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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2200통의 정성, 게임 유저 감동시키다


'던파 페스티벌' 참석 못해 돌아간 유저들 위로

[허준기자] 어느 게임 기업의 유저 마음잡기 대작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행사장 '만원사례'에 함박웃음이 나와야겠지만, 애써 행사장을 찾았다가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유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진땀을 흘린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21일 인기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홈페이지에 사과 공지가 게재됐다.

"저희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의 발걸음으로 관심과 사랑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장소의 협소함과 여러 운영적 부족함들로 인해 피해와 불편함을 겪으신 점 깊이 사과드리며 추후 경품 지급을 약속드린 분들께 특별 보상안을 결정했습니다."

사연은 이렇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11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던파 페스티벌'에 많은 인원이 몰려드는 바람에 돌려보내야 했다. 8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 1만여 명이 넘는 던파 고객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돌아간 인원만 2천200여명. 대박 행사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했겠지만, 넥슨관계자는 “행사장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을 보면서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고 되돌아봤다. ‘고객의 마음은 갈대’. 언제든 쉽게 마음이 변할 수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던파 페스티벌은 새로운 캐릭터인 여귀검사를 공개하는 자리로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여귀검사는 소드마스터와 데몬슬레이어 등 2개의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마성'이라는 스킬을 활용해서 일정 체력 이하의 적을 속복하거나 일격에 처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던파 페스티벌은 인기 걸그룹 에프엑스, 에이핑크 그리고 개그콘서트 인기 개그맨들도 출연한 데다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경품도 내걸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특명 2천200명 마음을 잡아라

이용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었던 게 화근이었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코엑스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대기열만 행사장 두바퀴를 감고 남았다. 행사장에 입장한 게이머들은 공연과 이벤트들을 만끽했지만 늦게 현장을 찾은 이용자들은 대기실에서 음향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불만이 터져나왔다.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는 “방문고객 참가규모가 예상치를 훨씬 넘겨 찾아주신 고객을 실망시켰다”면서도 “어찌됐건 돌아간 고객들에 대한 신뢰는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결정에 신속하게 대응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행사장에 왔지만 참석하지 못한 이용자들에게 여귀검사 후드티셔츠, 달력 등의 경품을 제공키로 했다. 회사 측은 등록한 이용자들 가운데 행사장 내부로 입장하지 못한 인원을 셌다.

해당 인원이 2천200명. 던파 운영팀은 행사 다음날부터 2천200명에게 휴대폰 연락을 시작했다. 21일에 1천800명과 통화했고 22일에는 150명과 연락이 닿았다. 그리고 23일에는 100명씩 3일간 총 2천50명과 통화에 성공, 보상과 사과의 말을 전했다.

매일 하루씩 3일간 통화했지만 실패한 마지막 150명. 12월 7일까지 이들에게 날마다 연락한 끝에 최종 23명을 제외한 게이머들과 통화에 성공했다. 최종 통화에 성공한 이용자 가운데는 20번의 통화를 시도한 고객도 있었다.

◆'손편지', 게이머를 감동시키다

회사 측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편지를 썼다. 던파 개발사인 네오플과 퍼블리셔인 넥슨코리아의 개발자들이 2천200명에게 손편지를 보낸 것.

타이핑해 프린트를 한 게 아니라 개발자들이 펜을 들고 한문장씩 써내려갔다. 수신인의 이름도 직접 기입하고 페스티벌에 대한 사과와 함께 앞으로도 사랑을 부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005년 8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던파는 국내 최대 동시 접속자 수 29만명, 중국 최고 동시 접속자 수 260만명을 돌파한 인기 게임의 하나다. 전세계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

이 사연은 던파 게시판에 손편지의 사진을 공개하는 인증샷이 올라오며 게임세상에 알려졌다. 손편지를 받은 한 이용자는 "예상치도 못했던 자필 편지에 새삼 놀랐고 감동이었다. 편지 써주신 개발자들 고생이 많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던파 운영팀 관계자는 "진심을 담아 보내려고 자판이나 핸드폰 키 입력 등의 디지털 방식이나 일률적인 복사가 아닌 손편지를 보낸 것"이라며 "개발사의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고객이 예상하는 수준을 두세 단계 뛰어 넘는 감동마케팅을 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게임 역시 마니아 유저들과의 소통과 상호관계가 핵심인 산업"이라고 언급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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