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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지역균형 무너지나…수도권 동남부에 4팀 '우글'


서울-수원에 성남까지 유치전…"영업권 침해될 수도"

[김형태기자] "야구단도 와주시지요."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김택진 NC 소프트 대표와 만나 NC 다이노스의 연고지 이전을 권유했다. 야구장 부지 문제로 창원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NC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김 대표는 즉답을 회피했지만 NC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연고지인 창원에 뿌리를 내릴 것"이란 자세에서 "시가 진해 신축구장안을 고집할 경우 연고지 변경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로 변했다. 성남시의 가세가 NC 연고지 문제의 새 해법으로 적극 고려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NC소프트 판교 본사 인연

성남시의 적극적인 '러브콜' 뒤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성남은 오래 전부터 프로야구단 유치를 희망해왔다. 성남은 인구수 100만명에 지역내총생산(GDRP) 20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도시다. 특히 서울 강남 못지 않게 소득수준이 높은 분당 지역이 위치해 있어 소비성향도 적극적이다. 시는 재정 규모에 걸맞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프로야구단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고용창출과 세수 증대의 측면에서 성남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판교의 IT밸리와 연계한다면 프로야구단을 유치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마침 성남시 소속 행정구역인 판교에는 NC 다이노스의 모기업인 NC소프트 본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시장이 김 대표를 만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구단들 "영업권 침해될 수도"

NC의 성남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불거진다. 프로야구의 지역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 잠실에 두산과 LG가 터를 잡고 있는 데다 인근 수원에 10구단 kt 위즈가 창단했다. 잠실과 수원 사이의 성남으로 NC가 파고 든다면 수도권 동남부에만 4개 구단이 우글거리게 된다. 전체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 가까운 구단들이 특정 지역에만 몰린다면 프로야구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NC의 성남 이전설은 사실 그 전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아직 결정이 되지 않은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지역 영업권이란 측면에선 쉽게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구단의 관계자는 "강남·잠실과 성남, 성남과 수원은 각각 20∼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에서 지하철을 타면 15분 안에 판교까지 간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구단들이 몰리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KBO도 이런 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꽃놀이패' NC, 창원시는 '부담'…상황 반전

결국 최상의 안은 창원시가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에 새 야구장을 건설하고, NC는 창원에 잔류하는 것이다. 이 경우 프로야구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부산-경남 지역에 2개 팀을 유지할 수 있고, 수도권과 지방간 팀수의 균형도 맞추게 된다. kt의 창단으로 현재 프로야구는 수도권 5개, 지방 5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영남(3), 호남(1), 충청(1)에 고루 프로야구단이 분포해 있다. 연고지 이전 여부에 관계 없이 성남시의 러브콜로 가장 유리하게 된 쪽은 단연 NC다. 그간 창원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속을 끓여왔던 NC로선 연고지 이전 카드로 시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

2011년 창단 이후 경남 지역에 열심히 씨를 뿌려온 NC는 창원 잔류를 여전히 바라고 있지만 여차하면 이삿짐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반면 창원시로선 선택의 폭이 극히 좁아졌다. NC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야구 열기가 남다른 지역 여론의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공들여 유치한 프로야구단이 실제로 지역을 떠난다면 신임 안상수 시장의 정치적 부담이 무척 커질 수밖에 없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일단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인 진해 신축구장안을 폐기한 창원시는 조만간 새 야구장 부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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