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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책 춘추전국시대-끝] "주식회사 한국, IT정책에 ERP 도입해야"


 

'IT가 중요하다'

거듭되는 부처간 업무 중복에 대해 전문가들은 'IT가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뜨는 분야가 아니라면 서로 하겠다고 나서지도 않

았을 것이며 힘겨루기 역시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산업에 걸쳐 IT가 주력으로 부상하게 되자 마치 '안 하면 소외당할

것' 같은 위기를 부처들 모두가 느낀 반면, 중앙 조정 기능은 휴업 상태

에 있었던 게 업무 중복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람들은 그러나 IT산업이 상승곡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권 말기로 갈

수록 부처간 중복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무정부 상태

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 때 대표적인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국가 기업론'이다. 조직 운영에

있어 국가와 기업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주식회사 한국'의 'IT사업부'를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해 가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는 것.

중앙 조정 기능을 마련하고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을 먼저 고민하며 그 안에

서 IT의 기능과 역할을 수립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

다.

잘못된 기획과 사업 구상이 엄청난 기업 손실을 초래하듯 국가 자원의 중복

과 실종된 조정기능 역시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열등 국가를 만들 수 있

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조직에도 ERP(전사적자원관리) 개념이 도입돼야

'전사적 자원관리'로 해석되는 ERP는 기업이나 특정 단체의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게 도입 취지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치,

운영하여 업무 능력과 기업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는 게 ERP의 목적이다.

IT정책에 있어 ERP 개념은 그래서 필요하다. 각 부처들이 보유한 자원과

인력, 예산을 진단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정책을 수립, 집행해 나가려면

전 부처적인 자원관리가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감히 없앨 부서는 없애고 주력팀에는 사람과 힘, 돈을 실어주어야 하며

규제 기관은 단순화시켜야 하는 것.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4년 정부조직법으로 정통부를 만들던 당

시 해당 업무에 필요한 인력들을 재배치한 바 있다"며 "지금 그 작업이 시

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처간 업무 중복이 빚어지는 점으로 미루어 "사람이 남고 모자라고 하는

일이 분명 발생하고 있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RP 도입에 앞서 해당 기업의 역사와 앞으로의 방향

을 진단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하고 "정부 조직 역시 전체 비전과

향후 되고 싶은 정부의 모습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느 부처에서 얼마만한 예산을 집행하고 또 몇 명의 인력이 모자라고 남는

지를 먼저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분배와 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일

이 지금 '주식회사 한국'에 던져져 있다.

국가 CIO제 도입도 필요

부처간 업무 중복을 막고 안정적인 정책 집행을 실현하려면 국가에도 IT정

책 기능을 총괄 조정하는 국가 CIO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청와대에 정보화수석비서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역시 제시되는 대안 중

하나다.

정보화는 계속돼야 하지만 정권은 유한하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정보화 정

책이 영속성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추진되려면 한 나라의 IT정책을 책

임 지고 조정, 집행할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효석 의원은 "IT산업에 대한 부처간 정책

중복을 막으려면 적어도 각 개별부처의 힘(?)을 조정하는 국가 CIO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한 "국가 CIO는 각 관련 부처의 이해를 포괄하는 정책을 입안

하고 정책 실행 과정에서 예산과 인력에 대한 배분 등을 총괄해야 하므로

대통령이 직접 권한을 부여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국가 CIO제 도입은 지난 95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이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부가 추진중인 'IT기본법'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IT산업 자문위원

회'를 구성하여 국가 CIO의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으나 사무국을 어디

에 둘 것인가와, 누가 간사부처가 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마무리되지 못

한 상태다.

국가 CIO를 규정하고 지위를 부여할 법 개정이 지금으로선 더 시급하기도

한 것이다.

정보사회 마인드를 갖춘 IT맨은

국가 CIO 못지 않게 시급한 작업은 정보사회 마인드를 구비한 IT맨을 찾아

내는 것이다. 아무리 힘을 실어주고 중앙 조정기능을 맡긴다 해도 IT를 모

르는 자가 정책 수장이면 혼선만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사회가 아닌 '정보사회'의 개념과 마인드를

구비한 정책 전문가가 국가 CIO가 돼야 하며 조정 부서도 이같은 맥락에

서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성대학교 정충식 교수(행정학과)는 "공식적으로 전자정부 기능을 보유

한 곳은 총리실 산하 정보화추진위원회(정보화촉진기본법 8조)로 국무총리

가 위원장이지만 총리 중에 IT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지적

했다.

"국무총리가 사실상 컴맹이어서 위원회 자체가 유명무실하고 또 정보화 정

책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경우가 허다하며 정통부 장관이 간사이긴 하지만

힘을 실어주지 않아 항상 반대 부처들의 이견에 부딪히고 있다"는 설명이

다.

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부처간 업무와 정책 조정을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재경부가 IT를 아느냐"고 반문했

다.

지금으로선 IT를 제대로 이해하고 조정할 중심 조직과 사람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부처간 합리적인 공조 체제 모색은 기본

부처 중복으로 몸살을 앓은 전자화폐 분야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양

대 포럼의 역할을 조정하고 합리적인 공조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다. "전자화폐 분야의 국제표준화 활동에 힘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양 부

처의 업무협력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

바른 IT정책 마련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위한 토양과 여건을 먼저 마련해

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수원 아이티엠 사장은 "중소기업의 IT화는 단기간에 추진되는 사업이 아

니고 또 숫자놀음으로 되는 일도 아님"을 강조하며 "기업의 욕구와 이후

효과, 성공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 검토한 후 정부도 정책을 추진해야 한

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환경과 여건을 먼저 이해해야 합리적인 정책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 2분기는 IT업계에 최악의 분기가 될 것"이라며 "총체

적인 난국에 봉착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당국이 조직 불리기에만 급급하다면 국민과 기업이 기댈

곳은 없으며 디지털 코리아도 실종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inews24 특별취재팀 specia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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