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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라, 벤처(5·끝)- 세계를 향해 쏴라


 

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세계는 넓기 때문이다. 우물 안에

서 벗어나 국경 너머를 보자. 실리콘밸리, 중관촌, 비트밸리…

인터넷의 진원지 미국에서도 잘 나가던 회사들이 나가 떨어진 지난 한 해였

다.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투자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IT기업

들이 인력과 고정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불어닥친 한파는 새해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

다. 그래도 실리콘 밸리에선 ‘할 수 있다’는 외침이 들린다. 중관촌이나

비트밸리에서도 좌절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생존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

다. 그렇지만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전략 수립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어려

움이 있지만, 기술 개발과 응용에 대한 열정, 효율적인 투자 자금시장이라

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아직 다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 ‘오히려 지금이 호기’라는 일본

이웃 일본에겐 올해가 IT산업의 세계 일류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다. 미국이 경기 불안으로 주춤하고 있는 틈을 그냥 놔둘 일본이 아니다.

그간 미국에 빼앗겼던 IT주도권을 쟁취하겠다는 의지는 정책방향에서 읽을

수 있다.

일본은 21세기 첫 태양이 떠오르자 IT분야의 세계 일류를 목표로 하는

‘IT 국가전략’과, 과학기술 패권 5개년 계획을 발동시켰다. 정부는 이번

달 중순 22개 부처를 통폐합, 13개 부처의 효율적인 정부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나, IT와 과학 일류를 위한 선봉장에 선다. 금융계도 세계 톱 5 규모

의 초대형 은행을 내세워 적극적인 자금지원에 나선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개각에서 전 방위청 장관을 지낸 누카나 장관을

IT담당에 배정했다. 범국가적으로 IT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 강력한 드라

이브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누카나 장관은 일본 자위대 건설에 앞장

선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IT 강국’을 실현하는 장기적인 IT계획을 총

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비트밸리 등 IT 산업단지에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쳐 기반기술 확보에 앞

장선다는 구체적인 계획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맞장구 치고 있다. 새해 첫날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 제

너럴모터스(GM), 엑슨 모빌과 손잡고 차세대 연료전자 자동차의 지구표준

장악에 나섰다. 파이오니아사는 종이처럼 접어지는 ‘꿈의 TV’개발에 착수

했다. 마쓰시타 전기는 스스로 학습하는 ‘지능형 가전제품’ 개발계획을

내놓았다. 4월부터는 반도체 초미세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범 국가적

프로젝트의 시동이 걸린다.

◆ 한파에도 꺼지지 않는 실리콘 밸리 불

미국 시장이 심각한 것은 지난해 중반부터다. 시장 조사기관인 웹머저닷컴

에 따르면 최근 닷컴 경기 한파로 미국내에서 150여개 인터넷 기업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1년동안 500개의 인터넷 관련 기업이 4만명 이상의 인원을

줄였다.

살아 남은 기업들도 “2001년 경기 둔화에 대비, 꾸준한 비용절감에 나서

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을 이끌어오던 신경제(New Economy)론이 위

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사뭇다르다.

전체 경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그동안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닷컴 열풍에 밀려 소홀히 취

급해왔던 전통 산업부문의 IT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미 반성을 토대로 실

물 부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 쪽으로 힘을 집중하고 있는 것

이다.

벤처캐피털들의 의사결정도 신중해졌다. 그러나 투자설명회에는 여전히 사

람이 몰리고 있다. 실패한 벤처기업에도 재기의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 여

전히 문을 닫는 기업이 생겨나는데도 수많은 개발인력이 실리콘 밸리로 모

여들고 있다.

사업보다 기술인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있는 한 실리콘 밸리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신경제 지지론자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 일류전쟁에 나서야 할 때

최근의 열악한 상황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리인하 조치로 경

기 진작을 꾀하는 미국보다 우리는 더 심각하다. 재벌 및 금융권 구조조정

이 마무리되지 못해 ‘그린스펀 효과’ 외에는 뚜렷한 호재가 없다.

그렇다고 좌시할 수는 없다. 과거 전염병처럼 퍼져있던 무모한 투자와 기대

가 없어졌을 뿐이다. 시장은 냉혹하고, 사업은 전쟁이다. 미국은 미국대

로, 일본은 일본대로, 각국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전략 아래 ‘기술 패권주

의’ 논리를 펴고 있다. 일각을 아까워하면서 밤새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

다. 최후의 전사자까지 남아 전략을 새로 짜고 내일을 위해 뛰고 있다.

지금부터는 ‘경영 노하우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

는 확실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투자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 전략을 짜고,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마디로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이 조건은 미국이나 일본, 우리나라 모두 똑 같다. 국내 시장이 아

니라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전략과 실천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정부답게, 기업은 기업답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한

다. 범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만들고, 기업들은 전략적 포지션을 명확히 해

야 한다. 각 업체는 냉철한 평가와 분석 아래 비전을 재정립해야 한다. 새

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적극적인 전략 유형을 마련해야 한다.

CEO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고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직원들도 경쟁력

을 바탕으로 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특정 분야의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

로 높여야 한다. 열정 또한 필요하다. 흐트러졌던 전열을 가다듬고 벤처다

운 벤처로 거듭나야 한다.

70년대 중동특수, 80년대 자동차·가전특수, 90년대 반도체특수, 모두 세

계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제품의 질이든 가격 정책이든, 적어도 세계 일류

라고 내세울 수 있었던 제품이 적어도 한가지씩 있었다.

21세기 한국경제 틀을 이끌어가는 주도분야의 하나로 IT를 꼽는데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IT도 이제 세계로 나가려면 일류정신이 필요하다. 나의

경쟁자는 옆집 아저씨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와 비트밸리에 있는 업체들이

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것만

이 기업을 가치 있고 미래의 기업을 만들어줄 것이다.

선년규기자 se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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