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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글로벌 인터넷과 단절 추진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이란이 글로벌 인터넷과 단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은 인터넷을 통해 유입되는 서방 세계의 사상과 문화 등이 이슬람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소프트 전쟁(soft war)'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이 때문에 글로벌 인터넷의 대안으로 '국가 인터넷(national Internet)'이라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인터넷'은 사실상 이란의 사이버 스페이스를 외부 세계와 차단하는 것이다.

한 국가 내부에서만 소통되는 인트라넷(intranet)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이란 통신부 산하 연구소의 책임자인 레자 바게리는 "이란의 가정과 기업에서 곧 60% 정도가 새 국가망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2년내에 거의 모든 나라로 '국가 인터넷'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고위 소식통은 "국가망은 초기에 글로벌 인터넷망과 함께 존재하고, 은행, 정부, 대기업 등은 글로벌 인터넷망에 계속 접속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국가망이 글로벌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다른 무슬림 국가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를 대체할 수 있는 OS를 수개월 내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방 전문가들은 이란이 글로벌 인터넷과 완전히 단절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단절이 러시아, 중국 등 교역 대상국로부터 투자를 방해할 수도 있고, 이란 내 국가망에만 의존할 경우 구글과 같은 인기 인터넷 서비스에 상응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방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얀마, 쿠바, 북한 등과 비슷하게 '이중 인터넷 구조'를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공공 인터넷은 내부용으로 철저히 통제하고 꼭 필요한 곳에만 글로벌 인터넷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이란 전문가들은 이란이 인터넷 봉쇄를 서둘러 추진하는 데는 지난해 발생한 악성코드 스턱스넷(Stuxnet) 사태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턱스넷은 지난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가동중단 사태를 불러온 악성코드로 이란 측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사이버 공격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이란 전문가는 "이란 정부는 이제 서방 세계의 물리적 공격에는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이란 정부는 서방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이란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중동 지역 무슬림 국가 중에서 최초다. 또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이슬람 문화 확산을 위해 지도자들도 이를 적극 육성했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이 집권하면서 속성이 개방적인 사이버 스페이스와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또 2005년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집권하고부터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시범사업들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또 2008년에는 이 망을 구축하기 위해 10억 달러의 예산을 할당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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