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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실명제 폐기, 국회는 '모르쇠'


"대선 이전에 조속히 통과돼야"

[김영리기자]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가 국회에 계류된 채 여전히 개정이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이 가장 활발해야 할 대선 시기에 인터넷 실명제가 강제된다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위한 개정안이 지난 9월 발의됐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국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상임위에서 '투표시간 연장' 이슈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유권자가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을 통해 선거운동 기간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문자·음성·화상·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할 경우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이 제도는 시민단체와 유권자들로부터 전근대적인 '감시와 훈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 참여와 표현이 가장 활발해야 할 시기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여론의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국민들이 선거정보를 접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8월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실명제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무늬만 다른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폐기 운동도 급물살을 탔다. 헌법재판소의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하고 국회에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국회에서도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9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에게 실명확인을 강제하도록 규정돼 있는 조항(제82조의6)과 처벌 규정(제261조 제3항3호)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진 의원은 당시 "공직선거법 개정 지연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실명제가 대선 이전에 폐지 돼야만 이번 선거에서 여론의 장이 보다 활성화돼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선거권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넷·유권자자유네트워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 선관위의 인터넷실명제 폐지 개정의견, 인터넷사업자와 시민의 반발 등 이제 인터넷실명제 용도 폐기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게 됐다"며 "국회는 머뭇거림 없이 대선 전 공직선거법의 선거 실명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역시 인터넷 정책 간담회에서 "정부가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터넷실명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공직선거법 적용에 있어서도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공은 국회로…"대선 전 여야 합의 통해 개정안 통과해야"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행안위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지정한 선거운동 기간은 11월27일~12월18일이다. 만약 이전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가 안되면 18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또 다시 여론 형성의 자유를 잃게 된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 이후 실명확인 시스템을 제거했던 인터넷 게시판 사업자들과 언론사들은 선거 기간 중 다시 실명제 시스템을 적용해야 할 상황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인터넷 언론사나 게시판 사업자들은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 전 사실상 2주 안에 기술적 조치를 마쳐야 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어 선관위 역시 현행법에 따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유권자, 인터넷 게시판사업자 언론사들은 우려를 표하며 이달 열리는 행안위 회의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논의를 상정해 대선 전 인터넷실명제 폐지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털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실명제라는 규제 전봇대는 뽑혔지만 여전히 공직선거법상 실명제가 남아있어 사업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자율규제 정책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며 "발의된 개정안이 여야 합의를 통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보넷 측은 "인터넷실명제가 위헌 결정이 났고 선관위에서도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법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현장에서는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유권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정책 선거가 되도록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이 신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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