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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들의 변신은 '무죄'


경영환경 변화 속 생존 위해 끊임없는 변신 추진

[김관용기자]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델, 시스코. 전 세계 IT시장을 주름잡아 온 기업들이 또 다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수많은 인수합병과 조직개편을 통해 변신에 성공한 이들은 지금도 IT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며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하드웨어 기업이었던 IBM은 성공적인 변신을 통해 100년 넘게 지속되는 '영속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던 오라클은 하드웨어 기업을 인수한 이후 '어플라이언스'라는 새로운 장비를 만들어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마찬가지다. 운영체제와 오피스 분야에 집중하던 MS는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노키아의 모바일 단말기 사업을 전격 인수했다. PC 시장 침체에 맞서 기업용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한 델은 상장폐지까지 단행하며 더이상 월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개인 회사로 재탄생했다.

스위치와 라우터를 팔던 시스코는 서버 사업까지 진출했다. '만물인터넷'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내며 I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시스코는 더이상 네트워크 업체가 아니다.

이들이 기존의 전문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변신을 거듭한 이유는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과거에는 IBM이나 HP 서버에 EMC 스토리지, 시스코 네트워크,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SAP 애플리케이션, MS 운영체제 및 오피스의 조합을 기업들이 선호했다. 각 기업들의 주력 제품을 조합하는게 가장 좋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구축형 IT에서 빌려쓰는 IT로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새로운 경쟁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컴퓨팅 환경 또한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클라이언트 기반 개방형 환경으로 전환됐으며 지금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가 됐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변신하는 IT기업들 '변화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전통적인 IT강자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PC 사업에서 손을 떼고 기업용 솔루션 업체로 변신한 IBM이 대표적이다.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한 IBM은 지난 2002년 부터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당시 기업용 컴퓨팅 환경을 지배했던 메인프레임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IT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IBM은 최적의 IT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부문을 강화했다.시스템 유지보수 뿐 아니라 각 산업별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들의 성장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IBM의 하드웨어 사업 매출은 지난 1981년 50% 이상에서 최근 15%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컨설팅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업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IBM은 최근 x86 서버 사업부문까지 레노버에 매각하기로 했다.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x86 서버 시장은 최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IBM이 보유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닌 것이다. x86 하드웨어를 버린 IBM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레이어 등을 인수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업체로 변신한 오라클의 사례도 눈여겨 볼 만하다.

데이터베이스(DB) 분야에서 강자로 군림한 오라클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아우르는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BEA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등 미들웨어 분야까지 섭렵했다.

지난 2008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까지 인수한 오라클은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라고 하는 새로운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선보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Hardware and software Engineered to Work Together)'을 슬로건으로 내건 오라클은 DB와 미들웨어,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 네트워킹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엔지니어드 시스템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오라클 엑사데이터'의 경우에는 이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통합 컴퓨팅 장비인 '스팍 슈퍼클러스터'도 차세대 하드웨어 장비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오라클은 스토리지, 서버, 운영체제, 가상화 솔루션, DB,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까지 인수한 바 있다.

노키아를 인수하며 모바일 단말기 제조 업체로 변신한 MS의 사례도 주목할 부분이다. 윈도 운영체제를 통해 PC시장을 호령했던 MS는 뒤늦게 모바일 대열에 합류했다.

MS는 지난 2011년부터 노키아와 손잡고 '루미아' 윈도폰을 출시하며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바 있다.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회복될 것 같지 않았던 윈도폰 점유율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MS는 윈도폰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휴대폰 사업 매출 성장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를 결정했다. 시장에선 MS의 소프트웨어와 단말기, 콘텐츠 결합 전략이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과 경쟁을 벌일지 주목하고 있다.

델의 경우에는 기업용 솔루션으로 눈을 돌렸다. PC 시장 정체와 후발 주자들의 추격 속에서 델이 살 길은 종합 IT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이었다.

델은 PC와 서버에 이어 스토리지와 네트워킹 솔루션을 확보하면서 기업용 하드웨어 업체로의 구색을 갖췄다. IT서비스 회사와 보안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까지 인수하면서 기업용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델은 지난 해 상장 폐지를 통해 개인회사로 전환됐다. 더이상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않고 PC 기업이 아닌 기업용 솔루션 업체로 가겠다는 선택이었다.

네트워크 시장 강자인 시스코는 더이상 네트워크 업체가 아니다. 서버 사업에 진출한 이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서버 사업을 시작한지 4년여 만에 5위권에 진입한 시스코는 서버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및 가상화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전략을 통해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시스코는 사물 간 통신을 넘어 모든 것들이 소통하는 만물인터넷 개념을 내놓으면서 차세대 컴퓨팅 환경을 주도하고 있다. 사람은 물론 프로세스와 데이터, 사물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창출해 내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다양한 글로벌 IT기업들이 시스코의 만물인터넷 비전에 동참하면서 자신들의 솔루션을 결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IT기업들이 또 어떠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지 주목된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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