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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을 거쳐 스마트폰 만들어져요"


팬택김포공장 최나래 사원

[정종오 기자] 팬택 김포생산공장에는 1천여 명의 젊은 사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이곳에서 스마트폰이 만들어진다. 그녀들의 땀과 손을 통해 하나하나 휴대폰이 완성돼 간다. 그중 한 명인 최나래 씨는 스무 살에 입사해 7년 넘게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노랑이 지고 초록이 만개하던 5월 중순, 김포공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일주일에 한번 회사에 출근하는 한 사람이 있다. 국내 IT업계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얼마 전 삼성전자 본사로 출근했다. 언론사 기자들은 회사로 출근하는 이 회장을 보기 위해 떼거지로 도열했다. 이 회장의 회사 출근 모습은 현장 사진과 함께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일주일에 꼬박꼬박 출근하는 한 여성이 있다. 이건희 회장처럼 언론의 주목도, 기자들이 도열도 하지 않지만 한 번도 출근을 거른 적이 없다. 그녀 역시 IT업계에서 일한다. 하지만 그녀가 없으면 휴대폰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손을 통해 휴대폰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노랑의 희생으로 초록이 만개한 5월 중순, 김포에 위치한 팬택 생산 공장을 찾았다. 로비에서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인터뷰할 최나래 씨(27)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내는 팬택생산1팀장인 석태근 부장이 맡았다. 생산1팀 사무실로 들어서자 생산라인이 끝없이 펼쳐졌다. 이곳에서 팬택이 만들고 있는 최신 스마트폰-베가, 미라클 등-이 만들어진다. 최나래 씨도 하얀 방진복을 입고 우리를 맞았다.

"2004년 3월에 입사했어요. 학교에 다닐 때 팬택공장에 견학을 왔는데, 그때 이곳에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휴대폰 만들어지는 과정이 신기하기도 하고……."

스무 살, 아무 것도 두려울 것 없는 젊은 나이에 그녀는 첫 직장을 잡았고 7년 동안 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생산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조립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녀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휴대폰은 지금 대한민국의 한 시민이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입사하고 나서 그녀는 2교대 근무를 하기도 했다. 주야간 10시간씩 교대 근무하는 방식이다. 주간은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지만 야간 10시간은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2주마다 주야간을 바꿔 근무했는데, 처음 야간 조에서 근무할 때는 힘들었어요. 잠이 쏟아지고 신체리듬이 바뀌다 보니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신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팬택이 워크아웃 등의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본 것도 아니고, 더 좋은 회사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회사가 어려웠던 적이 있었어요.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를 살릴 수 있겠구나'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죠."

그렇게 팬택은 최나래 씨와 같은 직원들의 '희망'을 바탕으로 최근 1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나래 씨는 팬택생산공장에서 매월 시상하는 '4월의 에디슨 상'도 받았다. 작업과정에서 개선 사항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채택됐을 때 주는 상이다. 월급을 많이 받느냐는 질문에 최나래 씨는 "부족하지는 않아요. 제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 봐도 적지 않고, 만족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생산사원으로서 언제가 가장 행복할까. 직접 물어봤다.

"버스를 타고 가거나, 혹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서 우리 회사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뿌듯해요.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우리 회사 제품이 나오면 무지 반갑구요. 우리가 직접 만든 제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엇보다 행복해요."

그녀의 휴대폰은 팬택의 스마트폰 ‘미라클’이다. 미라클에 대해 최나래 씨는 "디자인이 가장 맘에 든다"며 직접 보여주면서 말했다. 최 씨는 주말에는 볼링과 등산을 즐긴다. 팬택이 워크아웃 되면서 기존에 있었던 사내대학과정이 지금은 없어졌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 부활되면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사내대학이 다시 만들어지면 정보통신 쪽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요. 회사 내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직장과 반장이 되는 게 꿈이에요."

직장과 반장은 생산 공장의 책임자급에 해당되는 직책이다. 반장 아래로는 50~60명의 직원이 있고, 몇 개의 반을 책임지는 직책이 직장이다. 현재 팬택김포공장에는 2명의 여성 직반장이 있다고 한다.

5월8일 어버이날에 아버지에게 최신 휴대폰을 선물했다며 밝게 웃는 최나래 씨는 "우리 회사 스마트폰이 최근 미국에 납품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현재 팬택 김포공장에는 1천여 명의 최나래 씨와 같은 젊은이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그녀들의 손을 통해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그녀들의 땀이 스마트폰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있다. 그녀의 왼쪽 어깨에 ‘기사 최나래’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사진=박영태 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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