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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 해부]-(제1부)-5. 접속료정책


 

접속료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타 사업자의 망을 사용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독점 시장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지만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면서 중요한 개념으로 부각됐다.

접속료는 우선 그 규모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영업을 통한 가입자 유치실적과 관계없이 깔아놓은 망을 빌려주는 대가만으로도 큰 수입을 올릴 수 있어 통신서비스 업체들에겐 매우 중요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접속료 시장의 규모는 무려 2조9천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처럼 엄청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시장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부닥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업자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들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사업자도 자신의 모든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 요금을 정하지 않듯 사실은 접속료는 통신요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접속료는 또한 통신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규제 수단이다. 사업자간, 혹은 서로 다른 유형의 서비스간 접속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하는 것이 접속료 결정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LM요금과 이동망 접속료 변화 추이(단위:원)

년 도 LM요금수입(분당) 유선사업자 수입 이동망 접속료 유선:무선비율
1996 177 21 156 12:88
1997 161 20 141 12:88
1998 153 34 108 24:76
1999 153 42 101 29:;71
2000 119 43.2 68.9 39:61
~2001.8 119 49.0 63.6 44:56
2991.9~ 119 55.4 63.6 47:53
2002 94 48.3 45.7 51:49

*2001년 9월 이후의 유선사업자 수입은 부가세 환급효과 포함, 이동망 접속료는 SK텔레콤 기준

예컨대 올해 정통부가 상호접속고시기준을 개정하면서 '개별 요율제'를 채택함으로써 후발사업자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정책을 펼친 것도 이른바 비대칭 규제의 한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 모두가 불만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다른 이유로 해석돼야 겠지만 적어도 정책적 함의가 그렇다는 것이다.

◆2차례에 걸친 접속고시 개정

국민의 정부 들어 접속료 제도는 두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우리나라 상호접속고시 개정의 역사를 놓고 보면 3차 개정이라고 할 수 있는 2000년 10월과, 가장 최근인 올해 7월의 개정이 그것이다.

우선 2000년 10월의 개정의 특징은 접속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접속원가의 범위를 유선망에서는 가입자 선로 감가상각비를 NTS(Non Traffic Sensitive)원가로 보아 전액 제외했고, 이동전화망에서는 기지국 설비의 감가상각비는 NTS원가 인가에 대한 논란 끝에 전액 접속원가에 포함시키로 결정했다.

또 다른 특징은 접속요율 산정과 정산에 있어서는 매 2년마다 이용자를 가장 많이 가진 사업자의 2년 전 원가를 검증해 산출된 접속통화요율에 연간인하율을 적용해 당해년도와 차년도 접속통화요을을 산정토록 한 점이다. 즉 2002년도와 2003년도 접속료 정산은 2000년도의 대표사업자의 원가를 2001년도에 검증해 이를 토대로 정산키로 한 것이다.

또 하나 특징은 98년도 원가자료 검증을 토대로 정산하는 2000년도와 2001년도의 접속통화요율을 셀룰러와 PCS로 차등요율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주파수의 특성과 선후발사업자간의 가입자 규모 차이등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따라 접속료는 셀룰러의 경우는 2000년에는 분당 68.9원, 2001년에는 63.6원으로 정해지고, PCS의 경우는 2000년에는 분당 73.7원, 2001년에는 65.7원으로 정해졌다.

올들어서인 지난 7월 개정의 특징은 LM(Land to Mobile)의 경우 이통3사 모두에게 '개별요율'이 적용됐다는 점과 2004년부터 장기증분원가(LRIC)방식으로 간다는 것을 명시한 점, 접속료율 인하의 효과를 소비자 이익을 돌리려 했다는 점등을 들 수 있겠다.

이에따라 접속료는 SK텔레콤 45.7원, KTF 53.5원, LG텔레콤 58.9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또 하나 주목되는 특징은 LL(Land to Land)의 경우에서는 후발사업자인 하나로통신에게 별도의 원가를 인정하지 않고 KT의 원가를 같이 적용시켰다.

이와함께 KT의 원가 중 가입자 선로 부분을 올해부터 매년 20%씩 차감해 5년 후에는 접속료 원가에서 가입자 선로 원가가 완전 빠지도록 했다는 점도 특징중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정통부는 다만 이경우 예상되는 KT의 수익감소는 보편적 서비스 기금의 보상률을 50%까지로 대폭 높이는 것으로 커버했다.

◆지켜지지 않은 원가베이스 원칙

접속료는 말 그대로 상대방 회사의 망을 사용한 대가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대방 회사의 '망 원가'를 지불하는 것이 가장 간명하고 옳다.

그러나 시장진입 시기의 차이, 보편적서비스 부담 등등의 원인으로 원가만 적용키가 쉽지 않다. 또 원가의 범위를 놓고도 서비스 유형별로 회사간에 이견이 많아 원가를 산정하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원가를 베이스로 하지 않을 경우 경쟁을 왜곡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서비스 업체의 원가절감 노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원가의 검증과 적용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92년 상호접속기준이 첫 제정될 당시부터 94년 1월 1일부터는 원가방식에 의해 접속통화료를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 접속료에서는 단 한번도 원가를 적용시켜 본 적이 없다.

지난 97년 12월 개정 때도 이동망은 원가베이스로 산정키로 원칙을 정했다가 후발사업자들이 반발하자 '수익배분 방식'이라는 변형을 채택했다.

심지어 정통부는 올해 7월 개정 때도 연초까지 '개별원가제'적용을 내세워 오다가 마지막에는 '개별요율제'라는 변형된 형태를 들고 나왔다.

정보통신 정책연구원(KISDI)을 통해 원가를 검증해 놓고도 이는 참고로만 삼고 우리와는 통신환경이 다르고 업체들간의 경쟁 성숙도도 다른 영국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해 요율을 적용시킨 것이다.

실제로 접속료가 45.7원으로 결정된 SK텔레콤의 원가는 38원으로, 53.5원의 접속료로 결정된 KTF의 원가는 58원, LG텔레콤도 접속료는 58.9원으로 결정됐지만 원가는 63원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만 보면 SK텔레콤은 원가보다 높은 요금을 받도록 정부가 보장하는 셈이고 후발사업자들은 모두 원가보다 낮은 접속료를 받도록 돼 있는 셈이다.

정부가 통신규제의 대표적인 수단인 접속료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처럼 원칙없이 상황논리에 맞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업체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선 SK텔레콤의 접속료가 45.7원이 된 과정을 보자. 2001년도 SK텔레콤의 접속료는 분당 63.6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실제 계산된 망 원가는 38원이었고 이를 그대로 접속료로 결정한다면 SK텔레콤이 엄청난 규모의 수익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더욱 큰 문제는 후발 사업자들이 사실상 요금경쟁력을 잃게 돼 버린다.

따라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63.6원에 실제원가인 38원을 더한 후 2로 나누어 평균원가를 구하고 그기서 SK텔레콤의 원가절감노력을 약간 인정하고 소비자이익환원 부분을 감안해 나온 수치가 45.7원이다.

정통부의 전임 담당자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특수한 시장 상황만을 감안해 접속료를 원칙없이 결정하다 보니 후임도 무조건 '원칙'만을 내세울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음은 미루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땜질식 정책을 펼칠수야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정통부는 접속료를 요금정책이나 보편적서비스 제도를 위한 보완적 도구로 지나치게 이용하는 바람에 상호 동등한 접속을 통한 경쟁활성화라는 접속제도 본래의 기능이 훼손돼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내전화 요금을 몇 퍼센트 더 내리는 대신 접속료 배분에서 KT에게 좀 유리하게 해 준다던지 하는 식이었다. 게다가 접속료는 사업자들 사이의 일이니 정통부가 좀 자의적으로 처리한다해도 소비자들로부터의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리한 도구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

지난 7월 개정 때도 이같은 모양은 그대로 나타났다. KTF와 LG텔레콤의 접속료는 영국에서 선후발 사업자간의 격차를 감안해 적용하는 수치를 적용해 산출했다. 전파환경이 다르고 업체들간의 경쟁구도가 우리랑 다른 영국의 케이스를 산술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적용하는 개별요율제를 위해 영국을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이상의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선발사업자든 후발사업자든 모두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은 SK텔레콤대로 63.6원에서 45.7원으로 한꺼번에 대폭 인하한데 대한 불만이다. 게다가 결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도 설득도 없었다는 것이다.

후발사업자들은 후발사업자들대로 불만이다. 심지어 접속료를 다시 바꾸자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부가 개별원가제로 가지 않아서 결국엔 망원가에도 못미치는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후발업체들의 불만의 요지다.

정통부는 또 유선사업자간 접속료에서는 원가가 높은 후발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원가차이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불리해진 하나로통신을 보전해 주기 위해 이동통신업체들을 동원했다. 이통업체들로 하여금 KT의 망원가 인하에 따라 줄어든 접속료 부담을 고스란히 하나로통신에게 주라고 지시한 것이다.

결국 국민의 정부의 접속료 정책은 앞선 정부의 왔다갔다한 정책의 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세계적으로 접속료 산정에 선진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장기증분원가로의 이행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점과 지금까지 원가 인하의 과실을 사업자들의 주머니 사이에서 이리저리 옮겼다면 소비자들의 이익으로 소화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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