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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돈을 찾아서(7-끝) -자금시장은 아직 빨간불


 

[자금시장]

2001년 신사년에도 돈 줄을 찾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야기된 자금경색 현상이 쉽게 가시기 어렵

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IT(정보기술) 벤처기업에게 엄청난 시련의 한파를

안겨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및 채권 등 자금시장이 말라있고 대기업의 벤처투자와 사채시장등 전반

적인 국내 자금시장의 자금경색현상이 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견기업들은 차환발행에 다소 숨통이 트였고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자금 사정은 완화될 것이란 게 증시 관계자들의 전망이고 보면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자금시장 양극화 심화

현재 금융권의 보수적인 자산운용으로 실물부문의 자금공급은 크게 줄어들

고 있는 실정이다.

또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이달들어 다소 풀기긴 했지만 기업

의 신용리스크 상승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시중자금은 제2

금융권을 이탈해 우량은행으로 집중될 뿐 선순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자산도 국채 등 우량기업의 채권으로만 몰리고 우량채권과 비우량 채권

간 스프레드는 확대일로다. 따라서 은행간 비은행간, 우량채와 비우량채권

간의 양극화, 다시말해 자금시장의 양극화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

지 않다.

기업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진 가운데 투신 및 금전신탁의 자금이탈이 가속화

하면서 회사채 및 기업어음에 대한 매입여력이 낮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인 은행권, 사채시장, 회사채 발

행시장, 주식시장 등이 모두 사정이 좋지 않다. 그나마 저금리기조가 유지

되고 있고 자금의 운용처를 마련하기 힘든 은행들이 제한적으로 회사채 인

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 회사채 만기도래 60조원

올해 자금순환은 무엇보다 만기도래 회사채의 순조로운 처리에 달려 있다.

작년 한해동안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약 44~46조(CP제외)에 달했지만 올

해에는 이보다 30%가량 증가한 6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무보증채나 보증채로 나눠보면 전체의 80% 가량인 48조원이 무보증채

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약 20조원의 투기등급 회사채 만기는 자금시장 불안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한다.

또한 신용경색이 일부 완화돼 기업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기업들이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 이를 투자보다는 부채상환에 사용할 경우

기업부문의 자금수요 증가가 장기금리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 힘들 것으

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이들 무보증채 차환 발행이나 상환에 성공하고 대우채를 제외

한 투기등급 회사채도 정부의 대응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자금시장

은 하반기부터 다시 회복기미를 보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정부는 지난 8일 '연말기업자금 원활화 대책'발표 이후 대출과 프라이

머리 CBO,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을 통한 은행권의 기업자금 지원 실

적이 약 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공급물량 제한..증시 잠재수요 13조2천억원

지난해 주식시장에선 상장 및 등록기업들의 지속적인 유무상증자와 신규등

록기업의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2000년 코스닥시장에 신규등록한 업체는 총 169개사로 신규 등록 공모로 조

달된 자금만 총 2조5천17억원으로 이중 벤처기업이 1조7천707억원(70.3%)

을 차지했다.

1천억원 이상의 공모기업은 국민카드(2천208억원) 쎄라텍(1천161억원) 옥션

(1천4억원)이며 500억원 이상 1천억원 이하는 엔씨소프트 등 6개사에 달한

다.

또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유상증자 및 사채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는

총 7조8천486억원.

자금조달 형태별로는 시장내에서의 유상증자가 200건에 5조4천132억원, 사

채발행이 185건에 2조4천354억원이었다.

이는 98년 4조6천463억원(유상증자 3조844억원, 사채발행 1조5천619억원)

에 비해 약 3조2천23억원(69%) 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공기업 민영화 등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매각물량이나 계열

사 지분 정리물량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주식시장으로 인한 증자 및 신규등

록기업은 제한될 전망이다.

이는 올 1월 코스닥시장의 유상증자및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에 의한 공급예정금액이 723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월 최저금액인 1천510억

원보다 적은 수치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의 순매수기조가 유지되고 시중부동자금의 증시유입, 연기금

등의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증시 수급구조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게 일

반적인 전망이다.

최근 다시 코스닥 등록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올해 증시 자금조달 수요는

총 13조2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증자나 신규등록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한

잠재 공급물량 12조9천억원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자금사정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

현재 이 같은 자금시장의 경색은 1분기를 고비로 수그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내외적인 여건이 2분기를 거쳐 개선되고 주식시장의 외국인 유입세가 호

조를 유지하며 채권 수요기반이 확충된다는 시나리오가 예상대로 이어지면

기업 자금시장은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차 구조조정 결과 한계기업의 퇴출이 완료되고 자금중개시스템의 효

율성이 증가하면 투신권으로 자금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부의 보증기금의 보증한도를 높이고 은행권 자금의 회사채 매입을

유도하는 등 신용보강 및 신용할당 정책을 지속하면 자금여건은 한층 호전

될 것이다.

이와함께 간접금융시장에서 대출담보채권인 CLO를 통한 은행권의 대출지원

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대외적인 급격한 충격이 없을 경우 기업들의 자금사

정은 점차 호전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의 벤처투자]

지난해 초 무차별적인 벤처투자에 나섰던 대기업들은 올해 신규투자를 중단

한 상태다.

구조조정속에서 살아남기 급급한 재벌사들과 대형금융기관들은 자체 생존계

획 수립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출자 계획이 포함된 2001

년 사업계획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한국시장을 지배해오던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지면서 초대형 재

벌기업들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에따라 많은 대기업들이 금융기관들의 대출금 상환 압력에 노출되어 있

고 벤처 투자 여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벤처투자 자체를 터부시하는 분위기

가 형성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간판기업의 부도설로 모든 역량을 ‘생존’에 집중하고 있는 상

황이고 LG그룹도 지난해 말 IMT-2000과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에서 잇달아 고

배를 마시며 미래의 상황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그룹의 새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삼성그룹은 초긴축 사업계획을 밝히는 등 전반적인 대

기업들의 투자 환경은 완전히 동면기에 접어들었다. '동면기'보다 '결빙

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재벌기업과 함께 그동안 벤처투자의 큰손 역할을 자임해 온 금융권의 사정

은 더욱 심각하다.

증권사, 은행, 투신 등의 자체계정을 통한 벤처투자도 찾아 보기 힘들게 됐

다. 증권사들은 99년에 비해 수입이 90%이상 감소했고 은행들은 합병 및 감

자, 통합 등에 휩싸이며 위험자산인 주식관련 상품, 벤처투자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은행과 증권사들은 기존 벤처투자관련 조직을 정리하고 있

고 기존 투자업체에 대한 관리업무에만 치중하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

자는 “현재 보유중인 포트폴리오의 손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투자

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기업

들의 숨통이 트이는 시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채시장]

사채시장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자취를 감추기는 마찬가지. 실질적으

로 사채시장에서 벤처기업이 돈을 빌린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에 가깝

다.

이를 반증하듯 서울 명동 등 장외시장에서 벤처기업 주식은 헐값에도 팔리

지 않는다. 시장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는 벌써 오래됐다"고 전한다. 장외시

장 관계자들은 "벤처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시세보다 10~20%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처분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채시장의 축이 대출시장에서 투자시장으로 넘어갔고 장외주식이 깡

통을 차면서 상투잡은 주식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사실 부도기업에 대한 소문이 사채시장에서 먼저 돌만큼 이들은 기업에 대

한 정보가 빠르다. 최근 사채시장은 '어음도매상 빅5'에서 금리테이블을 작

성해 회사별 금리를 체크하는 데 한 사채업자는 "요즘 명동에선 어음할인

율 3%대면 부실기업으로 통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채업자들의 손해가 적지않자 현금을 중시하는 분위기

가 형성되고 있고 손절매는 기본이며 철저하게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

◆달라진 사채시장

IMF이후 새채시장이 변하고 있다. 전주개념이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전주

는 돈 있는 사람, 사채업자는 브로커를 지칭한다. 이른바 '소액 다수 전주

시장'이 활성화 된 것이다.

이런 재편은 IMF이후 어음시장이 불경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 사채업자

는 "당시 주고객이었던 건설회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지며서 어음시장이 급격

히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때 사채시장 자금이 장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투자'의 개념이 들어가

기 시작했다. 이들은 증권거래소가 없는 장외시장에서 증권브로커의 역할

을 하면서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기도 하고 장외주식을 사들이면서 주식거래

를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 투자자들은 비교적 목돈을 만졌지만 지속적인 투자를 했던 사

람들은 현재 깡통을 차지 일보직전에 와있다. 현금이 돌지 않으면서 심각

한 유동성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금고업계가 사채업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탈법적 수단이 동원되

고 딜 과정이 철저한 베일속에 가려졌다. 즉 사채시장은 폐쇄시장이었던 것

이다. 그러나 이런 비합리적인 폐쇄성과 가격및 금리 결정구조를 개선하고

자 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투자도 대출도 어려운 사채업자들

"사상최대로 돈이 딸린다"

사채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과거 어음시장이 활발할 당시 사채

업자들의 관심사는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자금(사채)'을 찾는 것이었다.

당시 사채시장은 부동산 대출시장과 어음할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최근 사채시장은 과거 300~400개에 달하던 업소들이 3분의 1로 줄어

든 상태다. 남은 업소끼리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채시장은 금

융권을 후행한다"며 "현재 경제가 저성장, 저금리 상태에서 은행마저 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태에서 사채시장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고 주

장한다.

코스닥 붐 이후 지난 몇 달간 코스닥과 장외주식들이 반토막이상으로 곤두

박질치며 사채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어음부도 리스크와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최근 사채시장은 어음과 채권시장 모두 어렵다. 어음이 바닥이 났고 양질

의 물권이 없다. 상대적으로 기업과 개인들의 대출수요는 늘어 대출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기업대출을 제공하는 모 사이트 사장은 "최근에도 하루 3-4

개 회사가 대출요청을 해오고 있다"며 "이 기업들의 대부분은 벤처기업으

로 IT업체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어음할인율은 우량기업의 경우 0.7~0.8%, 보통기업의 경우 2~3%

수준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에게 특별히 마련된 기준의 어음할인율은 없다.

담보물권(주식담보, 어음담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명동에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앞다

퉈 찾고 있다. 특히 대주주나 창투사들이 주식을 장외에서 처분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1년, 창투사는 3개월동안 주식

을 매도할 수 없도록 코스닥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외주식이 헐값으로 팔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채시장은 이런 벤

처기업과 장외주식의 바겐세일과 대출시장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사채시장의 전망

사채시장은 대출시장에서 투자시장으로 진화하고 다시 대출로 돌아서고 있

다. 그러나 사채시장이 지난해 말 TV드라마 '줄리엣의 남자'에서 살아난 백

할머니(강부자분)나 광화문곰(신구분)처럼 상당한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대가 바뀐 지금 이들의 생존전략도 달라져야 하

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제도권 금융기관과 창투사에서 대출

받지 못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망해야 나라경제에 도움이 되는냐"고 주장

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선 복잡한 서류를 요구하는 대신 사채업자들은 어음만 내

주면 대출이 가능하다. 이들은 "부실기업에 고리스크 어음할인과 고리스크

대출을 사채시장에서 소화해 준다"며 "오히려 사채시장이 중소기업의 부도

와 파산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채업자들은 사채시장의 미래에 대해 "기업들이 자금을 필요로 하고 다른

곳보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한 투자자와 기업들은 사채시장을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사채시장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양성화하는 게 효율적이다.

일본만하더라도 공공연히 사채시장이 있고 일본 금융기관금리보다 훨씬 놓

은 이율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사채시장도 대출 채권 어음 주식별로 세분

화되어야 새시대에 걸맞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남영 한국사금융연구소장은 "사금융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안전하게 투자

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사채시장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심화

영 기자 doroth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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