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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통신정책 대해부]-제3부-2. 분명한 정책 목표의 실종


 

"사람만 바뀌면 정책의 방향이 바뀌니 도대체 어디로 튈지 예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선발 통신서비스업체 임원

"말만 요란했지 후발 사업자들을 위해 해 준게 뭐가 있나요?"...후발 통신업체 CEO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도와 주는 겁니다."...통신장비 S사 K임원

"글쎄요. 통신 요금은 여전히 높은 것 같고, IT강국이라고 하지만 피부로는 못 느끼겠어요"...서울 강남 K씨(40)

◆총론은 긍정적, 각론은 부정적

국민의 정부의 통신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받고 보인 각 층의 반응들이다.

'IT강국 Korea'를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의 통신정책에 대한 평가치고는 부정적인 색깔 일색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 외형적으로 우리나라 IT 위상은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국가, ▲세계 최초의 IMT-2000 서비스를 제공 한 나라가 됐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3천200만명을 넘어섰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IT경쟁력이 7위에 랭크 됐다.

외형적으로는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IT산업 비중이 11.9%(99년 기준)로 OECD의 3위에 랭크 될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국민편익 증진, 사업자 경쟁력 강화라는 각론에서의 평가는 밝지 못하다.

3천200만 가입자의 이동통신 강국이지만 아직 '컬러링'이 킬러 콘텐츠의 대명사인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국가라고 자랑하지만 아바타가 수익을 내는 사업인 수준이다. '1류 네트워크에 2류 콘텐츠'라는 평가를 들어도 변명하기 힘들다.

정권 후반부에 들어 취임한 이상철 장관은 "정보통신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이고 당연한 방향의 선택이라 하겠다. 또 성공여부를 떠나 애니메이션 산업을 육성시켜 콘텐츠를 강화 하겠다는 전략도 일단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면 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높아졌나.

삼성전자가 휴대폰 단말기로 갈수록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정도며 국민의 정부 시작 때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중소 휴대폰 업체들은 열악한 마진율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휴대폰 수출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CDMA보다는 GSM에서 더 많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정통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CDMA벨트도 서비스가 연계되지 않으니 견고하게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상철 장관이 CDMA 벨트 구축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실익이 적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서비스, 시스템 장비 등의 수출에 주력하기 보다는 단말기 등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서비스 업체들의 경쟁력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AT&T, NTT도코모, 버라이존와이어리스 등과 경쟁할 만한 대표선수가 없다.

◆제조업-서비스 불균형 해소돼야

IT서비스 산업의 상대적 불균형은 그동안에는 부각되지 않았으나 새 정권에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IT산업중 제조업의 비중은 OECD 21개국 중 최고 수준이지만 서비스업의 비중은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 IT도매업, 장비임대업 등이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의 정부가 IT산업에 있어 하드웨어위주의 외형적인 성장정책을 펼쳐온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과거 개발독재 시절 처럼 수출위주의 정책을 펼친 결과 내수시장이 함께 성장하지 못했고, 이는 자연히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수출외에 내수 시장관련 IT정책에는 일관성이나 분명한 정책 목표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3강정책'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3강정책의 목표가 유효경쟁체제의 구축이고 그 결과로 소비자 편익의 증진일 터인데 이같은 정책목표는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선발사업자의 발목만 잡고 말았을 뿐 후발 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우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3강 정책이 마치 '정부가 후발사업자를 돕는 정책'으로 호도되면서 후발 사업자들 마저 정부의 지원책만을 쳐다보고 있게 만든 측면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후발 사업자 모두 정부 정책에 불만이다. 지난 6일~7일 제주도에서 열린 통신업체 CEO포럼에서는 이같은 불만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국민의 정부들어 정통부가 보여준 통신서비스관련 정책을 보면 정책 목표가 흔들린 느낌을 준다. 5개 이동통신 사업자가 과당경쟁을 벌일 때까지는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 측면이 있었다. 정부가 사업권을 준 업체가 중도탈락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듯 했다. 단말기 보조금을 매출액보다 더 많이 지출해도 간섭하지 않았고, 외자유치를 위해 노력할 때면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책의 무게가 '소비자 편익'에 실리기 시작했다. 접속료 인하, 요금인하, 망개방 등등의 정책이 소비자 편익을 지향하며 적극 추진됐다. 번호이동성 조기 실시,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조기 도입 추진 등이 잇따라 추진됐다.

이같은 정책들은 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성숙됐음을 전제로 하며 목표는 소비자 이익 극대화이다.

그런데 이상철 장관이 취임하며 이같은 분위기가 또다시 바뀌고 있다. 이른바 '투자와 서비스의 선순환'이 거론되며 사업자들의 이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선진국의 굴지의 통신업체들이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에게도 불어닥칠 이같은 어려움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논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같은 상반된 정책기조는 차기 정부에서도 누가 장관이 되느냐, 누가 정책입안자가 되느냐에 따라 왔다갔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정보통신부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정책수립에서부터, 사업자 규제, 주파수 자원관리, M&A, 국제협력 업무 등을 한 부처에서 모두 맡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물론 그같은 막강한(?) 힘이 오늘날 세계적 IT강국을 낳는데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통신기술의 조류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상황에서도 현재와 같은 체제가 합리적인가 하는 점은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할 것이고, 그것이 차기 정권의 중요한 몫이다.

IT가 대세인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 IT사업의 줄기를 어떻게 잡아 갈 것이며, 구체적인 정책 집행 체계를 어떤 구도로 짜느냐는 21세기 한국의 성쇠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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