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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PC업계, 체질개선 '가속화'


역대 최고 역성장···사업재편 속도

[민혜정기자] 성장정체에 빠진 PC업계가 올해도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진행된 PC제조사들의 체질개선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서버·스토리지 사업 등에 집중하며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

아울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시장 경쟁에 가세, 보급형 제품을 앞세운 신흥시장을 공략에도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PC 출하량은 전년대비 10% 감소한 3억1천590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PC제조사별 성적도 신통치 않다. 레노버만 판매량이 2% 성장했을 뿐 HP, 델, 에이서, 에이수스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HP는 9.3% 하락하며 1위 자리를 레노버에게 내줬고, 델은 2.2%가 감소했다. 에이서는 28.1%,에이수스는 17.7%가 줄어 하락폭이 컸다.

반면 태블릿PC 출하량은 1억8천400만대로 전년대비 5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의 수석 애널리스트 미카코 기타가와는 "태블릿이 PC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오래된 PC를 교체하는 대신 태블릿을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C 명가' 간판 뗀다

이같은 상황에서 PC 제조사들의 체질개선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에이서도 델, HP처럼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힘을 실을 모양새다.

제이서 첸 에이서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먹거리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찾겠다고 언급했다. 에이서는 오늘 4월 새로운 클라우드 플랫폼을 발표할 예정이다.

첸 CEO는 "클라우드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탄탄한 사용자 기반이 있어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에이서는 최근 석 달 동안 수장 2명이 퇴진했다. 지난 11월 왕전탕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데 이어, 후임 최고경영자로 지목된 웡젠런 사장마저 사직했다. 결국 회사 창립자 스전잉 회장이 회장으로 복귀했고, 이번에 인텔 출신의 첸 사장이 CEO로 임명됐다.

업계는 PC제조사들이 IBM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M은 지난 2004년 PC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고 서버와 스토리지 등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PC업계 관계자는 "PC제조사들이 갖고 있는 자원과 영업망을 고려했을 때 에이서도 IBM처럼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 변신을 꾀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PC제조사'라는 간판을 달만한 업체가 사라질 지 모른다"고 말했다.

◆레노버·HP "우리도 스마트폰 제조사"

PC업체의 스마트폰 시장 공략도 지난해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선진시장은 포화되고 있지만 신흥시장이 남아 있기 때문.

레노버는 올해 CES에서 자사 최초 LTE폰 '바이브Z'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00프로세서에, 5.5인치의 풀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출고가는 549달러로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필리핀 등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해 3분기 LG전자를 꺾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레노버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업체다.

HP도 4년만에 다시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한다.

HP는 6인치·7인치 화면 크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16GB 내장 메모리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인도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HP는 지난 2010년 웹OS 기반의 스마트폰을 선보였지만 실패했다. 웹OS는 HP가 인수한 팜(Palm)의 운영체제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 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 HP는 지난해 8월 웹OS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 개발 중단을 결정한 뒤, 웹OS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운영해 왔다. LG전자가 지난해 초 웹OS를 인수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에이서도 에이서도 '리쿼드 E1'같은 보급형 모델로 꾸준히 스마트폰 시장 문을 노크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레노버 외엔 PC업체들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비등한 성적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PC메이커로서 사업을 확대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스마트 기기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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