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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국의 본격 성인 애니 '아치와 씨팍'


 

이 영화 몹시 생뚱맞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 '아치와 씨팍'(감독 조범진, 제작 J-TEAM)처럼 18세 관람불가의 영화가 거의 없었기에 그랬을까?

'몹시 양아치 액숀 무비'라는 영화의 카피 문구처럼 영화는 어떠한 교훈이라든가 감동은 애초에 포기한 듯싶다. 성인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작품답게 상영시간 내내 욕설과 비속어가 넘쳐나고 유혈이 낭자하는 액션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생경함 속에서도 짐짓 영화의 만듦새와 이야기의 구조는 탄탄하다. 캐릭터들의 생김새는 정교한 편이 못되지만 애니메이션 자체의 수준이나 전개의 긴박함은 눈길을 잡아끈다. 7년간 이 영화를 준비해왔다는 조범진 감독의 내공이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사실 '아치와 씨팍'의 줄거리 자체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사람의 똥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어느 미래에 지배자들은 사람들의 항문을 직접 관리하기에 나선다. 성실한 배변자들에게는 마약성분이 담긴 ‘하드’를 준다. 그 덕분에 하드 중독자들이 나타나고 도시는 하드 밀매와 약탈이 넘쳐나게 된다.

아치(목소리 류승범 분)와 씨팍(목소리 임창정 분)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하드 좀도둑들. 이들은 거리 밑바닥의 고달픈 인생을 살지만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이쁜이(목소리 현영 분)을 알게 되고 이쁜이의 엄청난 배변능력으로 인해 하드 약탈자인 보자기 갱단의 목표가 되어 이리 저리 쫓겨 다닌다.

이렇듯 황당한 스토리 안에 조범진 감독은 각종 풍자와 화장실 유머를 덧칠해 놓았다. 할리우드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을 비롯해 보자기 갱단의 두목 목소리를 연기한 신해철의 노래, 게다가 시사적인 문제까지 조 감독의 상상력은 이들 모두를 희화화 시키며 여러 가지 금기를 깨는 데서 오는 전복적인 쾌감을 종종 선사한다.

게다가 극중 이쁜이 캐릭터와 실제 현영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치면서 이쁜이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쿡쿡' 웃게 만든다. 또한 몇 해 전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오인용의 목소리 연기 또한 감초 수준을 넘어섰다. 보자기 마왕 역의 신해철은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3D와 2D가 혼합된 애니메이션 기법은 기술적 완성도에 있어 나름의 성과를 보여준다. 후반부 탄광장면에서의 속도감과 입체감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 영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들어도 눈 찌푸리게 되는 욕설을 극장까지 가서 한 시간 반 동안 돈 주고 듣는다는 것이 쾌감이 아닌 불쾌감을 얻을 수도 있다. 감독은 물론 욕설에 대한 쾌감을 선택했겠지만 관객들은 반대일 가능성도 높다. 28일 개봉예정.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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