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文, 단일화 실패…서로 뜻 달라

공식선거운동이 끝나는 12시를 앞두고 끝내 범여권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단일화가 무산된 것은 문국현 후보의 '이기주의'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신당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18일 밤 당사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문국현 후보 측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거부했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민 위원장은 "오늘까지도 수많은 분들이 설득했으나, 문 후보가 거부했으며 최종적으로 단일화 논의는 무산됐다"면서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됐기 때문이며 역사가 심판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병두 위원장에 따르면 두 후보의 단일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 중순 정 후보가 문 후보에게 '반부패 미래연대'의 연합을 제안했던 시점.

당시 문 후보는 역제안·수정제안으로 '삼성비자금 특검'을 문 후보 제안대로 하면 그 과정에서 신뢰를 쌓고 단일화 논의에 성심을 다하겠다고 했던 것. 정 후보 측은 그 제안을 수락했으나 이후 문 후보가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민 위원장은 강조했다.

민 위원장은 "이후 단일화를 위해서 TV토론, 공동 유세, 공동 토론 등 모든 것에 대해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해서 문 후보가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중재에 대해서도 민 위원장은 "단일화 형식·절차·방법·TV토론 회수·단일화 이후 공동 노력 등에 대해서 모두 시민사회에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시 문국현 후보는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가 돼도 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문 후보가 내세운 이유는 "정 후보 측과 정통성과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정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민 위원장은 전했다.

결국 TV토론이나 여론조사 방식, 시민사회 위임안 등 모든 것에 문 후보가 수용하지 않아 단일화가 무산됐다는 주장이다.

민 위원장은 "어쨌거나 그 쪽은 총선에서 일정한 정도의 득표를 하고, 지지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함께 하는 것보다는 독자적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문 후보가 과감하게 대선 정국에서 자신을 헌신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에 대해서도 얘기했으나 끝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국현 후보 측에서는 무조건 정동영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만 하던가.

"우리는 그 쪽의 정동영 후보가 사퇴해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논거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했다. 문 후보가 제안하기 이전에 정동영 후보가 먼저 제안하면서 기득권을 양보할 수 있다고 했다.

함세웅 신부와 3자가 단일화 논의하면서 답이 안 나오자 결국 하늘에 맡기자고 제안했는데, 그것도 수락했다. 신탁하자고 한 것은 기도하면서 새벽에 국민과 역사의 지혜를 물으면서 하느님의 뜻이 있으면 양보할 수 있다라는 의미다. 감동이 있다고 한다면 그 감동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동이 있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는) 위임하지 않고, 한번도 양보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그 진실성에 대해서 이제는 문제를 제기하고 넘어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현시점에는 양측의 접촉 전혀 없나.

"없다고 말 할 수 있다. 어제, 그제, 그그저께 직간접적으로 수십 가지 채널로 접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쪽은 일관되게 단일화를 통해서 문 후보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계산이다. 오늘도 수없이 많은 분들이 접촉하고, 전화했다.

서울역 유세 끝난 뒤 부패 세력 집권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저녁을 같이 먹으며 설득했으나, 그 자리에서도 거부했다. 마지막에 함세웅신부에게 최종적으로 의사 타진했으나 그 자리에서 분명히 거부했다.

만약 약간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시민사회 원로들이 밤샘 농성이라도 하는 방법을 고민했으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다. 이대로 가는 것이 총선에서 그 당이 원내 제2당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릇된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

-왜 선거를 하루 앞둔 지금 그 사실을 밝히는 건지.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문국현 후보가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모든 것을 인내하고 감수했다. '이명박 동영상'이 공개되고 특검법이 통과된 이후 민심의 변화는 놀랍다.

소용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동영 후보가 사실상의 유일한 단일화 후보라는 얘기는 어제 시민단체·대표 원로들이 정 후보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를 찍지 않는, 문국현이나 이인제, 이회창을 지지하는 것은 이명박을 지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인식을 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공개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사실상 말도 안 먹히는데 왜 계속 시도한 건가.

"문국현 후보와 계속 만나고 노크한 것 자체가 소모적이고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문국현 후보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문 후보가)타협하고, 대화하고, 협상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자기 고집만 갖고 가는 사람이라고, 왜 환상을 갖고 가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가 적어도 부패세력이 집권하면 안된다는 '가치'를 갖고 있었으므로 진실을 가지고 얘기하면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 오히려 지금은 많은 시간 소모하고, 이것이 존재감 키워준 것 같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정 후보 지지율과 이명박 후보 지지율 차이를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로 상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문국현 후보가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인가 묻고 싶다. 역사의 법정에서, 심판대에서 어떠한 책임을 질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신당 측에서 끊임 없이 구애를 했던 사람인데 이 시점에서 비판을 한다면 오히려 악영향이 있지 않겠나.

"정동영 후보는 항상 포용적인 자세로 임해왔다. 문 후보는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입장을 감추려고 공격적인 자세로 했다. 그러나 인내로 포용했다.

문 후보가 도덕적 양심이 있다고 한다면 지금 와서 우리가 총결산(이 얘기를 하는 것) 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 입장 밝히기 어려울 것이다. 문 후보 지지자도 이쪽에서 성심성의껏 노력했다는 것을 안다면 표를 결집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과정에 대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 드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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