사까지 갈 길 멀어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한 1차 로보어드바이저(RA) 테스트베드가 오는 16일 종료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운용 심사에 참여한 29개사 35개 알고리즘 중 25개사 30개 알고리즘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6개월간의 레이스를 마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심의위원회를 거쳐 5월 초 최종 통과 알고리즘을 확정한다.

그러나 고지를 눈앞에 두고도 테스트베드 참여사들은 시름이 한 가득하다. 여전히 금융위원회가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상품의 비대면 계약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테스트베드를 최종 통과해도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사들은 그동안 테스트베드 통과업체에 한해 일임형 상품에 대한 비대면 계약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쉽고 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장점이 사라지는 데다, 판매사의 수수료 징수로 총비용도 올라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융위는 비대면 일임 계약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위험성과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만큼, 비대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임형 시장의 정착 상황을 지켜본 후 추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테스트베드에 참가해 신뢰성을 확보했는데도 비대면 일임형 계약이 안 된다니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라며 "특히 리테일 채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핀테크 업체의 경우 비대면 일임 계약 허용이 더 간절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2차 테스트베드 참여를 망설이는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스템 심사에 자문·일임업 취득까지…'산 넘어 산'

비대면 일임 계약이 어려운 상황에서 알고리즘 운용 심사 외에 시스템 심사를 별도로 거쳐야 하는 점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금융위는 운용 심사에 참여한 업체 중 단기간 내 알고리즘을 상용화하려는 업체에 대해 안정성·보안성 심사를 별도로 진행한다. 해당 업체가 온라인 자문업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전산시스템을 구비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이를 위해 금융보안원이 알고리즘·주문내역·개인정보 등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정보에 대한 해킹 방지 역량을 심사한다. 이를 통과하면 자연재해·해킹 등의 사고 발생 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한 비상조치 매뉴얼과 복구 시스템을 갖췄는지 코스콤의 평가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대형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은 자문·일임업 미등록 업체에게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라는 점이다. 시스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 금융사와의 협업 없이 독자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면 자문·일임업 인가를 추가 취득해야 하는 탓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형 금융사와 공정하게 겨뤄 높은 수익성과 안전성을 증명했어도 자금 없이는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없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이 때문에 테스트베드에서 중도 하차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테스트베드 시스템 심사기준이 일반적으로 자문·일임업 인가를 취득할 때보다 높은 편"이라며 "5억~15억 정도의 자금 확보가 부담스러워 자문업 인가를 따지 않은 IT 스타트업들이 과연 시스템 통과를 위해 수억원에 달하는 전산시스템을 구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물론 비대면 일임 계약이 허용되면 전산시스템을 갖춰 시스템 심사를 통과한 뒤 자문·일임업 인가까지 취득하면 되지만, 비대면 일임 계약이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추가 비용을 들이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테스트베드를 통과해도 등기로 보내던 투자보고서를 온라인으로 보내 등기 비용을 아끼는 정도의 혜택밖엔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스콤은 "금융 당국에서는 핀테크 업체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상용화를 일종의 금융서비스로 보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준하는 정도의 안전과 보안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라며 "더욱이 온라인 위주의 업무다 보니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하드웨어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안전성·보안성 검증한다더니 '수익률'에만 주목

테스트베드 자체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필요한 규제가 많은 데다, 테스트베드 평가 항목에 수익률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수익률만 부각됐다는 주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테스트베드의 요구 맞춰 분기마다 한 번씩 자산 리밸런싱(재분배)을 시행하다 수익률이 흔들렸다"며 "오랜 펀드 운용 경험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대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산 리밸런싱을 자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 알고리즘의 장단점이 부각되도록 룰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스템의 안정성·보안성을 확인한다는 테스트베드 본래 취지와는 달리 '수익률 경연장'으로 변질했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수익률만 잘 나오면 대형 금융사와 계약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로보어드바이저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고수익보다는 안전성에 주로 신경을 썼는데, 실질적으론 수익률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니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스콤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만 수익률을 공개할 뿐, 수익률을 줄 세우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올 초부터 알고리즘 유형과 관계없이 수익률 순위 지표를 만들어 공개한 것과는 배치되는 이야기"라며 "2차 테스트베드에서는 알고리즘의 안전성이 좀 더 논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스콤은 오는 21일까지 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참여 신청을 받은 뒤, 사전심사를 통과한 알고리즘에 한해 5월 22일부터 11월 21일까지 포트폴리오 운용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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