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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연예]소리 없는 위협 '한한령', 위기를 기회로


승승장구하던 한류, 중국발 제재조치에 직격탄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 가요 매니지먼트 A사는 지난 7월 중국과 합작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국 측 제안으로 잠정 보류된 프로젝트는 이후 무기한 보류, 합작 취소의 수순을 밟았다.

# 한류배우 B는 중국의 한류제재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 중국을 찾았다 입국 거부를 당했다. 공안당국은 명확한 이유 없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B는 발길을 돌렸다.

# 드라마 제작사 C는 중국과 합작영화를 제작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중국 측의 수익 셰어가 중국 은행에 묶여버린 것. 이에 대해 관계자는 '한국 작품이라 한동안은 불가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발 한류제재 '한한령(限韓令)'이 실체 없는 존재로 한국 연예계를 짓누르고 있다.

현재까지 '한한령'과 관련해 확인된 공식문서는 없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파다하다. 모두 암암리에 쉬쉬하며 '한한령'의 존재를 체감하고 있다.

◇'사드' 결정 이후…배우 교체, 하차 통보, 행사 취소 이어져

조짐은 7월부터 보였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THAAD) 배치 결정이 결정적이었다. 10월부터는 한국 콘텐츠 방영 및 한류스타 출연 금지 조치가 본격화됐다.

물론 '한한령'의 원인을 정치적 이슈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그간 중국은 한류 콘텐츠의 뜨거운 인기에 끊임없이 경계심을 드러냈기 때문. 곪은 부분이 '사드' 이슈를 만나 터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내의 유혹'과 '인어 아가씨'가 인기를 끌었을 당시엔 황금 시간대 편성 제한, 공중파 방송 금지 규제가 잇따른 바 있다.

그럼에도 '한한령'의 강도는 셌다. 싸이와 황치열 등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자이크 처리 및 통편집 됐고, 특별한 이유없이 프로그램에서 퇴출됐다. 중국 휴대폰 광고모델이던 송중기는 중국 배우로 교체됐고, 유인나는 절반 이상 촬영한 드라마에서 하차를 통보 받았다. 수지, 김우빈이 계획한 중국 팬미팅은 행사 이틀 전 취소됐고, 그룹 엑소와 빅뱅의 콘서트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남긴채 연기됐다.

한류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명확하게 드러난 피해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입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TV, 영화, 음악 등의 판권과 직결된 '음향·영상 관련 지식재산권의 복제 및 배포권사용료' 수입 역시 하락했다.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가늠할 수 없지만 한류를 주도하는 엔터사와 콘텐츠 업체들의 주가는 타격을 입었고, 예정된 공연과 드라마 제작은 잇따라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됐다. 인기 드라마들은 해적판으로 유통돼 편당 80억~200억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현재 중국 판권 판매는 제로(0)다. 거래 자체가 없다"고 했고, 중국에서 활동 중인 연예 기획사 대표는 "10개의 문 중 10개가 닫힌 상태"라며 "과거 한국 드라마가 방송 금지를 당한 적은 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콘서트, 팬미팅 등 공연 상황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중국 문화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0~11월에 중국 공연을 승인받은 한국 스타는 한 명도 없었다. 공연관련 비자 발급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물론, 입국을 거부당하는 상황도 벌어져 우려를 자아냈다.

가요계 관계자는 "가요계에서 활발히 진행되던 중국발 투자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며 "피부로 와닿는 중국 현지 분위기는 훨씬 살얼음판 같다"고 토로했다.

'한한령'은 명확한 규제 항목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막힌듯 싶으면 열려있고, 열렸다 싶으면 닫혀있다. KBS 하반기 화제작 '화랑'이 동시방송이 취소된 반면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는 소후닷컴에 공개돼 1억뷰를 돌파했다. 한류아이돌 엑소, 빅뱅의 콘서트가 미뤄진 반면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의 중국 공연은 성사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완전히 막혔다고 생각했을 때 새로운 길이 열리고, 되는 게 있다가 안되는 등 작품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다시 중국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2017년에도 연예계 파장은 계속될 것"(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남상현 팀장)이라며 장기전을 예측한 인사도 적지 않았다. 한류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문화와 상관없는) 비본질적인 문제로 사태가 시작된 만큼 해결이나 마무리 역시 예측하기 힘들다. 그저 관망할 뿐"이라고 밝혔다.

◇中 의존도 낮추고 '킬러콘텐츠' 제작해야…의미있는 제안 이어져

최근 중국에서는 SBS '푸른바다의 전설'과 tvN '도깨비'가 비공식 루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2월30일 오후 현재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푸른바다의 전설' 관련 게시글은 19만건을 기록했고, 드라마 관련 웨이보 클릭수는 37억4292만건에 달한다. '도깨비' 역시 관련 게시글 48만, 클릭수 17억건을 넘어섰다. '한한령' 속에서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높은 수요를 증명하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초 SBS 방송 예정인 '사임당-빛의 일기'에 주목하고 있다. 중화권에서 큰 인기가 있는 이영애, 송승헌의 복귀작이기 때문. 아직까지 한중 동시방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임당'이 의미있는 행보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드라마 관계자는 "SNS에 출처를 알수 없는 '썰'이 난무하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확산돼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사임당'을 계기로 한중 문화교류의 물꼬가 다시 트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열린 '한국 방송콘텐츠의 수출위기 진단과 극복방안 - 한한령을 넘어라' 세미나에서는 의미있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한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색을 지워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텔레노벨라' 같은 브랜드 메이킹이 필요하다"며 "K팝, K드라마의 국적성을 지양하고 킬러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박형기 SBS 드라마기획팀장은 "퀄리티, 작품성의 문제를 한한령을 기점으로 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정일훈 JTBC 중국사업담당팀장은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시장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이문행 수원대 교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쪽으로 더 지원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한령'이 2017년에도 계속될 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가장 필요한 건 도전이다. 가장 한국적인 매력으로 아시아와 세계를 호령했던 K팝과 K드라마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한번 더 도약해 나가기를 기원해본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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