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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험업' 지정됐던 지주사, 규제 탈출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 두 달 만에 28일 국회 통과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일반지주회사를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금융·보험업으로 분류돼 관련 규제가 적용됐던 SK, LG 등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규제에서 다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금융·보험업으로 분류될 경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보다 엄격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대기업 입장에서는 영향이 매우 큰 규제였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보험업으로 분류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소유 중인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문제는 임원 선임·해임, 정관 변경, 계열사의 타 회사로의 합병 등 특수한 경우에도 특수관계인인 주주들과 합쳐 최대 15%까지의 주식에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를 초과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시정조치 및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데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의 지주회사는 대부분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15% 이상 가지고 있다. SK는 SK텔레콤(22.5%), SK네트웍스(39.1%) 등이, LG는 LG전자(34%), LG화학(34%) 등이, GS는 GS에너지(100%), GS리테일(65.8%)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고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기업들은 계열사들에 대한 외부 경영권 공격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15%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들은 의결권 없는 주식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들이 엉뚱하게 금융·보험업으로 분류된 것의 시작은 지난 1월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 개정·고시안 발표였다. 통계청은 당시 UN의 국제표준산업분류(ISIC)에 맞춰 금융지주회사와 비금융지주회사(일반지주회사)를 통합해 '금융 및 보험업'으로 분류했다. 일반지주회사는 당초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 속했지만 지난 7월 1일부터 이 같은 분류를 적용받았다.

고시가 적용될 즈음에서야 문제를 파악한 공정위는 부랴부랴 관련 법 개정을 위해 움직였다. 그 결과 지난 7월 19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일반지주회사를 금융·보험업 분류에서 제외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20일 소위를 통과해 27일 법사위 회위를 거친 뒤, 28일 최종 처리됐다.

이에 따라 개정된 공정거래법 제2조 10항에는 단서 형식으로 '다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보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공정위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음으로써 발생한 법 위반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제재가 면제되도록 하기 위해, 개정안을 지난 7월 1일자로 소급 적용했다. 통계청의 고시 개정안이 시행된 날짜다.

이 같은 해프닝이 생긴 데에는 통계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가 컸다. 당초 통계청은 지난해 6월부터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3차례 공문을 보내 의견조회를 했다. 그러나 별다른 회신이 없어 지난 1월 고시 개정을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위는 공문에서 제대로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세 차례 통지가 있었다고 하지만 첫째, 둘째는 중요사항으로 분류가 되지 않았다"며 "세번째 통지가 왔을 때 뒤에 부록의 표로 개정되는 형태로 있었기에, 양 기관의 실무자들이 이를 체크하지 못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결국 양측의 소통 문제로 인해 기업들만 피해를 볼 뻔한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보험업 지정으로 인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 등의 면에서 각종 악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지주회사들이 원래대로 주식을 가진 만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게 됐으니 개정 자체는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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