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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세계화"…CJ, '초격차' 장류 기술로 'K-소스' 육성


장류 '생계형 적합업종' 앞두고 글로벌 시장 공략 시동…기술 확보 총력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CJ제일제당이 전통 발효기술과 차별화된 R&D 역량을 토대로 '해찬들 장류'를 한식 세계화 대표 품목으로 육성시킨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할랄 고추장' 등 현지화 제품 개발에 더 속도를 내고, 일본의 '기꼬망 간장'·태국의 '쓰리랏차 소스'·미국의 '타바스코 소스' 등과 같이 우리 장류를 'K-소스(Sauce)'로 전 세계에 전파시킨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해찬들 공장에서 'CJ제일제당 R&D 토크' 행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해찬들 장류'의 R&D 역량과 연구 성과, 장류 세계화를 위한 노력, 향후 계획 등이 소개됐으며, 장류 생산공정도 공개됐다.

지난 2005년 '해찬들'을 인수하며 전통장류 사업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그동안 발효기술과 미생물 제어 기술, 야채원물이 포함된 제품이 상온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원물 기술까지 제품에 접목시키며 국내 장류 시장 발전을 이끌어왔다. 또 '편의형 장류 시장'을 개척해 장류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국내 업체 중 단 5%만 해썹(HACCP) 인증을 받을 정도로 전통 장류 시장은 품질이나 위생 관리가 미흡한 상태지만, CJ제일제당은 2005년 장류 업계 최초로 설비 단계부터 해찬들 공장의 해썹 인증을 받도록 해 주목 받았다.

또 CJ제일제당은 2000년대 들어 집에서 직접 메주를 띄어 장을 담그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공업화 장류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장류 사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실제로 장류 시장은 소비자들이 장류 상품 구입에 본격 나서기 시작하면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8% 성장세를 이어오며 3천700억 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전통 제조방식을 계승한 자동화 공정 기술을 유일하게 구현했으며, CJ만의 우수한 균주를 발굴해 대량생산의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장의 맛 품질을 높이기 위한 균주 개발에 힘써 가정에서 장을 담그는 방법과 동일하게 고추장·된장용 메주를 용도별로 개발했다"며 "전통 장류의 우수성을 보다 과학적으로 세계에 알리기 위해 '고추장 항비만 기능성 효과', '된장 면역 기능성' 등과 관련한 연구에 집중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CJ제일제당은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일반쌀·찹쌀·밀가루 등 다양한 곡물을 활용한 제품과 초고추장·볶음고추장·비빔장 등 편의형 장류를 선보이며 국내 장류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추가 양념없이 장 하나만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볶음 요리장, 무침 요리장, 조림 요리장 등 신제품 3종도 선보였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선보이고 있는 '해찬들' 장류 B2C 제품은 전통 장류 10종과 편의형 장류 12종, B2B 제품은 총 15종으로 구성돼 있다. 연 매출액은 B2C 제품만 1천250억 원이며, 총 생산량은 연간 10만 톤 규모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12년 이후 가정간편식(HMR) 품목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장류 시장이 위축돼 지난해까지 6년간 연평균 4.8% 역신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며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시장 감소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업계 1위 기업인 만큼 국내를 벗어나 장류 세계화에 앞장서 매출을 끌어올려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해찬들'을 국내 대표 장류 브랜드로 육성시킨 만큼, 이제는 타바스코·스리랏차 같이 해외에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글로벌 K-소스'로 브랜드를 더 키우고자 한다"며 "전통 장류의 글로벌화를 위해 최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R&D를 강화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제품 속 균을 저감시키는 신살균기술로 개발한 '감균 고추장'을 앞세워 지난 2016년 말부터 미국과 일본 B2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이 제품은 미국 소스업체인 그리피스(Griffith)와 일본 에바라CJ에 B2B 제품으로 납품되고 있다. '감균 고추장'은 수출 환경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고온에서 단기 살균을 통해 장류의 균을 감소시킨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세계 최대 규모인 할랄 식품 시장을 겨냥한 '할랄 고추장'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할랄 장류 개발'에 대해 연구 중이며, 장류 발효과정에서 중동국가 수출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알코올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유통 중 이상발효 현상을 최소화시키는 연구도 마무리 단계다. 다만 인프라 구축이 안돼 있는 데다, 실제 시장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상품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 시장에서도 '해찬들' 장류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영국 대형 레스토랑 체인인 잇츠(Itsu)사와 제휴를 맺었으며, 조만간 초고추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또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비비고 고추장 소스'와 '애니천 고추장 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게 매운맛을 낮췄으며, 케첩·마요네즈· 칠리소스 등 찍어먹는 소스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반영해 고추장을 찍어먹는 소스로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홀푸드마켓과 아마존에서 판매 중이며, 영국에서는 에스닉과 한인채널에 입점돼 있다. 또 쌀 조청을 사용한 해찬들 고추장은 미국 하인즈사에서 만드는 고추장 베이스의 소스 원료로 납품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외에서 '해찬들'은 현지 교포 시장, '비비고'는 글로벌 시장, '애니천'은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며 "해외 한류 문화 확산에 힘입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을 경험하게 하고, 장류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를 알리며 소비자들이 'K-소스'를 친숙하게 느끼고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펼친 덕에 점차 수출물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5년간 장류 수출물량을 집계한 결과, 2013년 5천125톤에서 2014년 5천541톤, 2015년 6천209톤, 2016년 7천205톤, 2017년 7천195톤으로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에는 중국 사드 보복 영향으로 수출이 중단되면서 소폭 감소세를 나타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수출 물량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최근 5년간 40% 성장하고 있고, 수출 국가도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더욱 다변화되면서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K-소스'가 점차 세계화 돼 수출 물량이 많아지게 되면 언젠가 해외 생산기지도 갖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인해 장류 세계화 움직임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재 간장·고추장·된장 등 장류 제품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로, 앞으로 대·중견기업이 시장을 진입하거나 확장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법 위반 시에는 최대 매출액의 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이 이슈화되기 전부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협의체를 만들고, 협약까지 맺어 이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장류 산업은 발효 기반 사업으로, 균일한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품을 다루는 만큼 대량 생산과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는 기존 업체들은 어느 정도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대응책은 아직 딱히 없지만 앞으로 우리만의 기술력을 가지고 해외 시장을 좀 더 공략해 '장류 세계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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