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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여론조사'로 뽑나?


여론조사 보도 신뢰성 논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 보도의 힘은 절대적이다.

이회창 후보가 지난 7일 경선 불복종 논란 속에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은 사흘 전 MBC가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최초로 20%를 넘어섰다"고 보도한 게 영향을 미쳤다.

BBK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BBK때문에 정권교체가 안 될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가'라고 질문하면서 '불안하지 않다'를 57.8%로 보도한 것은 이명박 대세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론조사 보도는 민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잘못된 질문,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로 많은 12명의 후보가 나와 경쟁한다. 또한 여론조사 보도 규제가 완화돼 12월 12일까지 국민들은 각 후보별 지지율을 알 수 있게 됐다.

이에따라 선거운동 기간 지지율을 통한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과 함께 사표방지 심리가 발동해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속에서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대통령을 뽑는 게 바람직할 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일부 언론사들은 자의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해 보도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선대위원장의 소위 '노망'발언으로 여야 갈등이 첨예했던 27일, 대선미디어연대는 대선시기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사의 무리한 의미부여

이날 발제에 나선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당내 경선도 후보단일화도 TV토론 초청대상자도 모두 여론조사 하나로 결정하는 여론조사 공화국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속보성 경쟁에 따른 당일치기 여론조사, 수치에 대한 무리한 의미부여와 과도한 제목달기, 정책검증 보도를 실종시키는 잦은 여론조사 보도 등이 국민들을 대통령 선거에서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여론조사 보도는 단순하고 쉬워서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정치권에 대한 파괴력도 있어 언론사로서는 뿌리치기 어렵다"면서도 "언론사 스스로 여론조사 보도의 준칙을 명확히 정리해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BBK때문에 정권교체가 안 될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가'라는 식의 질문은 '도덕성에 흠이 있더라도 능력이 있다면 찍겠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강조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BBK의 경우 검찰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라야 부분적인 잘못인지 새빨간 거짓말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데, 이에앞서 국민들에게 판단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오보사례

▲ 오마이뉴스 11월8일자 보도(대구지역 긴급여론조사, 이회창이 이명박 앞서) 부제로 '이회창 37.4%, 이명박 32.6%…오차범위내로 앞질러"라고 달고 있다. 오차범위라고 밝혔지만, '앞질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제목을 뽑았다.

김창룡 교수는 "그러나 이 조사의 응답율은 8.23%,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 4.0%포인트"라면서 "대구시민 604명, 응답율 8.23%가 과연 대구지역의 여론을 얼마나 정확히 나타내고 있는 지 의문이며,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걸 기사화하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보도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3월 20일과 4월 11일 보도(손학규 전 경기지사 지지율변화관련 기사) 조선일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지지율 변화관련 기사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오른 것으로'라는 표현과 '탈당후 급등했던 지지율이 주춤한 상태'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표시된 내용을 보면 손 전지사의 지지율은 3월 3일 약 6%, 탈당 시점인 3월 19일 약 8%, 3월 27일 약 7.5%였다.

김창룡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변화했다고 보도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며 "손 전지사는 오차범위 내에서 박스권을 유지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여론조사 보도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정체성이 없는 후보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판을 정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론조사 보도가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대운하나 교육의 3불(不)정책 등 일부 논란이 된 정책이슈에 대해 여론조사해서 보도할 방법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정책공약 검증 여론조사는 불가능?… 여론조사 방법론 개발지적도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속보와 시의성이 중요한 언론의 속성과 국민의 관심을 따져봤을 때 정책공약에 대한 여론조사는 쉽지않다"면서도 "언론사 내부에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키우고 보도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것 등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책이 있어야 정책공약에 대한 여론조사가 가능할 텐데 그렇지 않다"면서도 "거절율이 47%나 된다고 하지만 갈 수록 줄고 있는 등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권미혁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정당정치(대의제)가 실종되면서 국민들이 후보 지지율에 목매는 이상한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하고, "그렇다면 차라리 여론조사 방식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해야 하는 게 아닌 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논란이 있었을 때 인터넷에는 2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며 "이같은 민심을 여론조사에 반영할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우리의 여론조사는 지지율이 중심인데 유권자들은 뭘 원하는 가 등 내용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인터넷에서는 새로운 여론수렴 방식이 실험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12월 3일부터 지식iN 서비스를 통해 대선후보와 네티즌이 만날 수 있게 한다. 대선후보가 이용자들에게 국정 운영에 가장 적합한 정책과 철학 등에 대해 직접 물으면 네이버의 지식iN 우수이용자들이 답할 수 있는 "대선후보가 지식iN에게 묻습니다" 이벤트를 하는 것.

여론을 조사하는 이유가 민심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가능한 방법중 하나일 것이다.

김현아 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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