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구글 "망 접속료 안 받겠다"…왜?


넷플릭스 등에 무료 제공 선언…'유료 피어링 반대' FCC 압박

[김익현기자] “우린 컴캐스트와 다르다. 공짜로 연결해주겠다.”

구글이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서비스업체들에게 상호접속료를 받지 않고 자사 망과 연결해주겠다고 선언했다고 아스테크니카,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구글의 이 같은 선언은 톰 휠러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피어링 계약도 조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직후에 나온 것. 이에 따라 구글의 이번 선언이 FCC의 피어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FCC 위원장 "피어링도 조사" 발언 하루 뒤 바로 발표

구글의 이번 선언은 엄밀히 말해 망을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업체들의 콘텐츠전송망(CDN)을 자사 초고속 인터넷망과 공짜로 연결해주겠다는 의미다.

초고속 인터넷 망과 CDN을 연결하는 ‘피어링 계약’ 문제는 올 초부터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분야. 미국의 대표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컴캐스트에 상호접속료를 지불하는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넷플릭스는 당시 ‘하우스오브카드’를 비롯한 자사 콘텐츠를 좀 더 원활하게 전송하기 위해 컴캐스트와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버라이즌과도 비슷한 계약을 맺고 상호접속료를 지불하고 있다.

피어링 계약은 엄밀히 말해 망중립성 이슈는 아니다. FCC 역시 처음엔 “피어링은 망중립성과는 별개 사안”이란 입장을 견지했다. 망중립성이 소비자들이 직접 접속하는 지점(end mile)에 대한 규정인 반면 피어링 계약은 망간 중간 지점(middle mile) 연결을 원활하게 하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 휠러 위원장은 지난 21일 하원 청문회에서 “피어링 계약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휠러 위원장은 당시 “피어링 문제는 망중립성과는 별개 사안으로 다룰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FCC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영상 트래픽 망 관리에 영향 없어" 공개 선언

구글의 ‘피어링 공짜 선언’은 이런 배경을 깔고 봐야 한다. 일단 구글이 이번 선언을 한 공식 입장부터 한번 들어보자.

구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 ‘구글 파이어’ 부문 책임자인 제프레이 버간은 22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사람들은 대개 한 번에 동영상 하나씩을 틀기 때문에 동영상 트래픽이 우리 망관리 방식을 난항에 빠뜨리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굳이 ‘피어링 연결’을 하면서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피어링을 공짜로 제공하는 건 서로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는 빠른 접속 환경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망사업자는 이용자들에게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득이 된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버간은 구글이 넷플릭스나 아카마이 같은 업체들에게 상호접속 대가를 받지 않기로 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구글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구글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어링 공짜 선언’ 역시 고도의 정치적 고려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구글의 발언은 ‘유료 피어링 계약’을 강조해 온 컴캐스트 같은 인터넷 서비스업체(ISP)들을 정면 겨냥한 발언으로 봐야 한다. 특히 “동영상 콘텐츠 때문에 망 관리 부하가 걸리는 일은 별로 없다”는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컴캐스트 같은 ISP들은 동영상 트래픽 때문에 망에 부하가 걸린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처럼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업체들은 고속 접속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선 별도 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구글의 이번 설명엔 컴캐스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은근히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와 피어링 계약을 맺고 난 뒤 속도가 빨라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접속 부문을 고속 회선으로 연결한 뒤 속도가 빨라졌다는 건 그 동안의 속도 저하라 망 부하 문제가 아니라 접속 지점의 병목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 컴캐스트 등이 의도적으로 접속 지점의 병목현상을 초래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구글도 콘텐츠 사업자…"유료 피어링 반대" 여론 몰이인듯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봐도 왜 피어링 공짜 선언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구글 파이버’ 같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도 제공하긴 하지만 구글은 엄밀히 말해 망 사업자가 아니라 콘텐츠 사업자다.

따라서 일종의 상호접속 계약인 피어링을 공짜로 만들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훨씬 더 크다. 아래 표를 보면 구글이 왜 접속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해주겠다고 나섰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구글은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 등 미국 주요 망 사업자들과 상호접속 계약을 맺고 있다. 물론 이 때 구글의 위치는 콘텐츠 사업자다.

따라서 만약 컴캐스트가 넷플릭스와 체결한 유료 피어링 계약이 일반화될 경우 구글은 엄청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피어링 계약도 조사할 용의가 있다”는 톰 휠러 FCC 위원장의 발언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구글이 이번에 넷플릭스, 아카마이 등에서 ‘공짜 상호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 역시 컴캐스트와 FCC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구글 "망 접속료 안 받겠다"…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