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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현대과학의 핵심, 반드시 가르쳐야"


과학계, 고교 교과서 진화론 서술 관련 지침 마련

[박계현기자] 과학계 석학, 진화론·화석학 전문가들이 모여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진화론 내용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다.

과학기술분야 석학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정길생)은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론은 과학적인 방증을 통해 정립된 현대과학의 가장 핵심적인 이론으로, 반드시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측은 "진화론을 학생에게 제시하는 과정에서 조심하거나 잘못 이해시킬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진화론 내용 수정·보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7개 출판사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3명, 진화론·화석학 전문가 5명, 2009년 교육과정 개발사업에 참여한 기초과학학회연합체 전문가 3명 등 11인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회가 마련했다.

지난 2011년부터 각 학교에서 채택하는 과학 교과서는 정부가 내용을 검증하는 검정제도에서 서울시 교육청에서 인정작업을 감독하고 교과서 집필·편집은 출판사가 전담하는 인정교과제로 변경됐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교육과정 개발기관이자 과학교과서 감수 업무를 맡고 있다.

전문가협의회는 논의를 통해 ▲진화론은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현대과학의 핵심이론이라는 것을 재확인 ▲아직 충분한 근거를 찾지 못한 생명의 탄생과정과 생물종의 진화는 구별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기본방침 제시 ▲진화의 과정을 단순화시켜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의 소지를 줄여 나갈 필요성 확인 등의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최덕근 전문가협의회 위원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화석학 및 고생물학 전공)은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불씨가 됐던 시조새 화석은 수각류 공룡의 특징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화석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부 교과서에서 시조새를 파충류와 조류의 정가운데 위치한 아주 특이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중간종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현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덕근 위원장은 "또 말 화석의 경우 단순 직선형 진화과정이 소개된 교과서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반드시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황의욱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로 그 생물체로부터 여러가지 생물체가 출현하게 된 과정에 대해선 진화학자들이 명백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다만, 어떻게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게 됐는지는 진화학자들에게도 미스테리로 남아있고 여러 가설들이 존재한다. 교육현장에서 최초의 생명체 탄생 부분과 생명이 만들어진 과정을 혼합해서 설명하다 보면 잘못 설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시조새, 말은 진화론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화석"이라며 "진화는 생물의 시원이 되는 생물로부터 직선·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관목형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정 가지만 뽑아가다보면 자칫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처럼 오해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박사(고생물학 전공)는 "시조새는 다른 곳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가짜 화석이 아니다"며 "9개 개체가 발견됐고, 모든 것에 대한 연구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융남 박사는 "시조새 화석은 깃털이 같이 발견 안됐으면 수방류 공룡으로 착각할 정도로 이들 공룡과 밀접한 골격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많은 학자들이 시조새를 진화의 아이콘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시조새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박사는 "시조새가 파충류, 조류의 중간단계인 것처럼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있는데 시조새는 이름 그대로 새 중에서 가장 오래된 새로 현생 파충류로 넘어올 때까지 시조새 한 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조새가 현생 조류로 진화되기까지 이빨이 없어지고, 뇌가 커지고, 흉골이 커지면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는 것을 질서정연하게 보여주는 20여종의 원생조류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문가협의회에서 전달한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으로, 교과서 인정제도 하에선 교육과학기술부나 한국과학창의재단, 서울시 교육청이 수정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발행사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참조할 경우, 서울시 교육청에 '과학교과서 수정·보완 대조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교육청이 이 달 말까지 수정·보완된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승인하면 2013학년도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반영된다.

이덕환 기초과학학회연합체 회장(서강대 화학과 교수)은 "이번에 마련한 가이드라인과 관련 7개 출판사팀에 오늘 오전 내용을 설명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며 "인정교과서 발행제도가 착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향후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의가 제기될 경우 교과서 발간사·집필진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덕근 전문가협의회 위원장은 "사회에선 과학과 종교의 대립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과학, 종교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과학, 종교가 각자의 영역에서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가이드라인은 한국 과학계 관련 전문가가 힘을 합쳐 마련한 것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의 진화론과 관련한 과학교육을 정확하게 가르칠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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