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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비트CPU 출시1년-상] 64비트 PC의 도전


 

지난 2003년 9월 말 AMD가 업계 처음으로 PC용 64비트 CPU를 선보여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프로세서(CPU) 부문에서 인텔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AMD는 PC용 64비트 부문에서 만큼은 '일등'이라는 도장을 찍었다.

AMD는 또한 지난 85년 인텔이 386 CPU를 발표한 이후 20년 가까이 PC를 지배했던 32비트 시대가 저물고 64비트 시대가 왔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년이 지난 지금, 64비트 PC 시대는 어디까지 다가왔나.

그리고 남은 숙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64비트 PC ' 시대 진입, 갈 길은 멀어

64비트 PC란 CPU가 한번에 64비트씩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것을 말한다. 도로로 치면 기존 32비트에 비해 차로가 두배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CPU가 한번에 2의 64승(18,446,744,073,551,616) 개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2의 32승(4,294,967,296) 개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64비트 컴퓨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90년 대 초반부터 대형 서버 같은 컴퓨터는 64비트 환경이었다. 그러던 것이 저가 서버로 확대됐고, 비로소 데스크톱이나 노트북PC에서도 64비트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당시 64비트 CPU 발표를 위해 방한한 AMD 허버트 부사장은 "멀티미디어의 발전으로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 PC의 데이터 처리용량 증가로 인해 64비트 PC 환경은 절실해지고 있다"며 "향후 1~2년 내로 64비트가 PC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작년 11월 열린 미국에서 열린 컴덱스 전시회에서 AMD는 2005년 말이면 32비트 CPU가 사라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MD의 야심찬 기대와는 달리 지난 1년 동안 64비트 PC 시대를 위한 업계의 움직임은 거북이 걸음의 연속이었다. OS를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은 계속 늦어지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64비트 CPU를 장착한 PC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다.

지난 9월에야 국내 브랜드 PC 제조사중에서 삼보컴퓨터가 처음으로 AMD '애슬론64' CPU(윈도는 32비트)를 장착한 PC를 내놓았다. 64비트 PC 시대를 64비트 'CPU와 운영체계(OS)'가 갖춰지는 것으로 본다면 CPU 출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쪽짜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 수면 밑 움직임 활발해져

영향력이 큰 인텔과 마이크소프트(MS)가 본격적인 64비트용 CPU와 윈도를 출시하지 않는 것이 64비트 PC 시대로의 전환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32비트 PC 환경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도 많다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인텔코리아 곽은주 차장은 "아직 PC에서 64비트 시대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움직임을 보면 64비트 PC 시대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달 초 대만의 칩 제조사 비아(Via)는 눈길을 끄는 발표를 했다. 비아는 개발중인 64비트 x86 호환 프로세서의 세부사항을 밝혔다. 인텔이나 AMD의 칩과 호환되는 비아의 칩 발표는 64비트 시대에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게임 업체인 아타리(Atari)는 지난 9월 'AMD 64'를 지원하는 64비트 게임을 발표했다. 'Shadow Ops: Red Mercury'라는 이 게임은 세밀하고 현실감 넘치는 그래픽 묘사가 자랑인 게임으로 알려졌다. AMD에 따르면 이밖에 64비트용 게임으로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토너먼트', 유비소프트의 '파 크라이'가 64비트용으로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 프로세서 기업인 엔비디아 역시 64비트에서도 고성능의 그래픽 칩이 작동한다는 데모를 시연했다. 액체형상의 '3D댄서'는 당초 32비트 기술 데모용으로 만들어졌지만, 64비트 CPU에서도 잘 동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 엔비디아는 새로운 버전이 유사 컴퓨팅 환경에서 32비트 버전보다 27% 가량 높은 성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64비트 윈도 정식 버전이 출시되기도 전에 64비트 윈도 바이러스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발견된 'W64. Shruggle'이라고 명명된 바이러스를 64비트용(?)으로 진단했다. 이미 64비트 윈도 바이러스 제작이 시도될 정도로 64비트는 부지불식간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다.

◆ 멀티미디어 한계를 넘는다

64비트 PC 환경은 CPU가 관리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 크게 증가한다. 기존 32비트 CPU는 다룰 수 있는 메모리 크기는 4기가(GB)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64비트 환경에서는 이론적으로 1천800만테라(TB)를 다룰 수 있다.

4기가를 넘는 대용량 파일이라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가상 메모리 영역을 만들지 않고 메모리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4기가 메모리'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멀티미디어 환경의 급증 추세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한계를 보일 전망이다.

엔비디아코리아 안광태 부장은 "64비트 PC 환경에서는 데이터 처리용량과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금까지는 표현이 힘들었던 실제 영상에 가까운 표현이 가능해진다"며 "3차원 입체 영상, 캐드영상 등 대규모 고속연산을 이용자들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삼보컴퓨터는 이런 점을 발빠르게 파고들며 지난 8월 열린 월드사이버게임즈 한국국가대표 선발전에 AMD의 '애슬론64'를 장착한 데스크톱PC를 공급했다. 이 PC가 64비트 성능을 모두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향후 등장할 64비트 PC는 화면이 느려지거나 중간중간 끊김이 생기는 것이 치명적인 게임 전투에서 성능향상에도 매달리게 되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C전문가 이관헌씨는 "64비트 환경이면 캠코더나 디지털카메라 보급이 늘어나면서 동영상 제작시간이나 포토 샵 사진 편집 등의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며 "MS의 윈도, 64비트용 그래픽카드 및 사운드카드 드라이버등의 개발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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