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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개발자는 없고 SW 개발자는 노령화 심화


늙어가는 SW 개발자…대책은?

[김국배기자] 2013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의 고용과 노동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열악한 노동환경이 지속되면서 20대 이하의 젊은층은 IT 산업을 기피하고 40대 이상의 개발자는 점차 증가 추세다. 강도 높은 야근이 많아 주부를 포함한 30대 이상 여성은 더 이상 찾아보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지난 6일 민주당 장하나 의원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 주최한 '을이라도 되고 싶은 IT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제기된 대한민국 SW 개발자의 현주소다.

◆20대 개발자 줄고 40대 이상 개발자만 늘어

현재 IT 산업은 젊은 인력이 외면하고 나이 든 인력만 남는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IT 산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숙련 노동자의 경험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일면을 떠나 신규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못할 경우 IT 산업의 미래 역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IT산업노동조합(IT노조)가 지난 5월 1일부터 20일까지 IT 노조 홈페이지와 각 개발자 커뮤니티, SNS를 통해 1천26명을 대상으로 '2013 IT산업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53.7%를 차지했던 20대 직원 비중이 2013년 32.9%로 하락했고, 반면 40대 이상은 0.9%에서 10.5%로 10배 가량 늘었다.

나경훈 IT 노조위원장은 "IT 산업의 내일을 책임질 신규 인력이 원활히 유입되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IT 산업의 노동화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과 선택에서부터 전산관련 전공이 미달되는 현재의 세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근에 포괄 임금 관행까지 'IT 노동자 잔혹사'

이처럼 IT 산업의 고용사정이 어려운 원인으로는 '야근'으로 상징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지목되고 있다. IT 산업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신종 3D 산업으로까지 취급되면서 IT 산업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 농협정보시스템 개발자였던 양 아무개씨는 "근무하는 동안 연간 약 4천 시간을 넘는 과로에 시달렸고 2년 반 동안 8천 시간을 넘게 근무했다"며 "결국 폐렴 진단 이후 오른쪽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나경훈 IT 노조위원장은 "창의력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IT 노동자를 공장의 기계쯤으로 여기고 있다"며 "창의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생겨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왕 SW 개발환경개선위원회 대표도 "창의성이란 개발자들이 평상시에 인문학이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때 나오는 것이지 책상에 늦게까지 있는다고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고용계약에서 야근이나 초과 근무 수당을 '포괄임금'으로 처리하는 관행도 문제다. 이로 인해 개발자들은 철야 등 과노동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야근과 철야가 늘어날수록 본래 임금은 줄어든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임금 지급을 당월에 하지 않고 익월로 미루는 프리랜서에 대한 유보 임금도 문제다. 계약 만료 시점에 근접해 소화하기 힘든 과도한 업무를 던져 주고 업무과 임금을 동시에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빈번하다. IT노조에 따르면 프리랜서 비중은 2004년 6.3%에서 2013년 19.4%로 크게 높아졌다.

나경훈 위원장은 "포괄임금을 기본으로 계약하는 연봉제는 장시간 노동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2004년 80.5% 2013년 72.7%인 연봉제 적용 비율이 산업 전반에 걸쳐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풍토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 다단계 하도급 막고 IT 개발자 사회적 활동영역 확대해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질적 문제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깨트려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6~8차까지 하도급을 거치면서 개발 비용과 개발 기간이 급감하고 영세 기업의 근로 환경과 경영 악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장하나 의원은 이달 중 수급인이 도급 받은 사업 금액의 50%를 초과해 하도급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도급이나 하도급 계약 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했다.

장하나 의원은 "갑·을·병·정·무·기·경 식으로 이어지는 IT 업계 하도급 문제는 건설업계보다 더 심각하다"며 "기존 하도급법은 건설업과 제조업 중심이라 산업별 특성을 감안, SW산업진흥법에 산업 특성을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손영준 정보화사회실천연합 대표도 "열린 공간으로 가는 정책이 결국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공유경제, 공공 데이터, 청년 일자 문제 등 사회적 역할을 가진 기업이나 조직에 기술을 지원하는 식으로 IT 개발자들이 사회적 부문의 활동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권오현 UFO 팩토리 대표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비영리 단체 지원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들이 많다"며 "개발자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왕 소프트웨어개발환경개선위원회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즐겁고 보람된 직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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